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레지던시 작가전 : 끝나지 않은 이야기 (~11.14)
글 입력 2014.11.02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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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소개
국립현대미술관 레지던시는 다섯 번째 해외문화원 전시로 인도한국문화원에서 '끝나지 않은 이야기' 전시를 선보입니다. 한국의 젊은 작가를 지원하고 배출하는 국립현대미술관 레지던시는 이번 전시에서 ‘근대’를 조명하는 한국의 다섯 작가 작품을 소개합니다.한국은 20세기에 식민지, 전쟁, 분단과 냉전, 급속한 경제 성장이라는 근대의 긴 터널을 통과하고 현재에 다다랐습니다. 혼란과 열기, 비극과 희망이 공존했던 지난 세기를 지나오면서, 근대란 단지 시대의 진통을 겪은 지나간 시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규율과 질서, 성장과 경제적 부를 좇아 달려온 근대화의 기획은 지금도 소화되지 못한 채 유령처럼 시간 속에 부유하고, 일상과 개인의 내밀한 삶에 파고들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근대화 기획은 현재의 사회를 설명하는 서사로 작용하며, 이에 대한 재조명과 평가가 현재의 우리 삶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인도 역시 20세기 초 식민, 분리, 디아스포라를 겪었기에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과 인도가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나현, 유비호, 이소영, 최원준, 하태범 다섯 명의 한국 작가는 각기 다른 소재와 관점으로 징후와 흔적으로 남은 근대적 사건과 역사에 접근합니다. 그들은 직선적인 시간을 거부하고 근대화가 남긴 쓰레기 더미에서 파편 조각들을 줍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서사를 만들며 비판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진단합니다. 그 안에서 근대화의 기획에서 탈주하는 미래를 꿈꾸기도 합니다. 아시아의 가능성은 미래에서 오는 것이 아닌 근대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날카로운 인식이 있을 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영상을 비롯하여 사진, 설치, 조각의 다양한 매체에서 펼쳐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시대의 이야기들을 접하는 귀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나 현나현은 ‘바벨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상·설치 작품 '악마의 천사'와 네 점의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2012년부터 작가는 한국 서울의 난지도와 독일 베를린의 악마의 산을 바벨탑의 유적으로 상정하고 근현대의 기억과 시간의 층위를 탐색해나간다. 나현은 서울과 베를린 두 곳의 역사적 장소와 시간을 연결하는 목조 우물을 설치하여, 현재 우리의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근대화의 흔적을 추적한다.유비호유비호는 영상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근대적 사건, 그 구조와 규율 속에 훈련된 개인, 권력 장치를 통해 만들어진 근대적 주체에 대해 탐색해왔다. 'DMZ 아름답지 않은' 작품은 한국의 분단 상징인 DMZ를 은유한다. 영상 '동풍, 두 개의 마음'에서 작가는 공원 앞 군부대가 보이는 장소, 전쟁기념관 형제의 상과 같이 분단과 이념적 갈등이 만들어낸 이질적인 풍경을 드러낸다.이소영이소영은 영상과 비석 조각 작품을 통해 근대기에 한국에서 연해주로,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한국 디아스포라의 과거와 현재를 추적한다. 영상 '자리잡기'에서 작가는 20~30대의 고려인 5세대 젊은이들과 오랜 역사를 지닌 카자흐스탄 고려인 공연 극장에서 퍼포먼스를 실행한다. 작가는 5세대들에게 이주와 독립의 상황을 맞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할지 질문을 함으로써 근대사에 대한 과거, 현재, 미래의 삶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최원준최원준은 이번 전시에 한국 근대사의 흔적이 중첩된 장소를 그린 영상과 사진 작품을 소개한다. 영상 작업 '물레'는 20세기 초 일제 식민시대 때 방직공장 지대로, 물레에서 지명이 유래한 서울 문래동을 배경으로 한다. 작가는 '물레' 작품을 통해 문래동을 위시한 한국의 근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이 장소에 깊숙이 파고든 근대 망령의 그림자를 드러낸다.하태범하태범은 영상과 사진을 통해 시대의 폭력과 미디어, 타인의 고통과 이에 대한 방관적 태도를 다룬다. 뉴스와 인터넷,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의 사건과 사고는 실시간으로 보도된다. 작가는 뉴스에서 접하는 각종 테러, 재해, 분쟁 지역의 파괴된 건물과 잔해, 폐허의 장면을 수집하여 모형으로 재구성하고 다시 평면의 사진으로 제작한다. 하태범의 작품은 이러한 근대적 사건에 대한 현대인들의 인식과 기억의 문제, 사건의 잔혹함을 방관하거나 혹은 즐기는 현대인의 태도를 재고하게 한다.[정다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