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글쓰기 도전.jpg

 

 

인천의 한 독립서점에서 책 한 권을 구매했다. 입구 근처에 놓인 푸른 표지의 책은 제목부터 내 마음을 훔쳤다. ‘글쓰기 도전 댄스’라니, 글 쓰는 사람으로서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책장을 넘겨 가장 먼저 마주한 건 저자 소개였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글쓰기와 책 만들기를 좋아합니다. 엄살 부리기, 겁먹기, 미루기, 피하기, 정말로 원한다면 시작해 버리기를 잘합니다. 아마도.’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주저함이 많은 내게 따뜻한 위로로 다가왔다. 확신에 찬 말보다 오히려 ‘아마도’라는 진솔함이 더 묵직하게 파고들었다.


<글쓰기 도전 댄스>는 저자의 사소하지만 용기 있는 도전을 보여준다. 댄스 학원, 유료 메일링 서비스, 사교 생활 도전기를 3부에 걸쳐 그렸다.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시도하지 못했던 나날들, 그 벽을 깨부수고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저자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마치 나의 고민을 들여다보는 기분이랄까.


저자는 댄스 학원에 등록하고 수업을 받기까지 그날의 생각과 감정들을 회고하며 기록했다. 재밌을 거란 기대와 달리 수업은 생각처럼 즐겁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하던 저자는 눈치를 보느라 쭈구리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누구나 처음은 어색하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기가 죽어 눈치를 보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저자는 처음의 낯섦을 새로운 시작을 위한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러지 말자’는 다짐보다 ‘그래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인다.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며 낯섦은 서서히 익숙함으로 변해갔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는 일,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고 영상을 찍는 순간들도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이제는 춤을 잘 추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추지 않는다. 쭈뼛거리게 만드는 긴장감을 내려놓은 채 그저 춤을 춘다. 이처럼 도전을 조금 더 수월하게 만드는 것은 그냥 해보는 단순한 마음가짐이다.


‘해볼까 - 해도 될까? - 왜 하려고? - 해 보자 - 시작해 버렸다’


댄스 학원에 이어 도전한 유료 메일링 서비스, 그 과정이 담긴 소제목들은 마치 하나의 도전 사이클처럼 보인다. 우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까지 수많은 물음표를 던지며 도전의 이유를 찾는다. 그 답을 찾기 위한 숙고의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시작해 버리는 실천이다. ‘해볼까’라는 생각이 든 순간 이미 마음속에서는 도전이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이 깊어질 수록 한 가지가 또렷해진다. 고민도 많고 신경 쓰이는 것도 많지만 하지 않을 핑계 대신 하기 위한 실행에 맞춰져 있군… 내 마음은 이미 결정돼 있군… 그래, 그렇다면…하자. 어디 한 번 해보자. (p.88)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저자에게는 그것이 사교 생활이었다. 내향인 저자에게 이는 도전의 영역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내면을 건강하게 만들어줄 독서 모임에 참여한다. 어색한 자기소개로 시작된 첫 모임, 초반에는 맞장구만 치는 대화가 이어졌지만 서서히 대화의 물꼬를 트며 진심으로 몰입하게 된다. 혼자여도 좋지만 함께해도 좋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시간이 스스로를 한 뼘 더 성장시킨다는 것을 말해준다.


 

글 앞에 목적이 생긴 탓에 글이 막힌 거였어요. 글이 수단이 돼버려서요. 합평 모임이란 목적 달성을 위해 글을 이용해 버려서요. 자꾸 주춤한 거예요. 망설임, 조급함, 긴장감 속에 엉켜 있다가 조각만 남은 거죠. (p.133-134)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이 막히는 순간을 마주한다. 저자는 글이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릴 때 주춤하게 된다고 말한다. 나는 책의 3부를 읽으며 쓰기의 자세를 다시 바로잡았다. 글의 무게를 덜어내는 것, 남에게 있어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글을 쓰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써 내려가는 것이다. 욕심 때문에 힘쓰기보다 담백한 자세로 글을 마주해야 한다.


이는 도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이유나 결과를 먼저 그려놓고 힘을 빼지 말자. 작은 호기심에 따라 가볍게 그냥 시작해 보는 것. 그 사소한 도전이 멈춰 있던 일상을 춤추게 만들 것이다.

 

 

글쓰기 도전2.jpg

 

 

  

컬쳐리스트 조은정.jpg

 

 

조은정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건 근사한 일이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