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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필요한 건 한 번의 용서 - 플리백 [공연]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화목한 가정도, 끈끈한 우정도, 순전한 사랑도 변하기 전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릴 수는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우개도 다르지 않다. 연필로 쓴 글과 그림은 지울 수 있어도, 그 자국까지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다만 얼룩진 바닥은 걸레로 닦아낼 수 있고, 자국이 남은 종이 위에도 다시 새로운 문장을 써 내려갈 수 있다. 엎질러진 물은 돌아오지 않지만,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지 못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그저 단 한 번, 용서받을 수 있다면 한 사람은 다시 살아갈 수 있다. 좋고 나쁨을 잴 수는 없어도, 분명 이전과는 ‘다른’ 이야기다.
* 해당 리뷰는 연극 '플리백'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런던의 한 골목, 파산 직전의 기니피그 카페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여자 '플리백'이 있다. 섹스와 농담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는 그녀는 면접 자리에서 뜻하지 않게 상의를 벗어버리고, 성공한 언니와
by 백승원 에디터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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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발레 앞에 박수와 브라보를 아끼지 말 것 - 민쿠스 발레 Suite: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공연장을 나오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발레는 어려운 장르가 아니라, 단지 익숙하지 않은 장르였을 뿐이란 사실 말이다.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사람은 예술과 가까워질 수 있다. 누군가에게 이날의 공연은 생애 첫 발레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다는 건 꽤 중요한 일이다.
가정의 달 5월, M발레단이 어린이날을 맞아 특별한 공연을 선보였다. 지난 5월 2일 소월아트홀에서 펼쳐진 ‘민쿠스 발레 Suite’는 자칫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장르를 가족 단위 관객의 눈높이로 풀어내며, 클래식 발레가 더욱 친숙한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
by 백승원 에디터 202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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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고침을 위한 무너짐 - 정희 [공연]
결국 한 번의 무너짐은 필요했다. 마냥 웃으며 괜찮은 척할 게 아니라, 울고불고 난리를 쳐야만 했다. 조금은 추해질지라도 이는 평화로운 기쁨에 다가설 여정일 뿐이다. 다만, 무너질 때만큼은 함께였다. 그건 엄청난 사랑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었다. 어쩌면 나만큼, 나보다 더 큰 외로움과 사연을 안고 있을지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다.
* 해당 리뷰는 연극 '정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평화로울 정(靜), 기쁠 희(喜). 서울 후계동 오래된 술집 ‘정희네’의 주인 ‘정희’의 서사를 중심으로 이뤄진 이번 연극은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스핀오프 작품이다.
by 백승원 에디터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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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그래도 우린 사랑을 했지 –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이 작품이 끝내 남기는 감상은 담백하다. 비극이라는 결말이 전하는 분명한 메시지 덕이다. 현실은 대부분 회색지대에 머물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사랑을 했다. 그리고 사랑, 죽음을 선택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다시금 묻는다.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럽더라도, 사랑이 끝내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을까. 비극을 피할 수 없다고 해도 말이다. 어쩌면 이 질문이야말로 우리가 여전히 이 이야기를 반복해 무대 위에 올리는 이유일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남긴 세기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시대에 따라 새로운 해석이 더해져 왔다. ‘사랑’은 어느 시대나 존재하지만, 표현 방식은 늘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익숙한 서사를 새로운 관점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고
by 백승원 에디터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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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찬란한 봄과 나란히 앉은 비극 - 팬레터 [공연]
그럼에도 유난히 짧았지만, 봄이어서 마냥 좋았던 찰나의 기억이 우리를 살게 한다.
* 해당 리뷰는 뮤지컬 '팬레터'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선생이시여, 슬픔을 안고 계시나이까?” 봄바람을 타고 날아든 편지는 연서가 아닌, 「팬레터」였다. 한국 뮤지컬의 자부심 ‘팬레터’가 10주년을 맞아 다시 관객들을 찾았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by 백승원 에디터 202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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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영원을 노래한 여인 - 에비타 [공연]
누구도 영원을 경험한 적이 없지만, 영원을 노래한다. 에바 페론 역시 영원, 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강한 부정 속에 오히려 영원을 소망했을지도 모른다. 사랑받고 싶은 한 사람의 욕망을 지나,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그녀는 아르헨티나를 만났다.
수많은 관중이 그리던 여인 ‘에비타’가 1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1970년대부터 반세기가 넘는 지금까지 그가 다시 회자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에바 페론은 여러 한계 속에서도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던 매혹적인 인물이었고, 그의 이야기를 담아낸
by 백승원 에디터 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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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최후의 만찬, 유죄 추정의 원칙 - 트랩 [공연]
진실은 잔인하고 불편하다. 트랍스의 죄를 단죄할 ‘법’은 없으나, 그는 분명 죄인이다. 이로써 죄는 법의 상위 개념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누군가 무죄를 주장할 수 있다면 법의 사각지대에 있을 뿐이고, 혹은 ‘아직’ 들키지 않았을 뿐이다. 누구나 죄를 짓는다. 또한 자신에게 죄가 없다고 믿는 그 확신이야말로 더 큰 죄로 불러온다.
* 해당 리뷰는 연극 ‘트랩’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연한 사고, 뜻밖의 만찬, 수상한 재판. 이야기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트랍스는 출장길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작은 시골 마을의 한 저택에 머물게 된다. 집주인은 은퇴한 판사로, 자연스럽게 트랍스를 저
by 백승원 에디터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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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신의 침묵, 악마의 속삭임 - 아마데우스 [공연]
자유의지를 발현하라.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말고, 욕망을 지배하라.
* 해당 리뷰는 연극 ‘아마데우스’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우린 영원한 적입니다.” 연극 ‘아마데우스’는 18세기 빈을 배경으로 궁정 음악가 안토니오 살리에리와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서사를 그려낸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by 백승원 에디터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