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의 의미
지난 금요일은, 이 땅의 독립을 위해 외친 거룩한 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정확히 딱 100년째 되는 날이었다. 100년 전 그날, 서울에서부터 시작된 선인들의 두 팔은 이내 전국으로 뻗었고, 심지어는 드넓은 만주벌판으로까지 뻗어 한반도를 살굿빛으로 뒤덮었다.
![[꾸미기][포맷변환][크기변환]원문_선언서.jpg](http://artinsight.co.kr/data/tmp/1903/43068f3b346b376e1902c713043018e4_Oq97qej7hybCRsyXvzHQicmz7Hy7s9Vq.jpg)
여기까지, 모두가 알 법한 이야기들을 구구절절 늘어놓았다. 삼일절이 어떤 날인지, 또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에 대해 나를 비롯한 모두가 알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말이다. 이제부터는, 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 이야기는 삼일절에 내가 영화 '암살'을 보며 들었던 수많은 생각 중 일부이다.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지금"
영화 '암살'을 보는 내내 자꾸만 속에서 무언가가 들썩였다. 정지버튼을 누르고 한참을 소리 내 울만큼, '암살' 속 인물들에게 주어진 세상은 믿을 수 않을 만큼 가혹했다. 근 30년간 오직 조국의 독립만을 위해 싸워온 독립운동가들 틈에서, 그들과 같은 목표를 가진 것 마냥 함께 하는 '밀정 염석진'은 그 당시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현실이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반민족적인 일을 행할 수밖에 없었음을 합리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독립운동가의 피가 한때 몸속에 끓었던 사람이 한순간에 밀정이 된다는 것이, 아마 내 상상 속에서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운 일이었을 것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영화 '암살'에서 최덕문 배우가 연기한 '황덕삼'이라는 인물은 영화를 보는 내내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아마 그의 모습에서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겪었던 현실이 여실히 보였기 때문이겠지. 자신을 향해 겨누어진 수많은 총구를 바로 제 눈 앞에 두고도 일본군을 쏘겠다는 일념하나로 상대에게 총을 겨누는 그의 모습이, 이미 머리에 총을 맞아 의식을 잃었지만, 일본군을 향해 미처 던지지 못한 폭탄을 마지막 순간까지도 놓지 못했던 그의 모습이, 내 마음을 너무나도 아프게 했다. 의식을 잃었음에도 그 폭탄의 방향이, 그 총구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던 그들의 몸짓을 몇 분, 어쩌면 몇 초 만에 짓밟아버렸던 그 시절이 너무나도 원통했다. 그리고 나서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그들이 누려야 할 자유를 내가 빼앗았구나.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마치 100년 전 땅속에 묻은 타임캡슐 같다. 그 시절의 추억, 그 시절의 온기, 그 시절의 설렘을 전해주는 타임캡슐처럼, 힘들고 아팠던 과거로부터 선인들이 간직해 온 추억과 온기, 그리고 설렘이 '자유'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전해진 것만 같다. 불과 몇 년 전, 우리는 그 타임캡슐의 뚜껑을 완전히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자유'라는 선물을 얻었다. 독립했지만, 그렇다고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수십 년의 세월을 지나, 불과 몇 년 전 손에 쥐게 된 '자유'라는 선물은 손에 쥐고 있지만 내 것 같지가 않다. 아마 누군가를 대신하여 누리고 있기 때문이겠지.
비록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영화 '암살' 속 그들의 모습은 1919년의 그날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그들은 자신을 위해,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우리를 위해 기꺼이 밖으로 나가 두 팔을 들고, 폭탄과 총을 들고, 태극기를 휘날렸다. 그렇기 때문에, 삼일절을 비롯한 선인들을 기리는 모든 날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은 그 시대의 모든 이들을 잠시 추모하는 것, 카카오톡 상태메시지에 태극기모양 이모 지를 적음으로써 부끄러움을 잠시 잊어보려는 것, 경험해보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그들의 뜨거운 열정을 잠시 빌려보는 것, 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잠시'가 이제는 '항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더는, 하루뿐인 유관순 열사는 존재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삼일절을 기념하여 태극기를 흔들어봐도, 그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려도, 그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어도,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자유는 그들에게 닿을 수 없기에. 그러니 더 열심히 기억하자. 그들이 독립운동을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생각했듯이,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우리를 위해,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또 다른 우리를 위해 기꺼이 밖으로 나가 만세를 외치고, 폭탄과 총을 들어 맞서 싸우고, 태극기를 휘날릴 의무가 우리에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