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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이상해도 괜찮아 - 이상한 영화제의 30주년을 축하하며

세 번의 부천 영화제 자원활동 후기

by 김현진 에디터
2026.07.18 16:46

 

 

부천 토박이로서 가장 자랑스러운 행사는 역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다. 부산, 전주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국제영화제 중 하나. 이상하고 아름다운 영화들을 상영하는 곳. 올해도 이곳에서 뜨거운 여름을 함께했다.

   

이 글은 상영작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리뷰는 아니며, 3년 차 자원활동가의 짧은 회고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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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원활동을 했던 것은 2023년이다. 집이 가깝기도 하고 가벼운 로망이라 하게 되었는데, 그때의 열흘은 내게 생각보다 더 많은 영향을 주었다.


영화를 좋아하던 얕은 마음에 불이 지펴졌고, 새로운 세상을 알고 사랑에 빠졌다. 영화제가 끝난 후 남은 한 달 반의 방학 동안 60편 이상의 영화를 보았을 정도로 말이다. 매일 집에서 폐인처럼 영화를 보며, 제어가 안 되게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3년이 흘러 지금은 한 달에 대여섯 편을 보면 많이 본 편이다. 뭐든지 시간이 지나면 식긴 하는구나 싶지만 그게 씁쓸하지는 않다. 오히려 살면서 한 번쯤 그 정도로 무언가에 빠져있었던 기억 자체가 굉장히 행복하고 특별하달까. 미디어학을 복수전공하게 된 것 등등 그 흔적이 남아 여전히 함께 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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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행복감을 잊지 못하고 이듬해에도, 올해도 어김없이 자원활동을 했다. 영화계로 나갈 자신까지는 없지만, 영화가 평생 함께하고픈 하나의 취미라는 확신은 점차 깊어지는 중이다.


취미에 관한 대화를 하다 보면 종종 이런 물음이 돌아온다. "시네필이세요?" ...그럴 때마다 상당히 말문이 막힌다. 그런 근사한 부류는 아닌 것 같기에. 내가 영화를 보는 마음은 친구에게 '잼얘'를 갈구하는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나 할까. 실은 영화 마니아, 예술 애호가의 탈을 쓴 도파민 중독자에 불과하다!


예전에는 그게 스스로 민망하고 머쓱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또 당당하게 생각해 보려 하는 중이다. 다 재밌자고 하는 건데 뭐 어때. 그런 점에서 특히 부천 영화제를 애정할 수밖에 없다.


전국의 영화제를 조금 다녀보며 느낀 건 영화제마다 색깔이 정말 다르다는 것. 그중에서도 부천 영화제에서는 예술영화보다는 장르영화와 B급을 많이 틀고, 대부분의 상영작이 순수하게 재밌는 편이다.

 

그러니 영화제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재미를 맛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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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화제에 가는 일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도 전공도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 다르지만, 오직 영화가 좋아서 한날한시에 부천으로 모인 사람들과 만나는 일. 아직 전 세계에 영화 만드는 사람, 보러 오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기쁨을 느끼는 일. 그리고 영화 속 사람들을 만나는 일. 정말 멋지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부터, 짜증 나고 황당한 캐릭터들까지.


비율을 따지자면 마음에 쏙 드는 영화보다는 평이하거나 엉망진창인 영화가 더 많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반짝이는 영화를 딱 만났을 때의 그 흥분감이 더더욱 좋다. 상영 중에도 다들 소리 내 웃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는 영화. 극장을 나서면서도 다들 기분 좋게 웃거나, 들떠서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는, 그런 순간의 공기를 사랑한다.


요즘은 심지어 엉망인 영화를 보는 것조차도 즐겁다. 부천엔 정말이지 이상한 영화가 많은데, '이상해도 괜찮아'라는 한마디 슬로건이 순식간에 그 모든 걸 괜찮게 만들어버린다. 아무리 화가 났던 영화도, 사람들과 얘기하고 같이 욕하다 보면 웃기고 재밌어진다. 우리를 깔깔 웃고 떠들게 해주기 위한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인생이 그런 거지. 그 어떤 끔찍함도 웃음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끔찍하다가도 가끔은 눈물 나게 반짝이는 순간을 만나기도 하는 거지. 이렇게 얼렁뚱땅 인생을 조금씩 더 알아간다.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도 극장이 존재할까? 영화가 존재할까? 잘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나는 20대 초반의 이 시간을 엄청나게 그리워하게 될 것 같아 벌써 슬프다. 이왕이면 오래 이 시대를 살아주기를.

 

BIFAN의 30주년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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