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안녕! 유에프오>는 얼마 전에 문화뉴스에서 ‘배리어프리 낭독콘서트’ 기사를 보고 알게 된 작품이다. 배리어 프리(barrier-free)란 장애인 및 고령자 등의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 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인 장애물이나 심리적인 장벽을 없애기 위해 실시하는 운동 및 시책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장애인의 시설 이용에 장해가 되는 장벽을 없애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어려움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화면해설, 한글자막 등으로 배려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뮤지컬 <안녕! 유에프오> 개막 전, 시각 장애인들과 일반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 콘서트를 열었다고 한다.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열렸던 콘서트는 한국 시각장애인 연합회, 한국 시각장애인 가족협회 100여 가족과 함께하는 사랑밭, 광림교회 사랑부의 40여 가족이 함께했다. 현실적인 여건상 공연 관람 및 문화 체험 등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시각 장애인들을 배려하여 장면 해설 등을 추가한 낭독 공연으로 제작하여 진행했다고 한다. 뮤지컬 배우 이건명이 해설 및 사회자로 참여하여 문화 나눔을 몸소 실천했으며, 일반 관객들에게 오픈된 일부 좌석의 공연 수익금 전액은 시각장애인 청소년들의 교육 사업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번 '안녕! 유에프오' 베리어프리 낭독콘서트는 광림아트센터가 주최하고 벨라뮤즈가 기획, 주관하는 관객 맞춤형 문화 콘서트 'Intermission'의 첫 콘서트이기도 하다. 벨라뮤즈 관계자는 "'Intermission'은 적극적인 참여와 자기 계발을 중요시하는 네오비트 세대들의 사는 방법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대중문화 트렌드 창출하고자 공연 문화 발전과 지역사회의 문화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매달 다른 콘셉트로 진행되게 되며,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적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관객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예정"이라고 전했다.
장벽(barrier)과 자유(free)가 합쳐진 용어 ‘배리어프리(barrier-free)’는 장애인의 생활에 불편을 주는 물리적·제도적 장벽의 허물어짐을 의미한다. 고령자나 휠체어 장애인도 다니기 좋도록 주택이나 공공시설의 문턱을 없애자는 것에서 시작된 배리어프리 운동은, 최근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 운동으로 잘 알려졌다. 유명 배우들이 참여하고 관련 영화제까지 생겨나면서 비장애인들에게도 관심을 받고 있다. 반면 ‘배리어프리 공연’은 우리에게 아직 낯설다. 앞으로 이런 배리어프리가 콘서트, 공연등 문화의 다방면에서 이뤄져서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들도 당당하게 자신의 문화를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누군가만의 문화가 아닌 함께 사는 세상에서 함께 누릴 수 있는 문화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뮤지컬 <안녕! 유에프오>에는 선천적 시각장애인 유경이 나온다. 나는 어릴 적부터 시각장애인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다. 그 이유와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일 것이라고 기억한다. 그 날은 친구들과 어머니께 수업을 받는 날이었다. 그 날은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와 <안내견 탄실이>라는 책과 함께 ‘장애우’에 관한 주제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우리 동네 근처에는 야트막한 뒷산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돗자리를 깔고 손수건과 안대로 눈을 가렸다. 그리고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고 ‘12번째 나무 찾기’를 하였다. 학교가 끝나면 곧잘 오는 곳이라 꽤 익숙했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보이지 않는 우리는 12번째 나무를 찾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12번째 나무를 찾기 위해 우리는 마치 손이 눈 인양 쭉 앞으로 뻗어 이 나무 저 나무를 더듬었다. 평소에 ‘나무’ 하면 그냥 초록색 잎과 갈색 몸통 이라는 오로지 시각적인 이미지만을 지니고 있던 우리는, 그날에서야 나무의 표면은 어떤 느낌이고 냄새와 안에서 들리는 소리도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12번째 나무 찾기에 지친 우리는 그대로 안대를 쓴 채 그 자리에 누웠다. 나뭇잎과 흙으로 푹신푹신한 맨 땅에 누우니 여러 소리들이 들려왔다. 바람소리, 사람들이 밟는 나뭇잎 소리, 새소리, 솔방울인지 도토리인지 어떤 열매 같은 것이 떨어지는 소리... 귀 말고 코도 열고 냄새를 맡아보라는 어머니의 말에 우리는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장난을 쳤다. 가만히 있다 보니 흙냄새, 꽃향기, 시원한 나무 냄새들이 밀려 들어왔다. 한참을 누워 있다가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까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어 집에 있는 수건으로 눈을 가린 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했다. 친구들이 박수치는 곳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피아노에 얼굴을 부딪치고 말았다. 너무 아파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고 나는 곧바로 병원으로 실려 갔다. 날카로운 모서리에 턱이 찢겨 결국 꿰매야 하는 상황까지 왔고, 처음으로 마취라는 걸 하게 되었다. 여자 얼굴에 흉 지면 못쓴다고 성형외과까지 갔지만, 마지막 바늘을 잘못 꿰맨 의사의 실수로 내 턱의 흉터는 초등학교 내내 놀림거리였다. 비록 장애가 있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이 신기하게 바라보던 그 시선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마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이보다 더한 눈초리들을 받아왔을 것이다. 나는 잠깐의 나쁜 기억으로 무마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평생의 상처와 고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 이후 나는 장애우들 특히 시각장애우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중학교 때 특수 제작한 안경을 쓰고도 눈을 찌푸리는 짝을 위해 대신 필기를 해줬고, 장애우를 포함한 문화소외계층들이 보다 쉽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자원활동을 했었다. 지금도 구연동화와 연극에 관심이 있다는 장점을 살려 낭독 봉사를 하면서 시각 장애우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돕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리뷰라고 써 놓고 뮤지컬의 내용보다 나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시놉시스를 반복하기보다 <안녕! 유에프오>를 보고 느꼈던 나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싶어 이렇게 길게 마무리하게 되었다. 대개 공연들을 보고 나면 인상적인 몇 장면만 기억나곤 하는데, 창작뮤지컬 <안녕! 유에프오>는 잔잔하게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조금 풀렸다 하면 또 다시 추워져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요즘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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