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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외로울 때는 하악하악 오늘도 날이 새면 기쁜 일만 그대에게 [문학]

by 나예진 에디터
2017.03.09 11:03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여태 돌이켜봤을 때 나의 모든 일상은 ‘미루는 것’과 늘 함께하고 있었다. 고등학생 때는 모든 하루를 예정된 알람 시간보다 5분 늦게 시작했고, 왠지 시험공부도 아껴뒀다가 꼭 정각에 시작하고 싶었더랬다. 또한 제대로 된 연애도 대학교에 들어가서 해보고 싶었고, 갓 스무 살이 됐을 때 취업은 조금 더 성숙했을 때 고민하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어제의 끝없는 고민들 역시 오늘날에는 다 해결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방향을 잡아 앞으로 나아가고만 있을 것이라는 치기 어린 믿음은 결국 더 큰 고민들로 번지게 한다는 사실은 모른 채 말이다.
 
누군가는 1년에 한번 오는 봄도 그렇게 예쁘고 싱그러운데, 인생에 한 번뿐인 청춘은 얼마나 아름답겠느냐, 고 되묻는다. 하지만 이도 결국 누군가에겐 상투적인 위로에 불과하다. 말은 누가 그렇게 못 하겠냐,며 현실적인 말을 해달라는 대답과 함께. 사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제가 정말 제대로 살고 있나요?’와 같은 물음에 대답을 듣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겉모습은 달라도 같은 고민과 비슷한 생각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촌철살인의 한마디는 한 자루 칼보다 강하다. 간결한 문장으로 삶을 반성하게 만드는 책, 바로 이외수의 <하악하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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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 이외수는 갈래를 불문하고 에세이와 장편 소설, 시집 등 총 27개의 책을 썼다. 그가 등단하고 1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직설적인 문체와 대중들과 소통하는 자세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혹시 그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혹은 어느 정도의 인기인지 알고 싶다면 먼저 트위터에 들어가 보자. 소신으로 가득 찬 트윗과 230만에 달하는 팔로워 수만 봐도 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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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초등학생 때부터 도덕적인 자세를 강요당했다. 웃어른들께는 공손하게, 모든 친구들에게는 항상 친절하게. 그 사이 누군가에게 베푸는 관용은 당연시 여겨졌고, 배려는 암묵적인 약속이 되었다. 하지만 책에서 이외수는 그러한 일반화를 ‘늘 그랬던 것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람의 배려를 받을 만한 자격이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나 또한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과감한 이야기를 건넬 뿐이다. 또한 그런 비상식적인 타인들과 함께 자신은 더없이 포용하는 ‘누군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다른 사람의 단점을 불만으로 여기면서 정작 나 또한 그 사람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혹은 청춘을 빌미로 미래를 방관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읽는 데 채 1분도 걸리지 않는 문장들은 끊임없이 나를 때리고, 생각하고, 무겁게 만든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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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감명 깊다’, ‘여운이 남는다.’ 와 같은 감상을 남기기 쉽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단순하게도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보통의 교훈을 주는 이야기들은 딱딱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내듯 들려주는 책 속의 일화들은 오히려 읽다 보면 무의식중에 ‘빵 터지는’ 큰 웃음을 자아낸다. 자신의 책을 외국에 출판할 때 ‘호리병’이라는 단어를 ‘horeesickness’로 번역했다며 시원하게 욕설을 내뱉는 유쾌함에 웃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
 
얼마 전 ‘말하는 대로’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우리는 과거에 비해 더 많은 것을 가졌지만 더 많이 불행하다”라고 이야기해서 화제가 되었었다. 당장에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버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오늘날 우리는 물질적 빈곤보다 뭔가를 깨닫지 못하는 생동감 없는 삶이 더 슬프다는 점을 간과한 채 돈을 벌기 위해 먹고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외수는 더 나은 자신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책 표지에 있는 생선의 아가미처럼 힘차게 숨을 내쉬며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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