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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치료와 치유 사이 - 파리의 사생활 [영화]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아집

by 이상아 에디터
2026.07.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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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리의 사생활>은 파리에 거주하는 정신과 의사 릴리안이 오랜 환자의 죽음을 전해 듣고 진실을 파헤쳐 가는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지적이고 강렬한 여성 캐릭터 연기의 대모 ’조디 포스터‘가 정신과 의사인 '릴리안' 역을 맡아 프랑스 연기에 첫 도전하여 화제가 되었다. ‘레베카 즐로토브스키’ 감독은 ‘파리의 사생활’은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삶과 빼앗긴 삶,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말하며 영화의 주제와 의미에 대한 힌트를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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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안’의 상담 사무실은 여느 병원의 정신과 의사의 상담실과는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하얀 벽과 딱딱한 책상 대신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편안한 소파로 환자들을 맞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환자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듯하다. 그녀는 환자가 사무실에 들어오면 일회용 베개커버로 쿠션을 덮고 녹음기를 재생한다. 테이프 방식의 오래된 녹음기 속에는 남에게는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생활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그녀는 녹음기에 담긴 말들을 해석하고 처방하지만 듣고 있진 않는다. 금연을 위해 오래도록 상담받아온 환자가 최면술을 받고 한 번에 금연에 성공했다며 환불을 요구할 때에도 그녀는 환자에게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저 해결책을 내리는 행위를 이어갈 뿐이다.

 

듣는 사람은 없고 말하는 사람만 존재하는 그녀의 공간은 마치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는 이웃 주민과 그녀의 관계와 같다.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하는 그런 사이. 그런 그녀가 오랜 환자의 죽음에 진실을 쫓는 이유는 자신이 처방한 약을 잘못 사용한 것에 대한 무의식 속 죄책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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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죽음의 이유를 쫓는 추적극 장르를 띄고 있지만 그 과정에선 ‘잠재의식’이라는 독특한 동기부여를 통해 릴리안을 움직이게 한다. 사례와 증거를 통해 판단을 내리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아집이 있는 의사인 그녀가 멈추지 않는 눈물 때문에 최면술사를 찾은 것이 그 시작이었다. 최면술사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아간 그 상황까지도 의심을 멈추지 않던 릴리안이 무의식 속에서 찾은 힌트는 바로 전생에 대한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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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이 걸리는 순간 영화는 감각적 장치를 활용해 관객들을 릴리안의 잠재의식 속으로 초대한다.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물속으로 들어가는 손의 이미지를 통해 촉감이 느껴지게 하고,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붉은 공간 속 릴리안의 모습등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는 ‘최면’이라는 인위적인 행위에 대해 릴리안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의심까지도 거두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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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 속 세계를 통해 릴리안은 자신의 환자가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고 확신하게 되고, 그의 가족들을 의심하는데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릴리안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며 완벽할 것 같던 그녀의 인생 또한 전 남편과의 관계, 아들과의 불화를 보여주며 환자들과 다를 것 없음을 보여준다. 사례와 증거만으로 환자를 처방하던 그녀가 비과학적인 전생 체험을 통해 자신의 추리에 확신하는 모습을 보며 진실에 목마른 사람의 오만함은 얼마나 무서운가에 대한 공포가 느껴졌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릴리안을 보며 ‘조디 포스터’의 캐스팅이 얼마나 탁월한 선택이었는지 다시 한번 느꼈다. 자신이 아는 영역과 알지 못하는 영역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초월적인 지식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는 듯한 연기는 마치 <양들의 침묵> 속 스탈링을 떠올리게 하며 복합적인 상황에 놓인 여성 캐릭터에 대한 그녀만의 해석이 돋보인다.

 

특히 영화 후반 아들과의 갈등 장면 속 릴리안은 근거 없는 자기만의 확신에 갇혀버린 캐릭터를 폭발적으로 그려내며 타인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바라보는 과정을 섬세하면서 차분하게 풀어냈다는 점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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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앞이라고 모든 환자가 진실을 말하지는 않아요
 

 

영화 후반에 이르러 인물의 단 한마디로 혼란스러웠던 미스터리에 방점을 찍는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릴리안은 그 한마디에 자신의 내면과 과오를 깨닫게 된다. ‘사생활’이라는 사적인 영역에는 그야말로 사적인 시선이 담겨있기 마련이고 그를 통제하려 한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협박과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고서야 운 좋게도 그 사실을 깨닫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아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사과하며, 환자들의 이야기에 경청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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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와 치유 사이 가장 큰 차이점은 ‘공감’에 있다. <파리의 사생활>은 결국 진실을 밝히는 추적극이 아닌 한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지 묻고 있는 심리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이 행한 진실 속에는 때론 거창한 해답보단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때가 있다. 릴리안이 멈추지 않는 눈물에 대해 원인이 아닌 이유를 찾으려 했다면,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적 의무감을 내려놓고 사람 대 사람으로 이야기했다면 그녀는 가족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이룰 수 있었지 않았을까.

 

조디 포스터의 섬세한 연기와 감각적이고 리드미컬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 <파리의 사생활>은 오는 7월 15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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