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는 말,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는 말, 나만의 이유를 가져야 한다는 말. 우리는 의미가 어딘가에 이미 존재하고, 그것을 발견해야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곤 한다.
하지만 그런 말들을 들을수록 삶의 의미는 오히려 더 멀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직 찾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의 삶이 충분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 이후>는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바꾼다. 삶의 의미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살아가고 있는 삶 속에 있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의미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의미를 언젠가 꼭 찾아야 하는 것, 찾고 나면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것처럼 하나의 답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책 속의 프랭클은 그런 의미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에게도 시기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는 일이 의미가 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될 수도 있다. 어떤 날에는 책임을 다하는 일이 의미가 되고, 어떤 날에는 한 사람을 끝까지 믿어주는 일이 의미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삶의 의미는 거창한 목표보다 오늘의 삶에 더 가까이 있다.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일, 해야 할 일을 끝까지 해내는 일,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끼는 일. 우리는 특별한 순간만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만, 프랭클은 그런 평범한 선택들 역시 삶을 이루는 의미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며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삶의 의미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 어쩌면 우리는 이미 의미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책에서 가장 오래 남았던 문장은 행복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간다고 말하지만, 프랭클은 행복을 목표로 삼을수록 행복은 오히려 멀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꺼내는 부메랑 일화가 재미있다. 호주에서 강연을 마치고 기념품으로 진짜 부메랑을 받았는데, 그때 부메랑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하나 듣게 된다. 사냥꾼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은 사실 목표물을 맞히지 못한 부메랑뿐이라는 것이다.
프랭클은 여기서 사람의 모습을 본다. 행복을 직접 목표로 삼고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맞히지 못하고 자기에게 되돌아온 부메랑과 같다고 말이다.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다. 행복만을 바라보고 달릴 때는 늘 지금보다 더 좋은 내일만 기다리게 된다. 더 좋은 직장, 더 많은 돈, 더 안정된 미래만을 생각하다 보면 지금 이 순간은 언제나 부족한 현재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살아낸 뒤 문득 행복했다고 느끼는 순간들은 조금 다르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보낸 하루, 힘들게 끝낸 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던 순간처럼 행복은 목표를 이루어서 생기는 감정보다, 의미 있는 시간을 지나온 뒤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행복은 애써 붙잡을수록 멀어지고, 의미를 따라 살아갈 때 조용히 곁에 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은 오늘도 질문을 던진다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프랭클이 삶을 하나의 질문처럼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늘 삶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삶이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 질문은 거창하지 않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할 것인지, 오늘 맡은 일을 어떻게 해낼 것인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떤 태도를 선택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삶은 거대한 시험 한 번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질문들을 계속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 질문에 하루하루 대답하며 살아간다. 그 대답들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이 되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만들어간다.
<죽음의 수용소 이후>는 흔히 고통을 이겨낸 사람의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내게 오래 남은 것은 고통보다도 삶을 바라보는 태도였다. 삶의 의미는 거대한 목적 하나를 발견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놓인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자주 '언젠가'를 기다린다. 언젠가 의미를 찾으면, 언젠가 행복해지면, 언젠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되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프랭클은 그 '언젠가'를 오늘로 가져온다.
오늘 내가 하는 일,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 오늘 내가 내리는 선택에도 이미 삶의 의미는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삶의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바꾸게 만드는 책에 가깝다.
삶의 의미는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것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살아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