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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ives Out]은 라이언 존슨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2019년작 미스터리 영화다. 유명한 추리 소설가가 자신의 생일 파티 뒤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등장한 탐정 브누아 블랑이 가족들 사이에 얽힌 갈등과 비밀을 하나씩 파헤쳐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화려한 캐스팅과 영리한 서사를 동시에 담으면서도, 그 핵심에는 언제나 ‘인물들의 욕심과 위선, 그리고 가족 관계의 균열’이라는 날카로운 주제를 숨겨두고 있다.


해당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이 작품이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전개가 탄탄하고 빠르다는 점이었다. 보통의 미스터리 영화는 사건의 진실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극 전체의 분위기가 무겁고 가라앉기 마련이다. 하지만 [Knives Out]은 빠른 호흡과 특유의 유머, 그리고 저마다의 욕망을 품은 개성 강한 인물들 덕분에 마지막 순간까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여러 평론에서 이 작품을 좋게 평가하는 이유를, 영화를 보는 내내 온전히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가 우선적으로 나온 것은,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돼있을 수도 있다. 최근 내가 깨달은 영화 취향 중 하나는, 활자 속에 갇혀 있던 고전 추리 소설을 완벽하게 스크린 위로 시각화해 둔 듯한 정교한 연출을 참 좋아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흥미로웠던 지점은 이 영화가 관객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전통적인 추리극처럼 모든 비밀을 꽁꽁 숨겨두기보다는, 초반부터 관객에게 사건의 큰 틀과 단서를 어느 정도 보여주며 시작한다. 관객이 이미 진실의 일부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인물들의 거짓 섞인 말과 행동을 다시 보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극을 따라가는 시선이 한층 더 입체적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누가 범인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가”를 능동적으로 추적하게 만들기에 마치 추리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며 결국 관람 경험 자체가 훨씬 적극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완전히 감추기보다 적절히 드러냄으로써 긴장감을 유지하는, 참으로 영리한 연출이 아닐 수 없다.

 

 

 

닮은 듯 다른, [The Residence]

 

이러한 포맷은 과거에 역시나 재미있게 감상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The Residence] (한국 공개명 [그렇게 사건 현장이 되어 버렸다])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이 드라마는 매 회차마다 의심되는 인물을 교묘하게 바꾸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3화의 제목이 “Knives Out”이었는데, 이 드라마가 영화 [Knives Out]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라는 걸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제목으로 겨냥한 만큼, 이 둘은 상당히 연관성 있는 작품이다. 명성이 높은 가문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과 높으신 분들이 모인 장소에서 일어난 것 뿐만 아니라, 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백악관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인물들의 동기와 알리바이를 추적해 나간다는 구조적 설정 역시 닮아 있다.

 

다만 두 작품이 퍼즐을 완성해 나가는 문법에는 명확한 차이가 존재한다. [The Residence]가 인물들의 진술을 뒤흔들고 의심의 방향을 계속 수정하며 퍼즐의 판을 넓혀가는 느낌이라면, [Knives Out]은 시작부터 이야기의 핵심을 과감히 드러낸 채 인물들이 숨겨둔 내면의 동기를 더 선명하고 묵직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차이는 극을 이끄는 탐정의 페르소나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Knives Out]의 브누아 블랑은 ‘세계 최고의 탐정’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노련하고 뛰어난 관찰력을 지닌 인물로, 그의 말투와 신사적인 태도는 고전 탐정의 풍모와 카리스마를 물씬 풍긴다. 반면 [The Residence]의 코델리아 컵은 마치 새를 관찰하듯 인물과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핵심을 정확히 짚어내는 현대적이고 독특한 습관의 탐정이다. 고전적이고 유머러스한 블랑과 차분하고 기묘한 코델리아, 두 강렬한 탐정은 완전히 달라보이면서도 어딘가 엉뚱하고 집요한 부분이 닮아있다. 이러한 캐릭터의 대비를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장르적 쾌감은 배가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부분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 그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폭로되는 가족 간의 대화와 충돌이었다. 대저택 안에서 겉으로는 단단하고 우아해 보이던 집안은, 사건이라는 균열이 생기자마자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오직 자기 이익만을 챙기려는 추악한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나는 이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보면서, 이 영화가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인간의 이기심을 날카롭게 겨누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달콤하고 유쾌한 추리극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대 사회의 모순을 찌르는 꽤나 묵직한 풍자극의 날이 서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Knives out]은 단순히 범인을 맞히는 오락적 재미에 머무르지 않는, 인물들의 촘촘한 관계망과 사회적 메시지를 훌륭하게 결합해 낸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와 같은 다른 추리극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범인을 드러내는 방식과 탐정의 캐릭터 설정에 따라 장르가 얼마나 다채롭게 변주될 수 있는지를 증명해 낸다. 한 번의 관람으로 소비되고 마는 영화가 아니라, 작품 뒤에 숨겨진 세부적인 복선과 인물들의 이중적인 행동들을 계속해서 되새기게 만드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화려한 저택의 문이 닫힌 후에도, 나는 여전히 인물들이 뱉어낸 위선의 말들과 브누아 블랑이 밝혀낸 씁쓸한 진실의 무게를 오래도록 곱씹고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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