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때때로, 어쩌면 생각보다 더 자주, 굴욕적인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문제는 이놈의 굴욕은 생겨남과 동시에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다. 굴욕적인 상황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에게 굴욕은 너무나도 힘든 기억이다.

   

이런 굴욕을 탐구한 책이 바로 <굴욕>이다. 책 <굴욕>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굴욕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책 속에는 수많은 굴욕의 순간들이 담겨있다. 그 굴욕은 작가 본인의 것이기도 하고 유명인의 것이기도 하다. 혹은 굴욕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기도 하다.

 

 

005_굴욕_앞_1.jpg

 

 

책 <굴욕>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개념은 굴욕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이 말인즉, 굴욕은 결코 혼자 있을 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굴욕을 느끼는 과정에는 타인이 존재한다.

 

 

굴욕은 관계에서만 발생한다.

굴욕은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과정, 상대방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만 굴욕을 느낀다.

 

p.21

 

 

책 <굴욕>의 저자 웨인 케스텐바움에 따르면 굴욕은 타자로부터 발현된 감정이기에, 우리는 결코 혼자서는 굴욕적인 순간을 경험할 수 없다. 그렇다는 건 우리는 굴욕을 느낄 수 있는 존재임과 동시에 굴욕을 느끼게 만들 수 있는 존재이다. 여기서 저자는 '굴욕의 삼각관계'를 말한다.

 

 

굴욕에는 (1) 피해자, (2) 가해자, (3) 목격자의 삼각관계가 포함되어 있다.

 

p.16

 

 

굴욕에는 피해자와 가해자뿐만 아니라, 목격자가 존재한다. 굴욕을 가하고 굴욕을 당하는 사람 사이엔 굴욕의 현장을 지켜보는 목격자가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목격자'라는 존재가 굴욕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건드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굴욕이 단순히 나와 너의 관계에서 끝나는 감정이었다면, 굴욕의 피해자는 생각보다 덜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같은 굴욕의 특성을 '굴욕의 보상'이라는 말로 희화한다.

 

 

굴욕에는 여러 보상이 따른다.

롤모델로 간주되는 영광, 구경거리가 되는 즐거움,

남에게 보여지고 읽히는 특혜가 그런 것들이다.

 

p.17

 

 

굴욕을 경험하며 목격자들에게 구경거리가 되는 상황을 오히려 즐거움이라고 말하는 것은 굴욕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타인 의존적인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저자는 굴욕적인 순간을 오히려 자기 해방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느냐고 제시한다.


 

드넓고 드높은 경험이 과중해지고 불쾌해져서

기분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굴욕은 곧 축복이 된다.

 

p.21

 

 

이처럼 저자는 책 <굴욕>을 통해 굴욕의 여러 측면을 이렇게도 뜯어보고 저렇게도 뜯어본다. 굴욕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감각에서 벗어나, 굴욕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특징을 객관적으로 해부하고 있다. 따라서 책 <굴욕>을 읽다 보면, '굴욕이 그렇게 부정적이기만 한가?'라는 요상한 생각을 하게 된다. 굴욕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더 나 다워질 수 있다는 괴이한 믿음을 가지게 된다.

 

굴욕은 쉽게 다루기 어려운 탐구 주제이다. 하지만 책 <굴욕>은 기꺼이 굴욕이라는 감정을 심도 있게 들여다본다. 굴욕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묘한 이끌림이 있는 분들이라면, 감히 이 책을 궁금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코 책은 답을 주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사고의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어 줄 뿐이다. 어떤 모양으로, 어떤 방향으로 날아갈지는 읽는 이의 몫일 것이라 생각한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