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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영화 <올 그린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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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면 동네 도서관에 갔다.

  

책장과 책장 사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 채 페이지를 넘기던 오후들. 점심 무렵 들어간 도서관에서 고개를 들면 어느새 창밖이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영화 <올 그린스>를 보고 영화관을 나오는데, 어쩐지 그 여름의 온도와 습도, 종이 냄새가 느껴졌다. 마치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나온 것처럼 화면 속 장면들이 활자처럼 느껴졌고, 눈앞에서 재생되는 영상이 마치 혼자 머릿속으로 그려본 장면 같았다.

 

영화 <올 그린스>는 묘하게도, 여름의 종이냄새, 찹찹한 초록색 공기가 느껴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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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것 같은 영화


 

원작은 1999년생 작가 나미키 도의 동명 소설이다. 소설이 원작이라는 사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자연스럽게 감지된다.

 

영화 <올 그린스>는 나레이션과 몽타주를 과감하게 활용한다. 인물의 내면을 전달하거나 장면과 장면 사이를 잇는 방식이 영상 문법보다 활자의 호흡에 가깝다. 그런데 이것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영화의 장르, 청량하고 통통 튀는 청춘 범죄물의 결과 딱 맞아떨어진다.

 

소설을 읽을 때 독자가 머릿속으로 그려내던 장면이 스크린 위에서 그대로 재생되는 듯한 쾌감. 이 영화가 주는 신선함과 청량함은 바로 거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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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배우의 앙상블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배우를 빼놓을 수 없다.

 

보쿠 히데미 역의 미나미 사라, 미루쿠 역의 데구치 나츠키, 이와쿠마 역의 요시다 미즈키. 세 사람은 저마다 완전히 다른 결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한 명 한 명을 따로 보아도 눈을 뗄 수가 없는데, 셋이 한 화면 안에 모이면 그 시너지가 배가 된다. 요즘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들이라는 수식어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님을 스크린 앞에서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앙상블이 특별한 이유는 외모만이 아니다. 세 캐릭터는 성격도, 욕망도, 현실을 버티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함께일 때 어딘가 자연스럽고, 어딘가 필연적으로 느껴진다. 따로 또 같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슬럼가를 살아내고 있는 소녀들.

 

세 배우는 그 미묘한 결을 과하지 않게, 그러나 선명하게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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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의 청춘


 

어느 밤, 세 소녀는 한 교차로에서 같은 장면을 목격한다. 아기를 안은 여자가 차에 치였다. 차는 멈추지 않았고, 여자는 혼자 울다가 혼자 일어나 뒤돌아 걸어갔다. 세 소녀는 그 장면을, 그리고 같은 장면을 바라보는 서로를 목격했다. 이후 그 여자는 강에서 아기를 안은 채 시체로 발견된다. '아, 이 동네에서 버티다 보면 저렇게 된다.' 말로 나누지 않아도 셋이 공유했을 감각은 아마 그것이었을 것이다.


세 소녀는 모두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 폭력적인 가정, 기댈 곳 없는 어머니, 손가락을 잃은 뒤 떠난 친구들, 최저시급으로 버티는 방과 후. 꿈은 있었지만 그 꿈이 뿌리내릴 땅이 없었다. 히데미에게 랩이, 미루쿠에게 영화가, 이와쿠마에게 만화가 있었지만 이 동네는 그 어느 것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밤 교차로에서, 셋은 어렴풋이 알았을 것이다. 여기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는 메마른 땅이라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왜 했냐고 묻는 건 쉽다. 그러나 영화 <올 그린스>는 그 질문 대신 다른 것을 건넨다. 이 아이들을 그 선택 앞에 세운 건 누구였냐고. 하지 않아도 되었을 선택을 왜 하게 만들었냐고 말이다.

 

이 영화는 영악한 비행청소년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몰리고 몰린 끝에, 애써 자신의 초록을 뿌리내리려 했던 여린 청춘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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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 그린스>는 아이들이 그 선택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자리를 계속해서 보여준다.

 

청량한 색감 아래 내내 깔려 있던 우울과 고요함, 관객들이 느끼는 미묘한 불쾌감은 이들의 환경이 너무나 폭력적이라는 점에서 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쨍하고 밝은 화면이 오히려 더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아이들이 처한 현실과 그 화면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도서관 문을 밀던 그 여름이 떠올랐다고 했다. 덥고 습한 여름의 공기가 참 불쾌하면서도 잠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나무와 들풀의 푸르름 때문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올 그린스>는 그런 영화다.

 

괜히 멍하니, 한참, 그 세 얼굴이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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