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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atus quo
는 지금 그대로의 상태, 즉 현상 유지를 의미하는 라틴어 어원을 가진 단어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Amiez-vous Brahms...)는 새로운 삶의 시작을 기로에 둔 한 여인이 갈등을 겪다, 결국 원래 상태, Status quo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주인공 ‘’은 서른아홉 살로, 실내장식가로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다. 폴에게는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인 ‘로제’가 있다. 로제와의 오랜 연인관계가 주는 익숙함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 그녀는 그 익숙함에서 안정감을 찾는다.

 그녀는 한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녀는 완벽한 안정감과 더불어 자신이 그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있음을 느꼈다. 로제 이외의 누군가를 사귀는 일 같은 건 결코 할 수 없으리라. 그녀는 그런 안정감에서 서글픈 행복을 끌어냈다.(p.16)

  로제는 분명 폴을 사랑하지만, 폴과의 연인관계에 정착할 수는 없는 남자이다. 또한 파티에서 만난 여성과 소위 요즘 말하는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며 폴에게는 거짓말을 일삼는다. 

폴을 만날 때마다 그는 무척 기분이 좋아졌다 … (중략) … 그녀가 그 자신에게 막연하게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 무엇이라는 건 그가 그녀에게 줄 수 없는 것, 그가 이제까지 아무에게도 줄 수 없었던 것이었다. … (중략) … 하지만 그는 걷고 싶었고, 거리를 가로지르고 싶었고, 이리저리 배회하고 싶었다. 보도 위에 울리는 자신의 발소리를 듣고 싶었고,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이 도시를 살펴보고 싶었으며, 그러다가 어쩌면 늦은 바의 어떤 기회를 포착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p. 18)

  이런 로제와의 관계는 폴을 외롭게만 만든다. 그런 상황에 폴 앞에 ‘시몽’이라는 스물다섯의 남자가 나타난다. 폴에게 첫눈에 반한 시몽은 젊은이의 순수함으로 폴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시몽이 폴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쪽지에 남긴 말이다. 시몽은 폴에게 브람스 연주회를 보러 갈 것을 제의하며 브람스를 좋아하냐고 묻는 구절을 편지에 남긴다. 폴은 브람스를 좋아하냐는 시몽의 질문을 받고, 자신이 브람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해 본다. 폴의 브람스에 대한 생각은, 그녀의 시몽에 대한 감정과 오버랩 되는데, 이 부분에서의 작가의 묘사가 재밌다.

그런데 그녀는 과연 브람스를 좋아하던가? 
… (중략) …
그녀는 브람스의 콘체르토를 듣기 시작했다. 그녀는 첫 부분이 낭만적이라고 여겼지만 음악 중간에는 듣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음악이 끝나고 난 다음에야 그녀는 그 사실을 깨닫고 아쉽게 생각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p. 56-57)
   
  폴이 브람스에 대해 갖는 감정은, 독자로 하여금 시몽의 운명을 예상할 수 있게 해준다. 작품의 제목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아니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인 것을 떠올려보면 무언가 서글픈 느낌도 준다. 폴은 순수하게 다가오는 시몽에게 분명 초반에는 좋은 감정을 갖는다. 하지만, 브람스의 음악을 듣는 것을 중간에 잊어버린 것과 같이, 폴은 다시 익숙한 로제에게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녀는 ‘시몽’이라는 그녀 인생의 음악이 끝나고 난 뒤에야 아마도 후회하게 될 것임을 암시해 준다. 

“내가 브람스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당신이 브람스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제겐 큰 상관이 없어요” (p. 59)

그녀가 완전히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그는 믿고 있었다. 어쩌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p.133)

  폴이 브람스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자신에겐 큰 상관이 없다는 시몽은 로제와 달리 폴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시몽은 자신으로 인해 폴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시몽의 믿음은 빗나간다. 폴은 로제를 그리워하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로제에게 다시 돌아간다. 
  
  폴은 이전까지의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 낼 인물이 되지 못한다. 그녀는 브람스의 음악을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이라 규정해버린다. 외울 정도로 듣던 바그너의 서곡, 로제를 제쳐두고 브람스, 즉 시몽이라는 새로움을 자신의 삶 속에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을 향한 시몽의 감정을 오래 가지 못할 순간의 감정일 뿐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폴의 삶은 Status quo이다. 그렇다면 로제에게 다시 돌아가기로 결정한 폴의 선택은 옳은 선택이었는가? 우리는 앞서 브람스의 음악을 듣는 폴에 대한 묘사를 통해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소설 맨 마지막에 로제에게 걸려온 전화는 폴이 계속해서 권태롭고 만족스럽지 못한 관계를 지속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저녁 8시,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기도 전에 그녀는 로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미안해. 일 때문에 저녁 식사를 해야 해. 좀 늦을 것 같은데....” (150)

  폴은 감정을 누르고, 이성적인 선택을 했다. 하지만, 이성적인 선택을 한 결과는 달라질 것 없는 권태로운 삶이다. 그렇다면, 만약에 폴이 시몽을 택했다면 훗날 그녀는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되었을까? 폴은 이미 중년이고 앞으로 더 늙어갈 텐데, 그 때까지도 시몽의 사랑은 한결같을까? 우리는 폴의 선택이 마냥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들 역시 독자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본문 인용은 민음사(김남주 옮김)의 버전을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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