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로 향하던 도중 우연히 집어 든 '대학내일'에서 어떤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칼럼이었는데, '나의 길'이라고 생각했던 영화를 이제야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영화 공부하고 있는데.' 호기심에 단숨에 글을 읽어 내려갔다.
"나는 대학 생활 4년 내내 나의 숙명이자 소명이라고 생각했던 ‘영화’를 포기할 용기를 냈다. 영화를 좋아했던 내 마음이 꿈을 꾸는 데에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나를 책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인생에서 더없이 중요한 걸 배운 것이었다. 나는 덕업 일치가 불가능한 사람이라는걸. 안 되는 걸 포기하면 편해진다는 걸."
- 대학내일 850호: 20’s voice, 문소정
영화를 더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부전공으로 영화 공부를 하고 있는 시점에서, 왜 이 부분이 유독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다. 이 길에 대한 의심과 불확실함이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전공을 이미 한 번 바꾼 적이 있다. 꽤 오랜 시간 공부하던 것을 접고 선택한 전공이기 때문에 그만큼 이 진로가 내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될까 봐 무섭다. '이제는 미래에 대한 윤곽이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나는 내 삶이 완벽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완벽한 삶을 얻지 못할까 봐 우리는 쉽게 걷고 있는 길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래서 포기할 용기를 냈던 이 글쓴이의 글이 와닿았던 것 같다.

뮤지컬 <재생불량소년>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 소년의 이야기다. 주인공 반석은 복싱에 두각을 나타내는 천재이지만 신체적인 문제로 복싱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병을 앓고 있어 출혈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결국 걷고 있던 길을 포기해야 한다는 상황은 같다. 완벽할 것이라고 믿었던 내 삶에 금이 가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종종 시련을 겪는다. 하지만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째 일어난다는 '칠전팔기(七顚八起)'라는 고사성어처럼 우리는 이러한 시련을 거름 삼아 '나'를 더욱더 단단하게 만든다. 완벽한 인생은 없다. 그저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견디고, 다시 일어설 뿐이다. 막막한 상황에 처한 반석이 병실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자신의 인생과 꿈을 돌아보며 털고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다음 해에도 영화를 계속 공부할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 그 길이 내 길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그 길을 포기한다고 해도 실패한 인생은 아닐 것이다. 이미 걷고 있는 길을 포기한다고 인생이 끝나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 말은 내가 나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일지도 모르겠다.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이 생각들을 염두에 두고 꾸준히 걸어볼 생각이다.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이 이 생각들에 힘을 실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안고 반석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내 앞에 놓인 길만이 전부가 아님을, 또 다른 길이 있음을 나와 같이 앞이 불투명한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뮤지컬이길 기대해본다.

“재생불량이재생 불가능은 아니야”
‘안녕! 유에프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김예림 작곡가가 작곡과 음악감독을 겸하고, 뮤지컬 ‘안녕! 크로아티아’, ‘카라마조프’, ‘폴’을 연출하고, 역시 ‘안녕! 유에프오’에서 김중원 작가, 김예림 작곡가와 호흡을 맞추었던 허연정 연출이 함께한다. 올 연말에 만나게 될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8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이며, 강한 “에너지”와 “서정성”이 있는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더욱 호소력 짙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