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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 파리의 사생활 [영화]

어렴풋하던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다

by 길유빈 에디터
2026.07.16 07:52

 

 

장례식에 다녀온 뒤부터 눈이 건조해진 것만 같다.

   

생소한 감각에 볼에 손을 대보면 축축하다. 닦아내고 또 닦아내도 볼은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며칠이 지나고, 여러 사람을 만나도 마찬가지다. 의사이자 이혼한 전 남편을 찾아가 안과 검진을 받아보지만 이상은 없고, 돌아온 것은 “당신이 우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는 말뿐이다.

 

이상하다. 울 이유가 없는데. 환자의 죽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도. 왜 눈물이 흐르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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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사생활>은 정신과 의사 릴리안이 9년 동안 진료했던 환자 폴라를 떠나보내며 시작된다. 별다른 이상 징후도 없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릴리안은 의문을 품고 장례식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졸도한 남자를 응급처치해 주고 통성명을 나누자, 남자는 돌연 표정을 바꾸며 릴리안에게 나가라고 소리친다. 그는 폴라의 남편이었고, 정신과 의사인 릴리안이 폴라를 죽였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게 릴리안은 장례식장에서 쫓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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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폴라의 딸이 릴리안을 찾아와 어머니가 남긴 독일어 메모를 해석해 달라고 부탁한다. 릴리안은 이를 거절하고, 멈추지 않는 눈물을 멈추기 위해 과거 최면 치료로 큰 효과를 봤다는 전 환자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렇게 최면술사를 찾아간 릴리안은 전생 체험을 하게 된다. 전생에서 자신과 폴라는 오케스트라 단원이었고, 릴리안은 폴라에게 사랑을 느낀다. 최면술사는 릴리안에게 폴라를 사랑했냐고 묻지만, 릴리안은 헛웃음을 지으며 모욕적인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난다.


이후 릴리안은 폴라의 독일어 메모를 해석하고, 폴라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혼란스러워한다. 딸이 범인이라고 하기도, 남편이 범인이라고 하기도 하며 전생 체험과 현실의 경계를 구분 짓지 못하기도 한다. 아들에게 전생의 이야기를 하던 모습은 헛웃음이 나왔지만 아이러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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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릴리안의 방에 인기척이 느껴진다. 폴라의 남편이다. 그는 릴리안이 폴라를 죽였다고 말하고, 그녀는 고통스러워하며 부정한다.

 

그러자 그는 다시, 정확히 말한다. 폴라의 죽음에 당신이 ‘관여’했다고. 릴리안이 정신을 차려 눈을 뜨자 폴라의 남편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그의 환상을 본 뒤 릴리안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눈이 내리는 저녁, 그녀는 한 환자를 맞이한다. 방에는 녹음기도, 수많은 테이프도 없다. 환자가 왜 불을 켜지 않느냐고 묻자, 릴리안은 의자에 앉은 채 그 질문에 답하고 영화는 끝이 난다.


릴리안은 정신과 의사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냉담한 사람이었다. 환자들의 이야기에 깊이 귀 기울이지 않았고, 모든 상담을 녹음한다. 환자들의 시간을 하나의 테이프로 취급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테이프는 고장 나지 않는 이상 언제든 다시 들을 수 있다. 지금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들을 수 있다는 생각. 릴리안이 환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늘 그러했다.


그렇기에 그는 폴라의 말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영화 후반, 폴라 남편의 환상이 이야기해 주고 나서야 비로소 폴라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환자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이야기였을지 모르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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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안은 본래 그런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변해 버렸을 수도 있다. 누군가의 정신을 다루는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무뎌지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자신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의 근원과 그 감정을 끝내 찾아내지 못한다는 점은 내게 무척 의아하게 다가왔다.


보통 사람은 어떠한 일을 겪고 눈물을 흘리게 되면, 그 감정의 근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 릴리안은 9년 동안 함께한 환자를 떠나보냈고, 누군가는 남편보다 릴리안이 폴라를 더 잘 알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영화 중간마다 릴리안과 폴라의 관계가 깊게 그려진다. 친구인지, 연인인지 모를 형태로. 그렇다면 오랜 시간을 함께한 환자의 죽음이 슬픔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과다.

 

그러나 릴리안은 그 사실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아니, 깨달을 수 없는 것이다. 자신 역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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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조금 늦었을지라도 릴리안은 마침내 폴라를 마주했고, 동시에 자신을 마주했다. 폴라의 죽음은 단순히 한 환자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는 끝내 릴리안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눈물을 닦아낸다. 이제 흐리던 눈앞은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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