
도쿄는 내가 많은 애정을 품고 있는 도시다. 나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홀로 간 해외여행지이기도 하고, 짧게 배웠지만, 일본어를 좋아하기도 하고, 일본 영화에서 느껴지는 조용하고 따뜻한 감성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그저 일본어를 배웠다는 이유만으로 스무 살이 되면 꼭 혼자서 일본 여행을 가리라 다짐했고, 겁도 없이 홀로 여행길에 올랐다. 그전에도 수학여행이며 홈스테이며 일본에 가 본 적이 있었기에 나름대로 자신 있게 떠났던 것 같다.
그러나 혼자서 하는 여행은 엄청난 단점이 있었다. 1인 식사 문화나 싱글라이더 문화가 발달해 있어 이런저런 체험을 하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지만, 그저 혼자라는 사실이 나를 너무 외롭게 했다. 온종일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연락을 했고, 입 밖으로는 필요한 말만 했기 때문에 입에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도 도쿄 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다양한 건축물과 도시 중간에 있는 공원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언젠가는 꼭 다시 도쿄를 방문하리라 다짐을 했고, 이제는 이 책을 들고 도쿄로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최근 일본에서 제작된 영화와 드라마를 봤다. <아사코>와 <리락쿠마와 가오루 씨>이다. 어느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장면이 아닌, 일본 특유의 문화와 감성이 녹아 있는 작품들이라 두 편 다 매우 좋았다. <리락쿠마와 가오루씨>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이라는 플랫폼 특성상 외국인들에게 알려진 일본 문화의 전형을 보여준다면, <아사코>는 현재 일본을 살아가고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더욱 현재의 일본 감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며 느낀 일본의 감성을 책을 통해 되새길 수 있었다.
슬쩍 ‘일본 감성’이라는 말을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감성'은 과연 무엇일까. 출처도 모르고, 말로 설명할 수도 없지만, 사진을 보면 우리는 ‘인스타그램 감성’, ‘이태원 감성’, ‘일본 감성’을 판별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머릿속에 그리는 일본 감성을 설명하자면,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지만 화려하지는 않은 디저트, 다다미처럼 정갈하고 각이 잡힌 모습이나, 좁은 공간에 작고 귀여운 것들이 꽉 들어찬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들을 보고 당장에라도 도쿄행 항공권을 사고 싶어지는, 일본 감성이 가득 담긴 몇몇 건물들이 있었다. 작업 중이던 아틀리에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오카모토 다로 기념관’,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인 서양식 건축물 ‘뮤지엄 1999 로 아 라 부쉬’, 일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동화 같은 낭만을 가진 ‘푸크 인형극장’이 그것이다. 이 건축물들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건물마다 가진 사연들과 책에서 함께 소개하고 있는 카페나 음식점도 방문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일본에서 길을 찾을 때 주의할 점
직접 일본을 여행했을 때도 느낀 점이지만, 같은 한자문화권임에도 발음하는 방법이 비슷하면서 다르므로, 일본어 발음 그대로 한글을 표기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메이지진구마에’ 나 ‘히가시니혼바시’ 와 같은 식이다. 그렇지만 한자 자체를 한국에서 읽는 방법으로 읽으면 ‘메이지신궁 앞’, ‘동일본교’ 로, 훨씬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한자를 알면 히라가나를 읽을 줄 몰라도 지명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사실 이 책에서는 지명이 한자로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바로 찾아볼 수는 없겠지만, 길을 찾을 때 이 부분을 염두에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도쿄는 일본에서 가장 더운 도시로, 여름에 여행하기에는 쉽지 않은 도시다. 그런데도 이 책은 여름의 도쿄 여행을 계획하게 할 정도로, 누구나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는 일본 구석구석의 건축과 미식을 매력적으로 소개한다. 조만간 다시 도쿄를 찾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