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Review] 연극적 상상력과 현실의 경계, 연극 '당신은 모르실거야'

by 조아란 에디터
2015.05.23 10:05
당신은 long.jpg


 소극장 천공의 성은 대학로 중심에서도 꽤나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내 안의 길치본능이 두려워 길을 검색하다 들어간 어느 블로그에서 혜화초등학교 맞은편이라는 글을 보고는 혜화역에 내려 타박타박 걸어갔다. 걸어가는 길에 문구점과 어린이 보호구역 펜스를 보고는 '아,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겠구나.' 하고는 또 '아, 그럼 천공의 성 소극장도 이 즈음 있겠구나'하며 안심하고는 또 걸어갔다. 별 거 아닌 추리(?)로 즐거워하며 조금 걷다보니 곧 소극장 입구가 보였다. 


FullSizeRender (5).jpg

IMG_3864.JPG


 공연장 세트 벽에는 갈색의 종이들이 붙어있었다. 먼지 알갱이들이 작은 소극장 조명에 비쳐 빛이 내는 길을 따라 흘렀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연극이 시작하기 전 특유의 어수선함과 긴장감, 설렘이 느껴졌다. 곧 연극이 시작되었다. 

 극은 병원 관찰자와 함께 이야기의 주인공인 서석구 할아버지를 관찰하면서 시작되었다. 병원 관찰자의 관찰에 따르면 서석구 할아버지는 과거의 어떤 하루에 생각과 행동이 머물러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 하루를 반복한다. 관객들은 관찰자의 관찰과 분석에 따라 서석구 할아버지가 왜 계속해서 그 하루를 반복하는지, 거기에 담긴 깊은 사연을 알아가게 된다. 

 이 때 극에서 관찰자는 상황에 따라 딸이 되기도 하고 석구의 기억 속에서는 은행원이 되기도 하면서 역할을 전환한다. 여기서 역할이 바뀔때마다 특정 캐릭터를 상징하는 종이 소품이 함께한다. 따라서 관객들은 연극적 상상력을 발휘해 그 인물이 누구인지, 어떤 캐릭터인지, 더 나아가 전체적인 극을 재구성해 이해하게 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인물의 설명 외에도 극 진행에 필요한 다양한 모든 소품들이 모두 종이로 만들어져있다. 벽에 붙어있던 종이도 사실 다 표현소품이다...! 그리고 이 종이 소품이 '쓸데없이 고퀄'인데다가 너무 디테일해서 - 심지어 밥숟가락에 밥알이 떠지는 것도 종이로 표현했다! - 감탄과 함께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이러한 연출은 표면적으로도 굉장히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의미를 생각해보면 한번 더 감탄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연극적 상상력과 현실감각은 대립하는 요소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이 너무 잘생겨서 몰입이 안된다'고 말한다면 극에 몰입해 상황을 이질감없이 받아들이는 '극적 상상력'과 실제로는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없으며 저렇게 잘생긴 주인공이 저런 상황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현실감각'이 부딪혀 그러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연극 '당신은 모르실거야'에서는 그 두 요소가 조금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우리가 종이로 된 소품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것은 소품을 통해 실제적 상황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하는 '연극적 상상력'과 

 현실의 소품은 저렇게 생기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현실감각'이 부딪히는 부분인데, 우리는 그 장면을 보고 '몰입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극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자연스럽고 능청스럽게 웃음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이러한 변환은 우리가 극을 관찰자적 시점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미 극 자체가 극 내부의 관찰자를 통해 관객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반정도 현실감각과 연극적 상상력의 사이에 발을 걸치고 있다. 따라서 잠깐 현실감각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전혀 극의 몰입에 무리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웃음을 터뜨리며 극이 진행되다 보면 어느새 관객들은 극의 내용에도 더 몰입해있고, 마지막에는 감동을 더 극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감동은 누구나 무리없이 공감할 수 있으며, 소품을 통해 표현되는 석구 씨의 과거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에게는 더 공감되어 재미있게 다가온다. 물론, 나는 그 시대를 겪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연극 '당신은 모르실거야'는 누가 누구와 함께 보더라도 즐길 수 있는 잘 짜여진 좋은 연극이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지만 보고 나면 결코 쉽게 만들어진 극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연극을 좋아한다면, 좋아하지 않더라도, 분명 당신에게도, 기꺼이 좋은 연극이 되어 줄 것이다. 그러니 이번 주말은 사랑하는 누군가와 손잡고 이 연극을 보러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연극 '당신은 모르실거야'


* 공연개요 

제목 – 당신은 모르실 거야
장소 – 소극장 천공의 성
기간 – 2015년 4월 14일 (화) ~ 6월 14일(일)
공연시간 – 평일 20:00 / 토.공휴일 : 16:00, 19:00 / 일요일 : 15:00 (월요일 공연없음)
* 4월 14일 (화), 4월 15일 (수), 4월 16일 (목) 8시 매진으로 공연 없음
4월 18일 (토) 4시, 4월 19일 (일) 3시 매진으로 공연 공연 없음
 
러닝타임 – 70분
티켓가격 – 전석 20,000원,
제작 – 극단 성시어터라인
기획 - 한강아트컴퍼니
공연문의 – 02-3676-3676
작/연출 김성제
출연진 이태식, 김태경, 이훈민, 민샛별, 조민희, 황민영, 구대영, 김주웅, 김재호, 천미나, 이진주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