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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워크맨>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래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예견합니다.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고 기후 변화가 기승을 부리면 인간의 마음도 이상해진다고. 저는 그 예언을 공손히 받아들여, 기술과 환경이라는 기작과 여러 심리적 억압에 의해 크고 작은 우울성 질환을 앓는 미래의 현대인들을 추상해 봅니다.


<워크맨> 작가의 글, 최양현

 

   

2060년 서울. <워크맨>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주5일제와 주4일제를 고민하던 2026년을 뒤로하고 주 3일 3시간 노동의 시대가 찾아왔다. 사람들은 적게 일하고, 기술 발전은 고도화되고, 이상 기후가 심화되어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달라진다.


<워크맨>은 인간의 삶에 깊숙하게 파고든 기술 발전과 기후 이상으로 인해 인간이 겪는 심리적 현상을 담았다. 2060년의 사람들에게 우울은 감기처럼 쉽게 걸릴 수 있는 병이 됐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사람의 마음을 좌우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 된 셈이다.

 

극 중 정신과 전문의 ‘민준’은 각종 우울성 정신질환을 모니터링하고 진단하여 결국 걸음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이론을 내세운 ‘워크맨’ 앱을 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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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워크맨>은 이 어플을 사용하는 6명의 사람, 그리고 민준과 그 사람들의 삶을 지원하는 AI 로봇 ‘알마’의 이야기로 처음부터 작동한다.

 

기술의 고도화와 디지털 자본주의는 인류에게 일주일에 세 번씩 일해도 살아갈 수 있는 편리성을 제공했지만, 인간의 근본적인 존재성과 가치를 조금씩 짓밟아가기 시작했다. 퀴어와 사람을 돕는 AI 로봇의 보편화로 인간 사이에서의 경계와 인간 외부에서의 경계를 흐려지는 듯 보이나,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실존에 대한 고민은 점점 더 부각되는 모습이다.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는 민준의 딸 ‘시트왓 설린’, 수명이 지나치게 길어진 시대에서 삶의 의욕을 잃은 103세 노인 ‘미연’, 원인불명의 만성 불면증에 시달리는 ‘유리’, 한국과 베트남 혼혈로 태어나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방황하는 ‘응웬 하니’, 분노조절 장애를 앓고 있는 ‘하루’까지.


민준은 걸어서 우울을 타파할 수 있다는 ‘워크맨 운동’을 만들지만 민준 역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과 우울에 쫓기고 있다. 비가 오면 사람들의 우울을 나타내는 ‘워크맨 지수’가 확 오르는 덕에 하루에도 몇 번을 날씨가 좋은 곳을 찾아 사람들에게 워크맨 운동을 보여주기 위한 방송을 시작한다.


<워크맨>은 2060년에 빗대어 2026년의 기술 발전, 이상 기후와 사람들의 심리적 질병에 대해 이야기 할 자리를 마련하는 블랙 코미디극이다. 각 등장인물의 에피소드가 겹겹이 나열되며 달라진 시대와 상황이 개개인으로서의 사람을 압박하는 부담과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동시에, 그 속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고자 발버둥 치는 사람들의 면면을 담았다.


극이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실시간 방송을 통해 워크맨 운동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민준은 열정적이다 못해 절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사실, 민준 역시 자신의 아내이자 딸 설린의 어머니를 잃은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자면 다시는 누군가가 누군가를 우울로 인해 잃게 할 수 없다는 명목 아래 ‘워크맨’이 탄생한 셈이다.

 

AI 로봇과 각종 기술로 온갖 일을 해결하는 2060년에 탄생했다기엔 아주 조금은 ‘아날로그’ 하다고 말할 수 있는 워크맨 운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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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맨>의 ‘워크’는 민준이 만든 워크맨 운동과 뜻을 같이하는 걷다(walk)의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극이 시사하는 바를 통해 일한다(work)의 뜻을 함께 전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이상 일하고 싶어도 일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가지는 자기 자신에 대한 효능감 저하와 자기 확신에 대한 부족이 사람들의 우울을 한층 더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분명한 비극적인 결말 없이 극은 막을 내리지만, 2060년에서 돌아와 2026년에 떨어진 관객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어쨌든 세상은 발전할 테다. 그때가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지금이 아득하게 멀어진 시대가 찾아올 것이고, 어쩌면 우리는 몇십 년이 지나 일주일에 세 번 일하고도 아주 편리한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워크맨>은 기술의 고도화 속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2026년의 우리에게 절박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반짝이고 매끈한 것에 뒤처진 중요한 것이 있지 않느냐고, 그것이 무엇이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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