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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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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고 싶은 거 있어. 놀이터 리뷰할 거야."

- "그거 하나도 재미없을 것 같은데."

"아무도 안 했잖아."

- "아무도 안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내가 먼저 할 거야."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보부상'에 올라온 〈마포구 놀이터 리뷰〉 영상은 이런 대화로 시작한다.

 

결연한 눈빛으로 선전포고를 던진 청년은 마포구 동네를 돌아다니며 채점표에 꼼꼼히 점수를 매기기 시작한다. 평가 기준은 미끄럼틀이 얼마나 스릴 있는가, '놀이터의 꽃' 그네가 있는가, '지옥 탈출 게임'을 할 수 있는가 등등. 당찬 시작과 달리 내용은 어딘가 허술해서 자꾸 웃음이 난다. 쓸데없고 그다지 유용하지도 않은 이 26분짜리 영상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 하는 사람이 진심으로 재미있어 보여서다.

 

그 즐거움이 자꾸 시선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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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점표를 들고 놀이터 구석구석을 진지하게 평가하는 모습 ⓒ 스튜디오 보부상 〈마포구 놀이터 리뷰〉

  

 

 

인스타그램에서 시작한 ‘아이디어보부상’


 

사실 이 채널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24만 명을 보유한 콘텐츠 크리에이터 '아이디어보부상'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이들은 '이런 제품 있으면 재밌겠는데?' 싶은 가상의 아이템을 콘텐츠로 제안하는 크리에이터로 알려져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체내의 급똥 신호를 감지해 장문혈을 눌러주는 애플워치, 내 면도기를 쓰는 여자친구와 싸울 일 없는 질레트 커플 면도기,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팝업스토어 컨셉 제안.

 

이들의 콘텐츠 속 아이디어나 굿즈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보고 나면 문득 진짜로 있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아쉬워지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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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_ 급똥 신호 감지 기능을 탑재한 애플워치. 심박수 변화를 포착해 자동으로 장문혈 지압 모드를 활성화한다는 설정이다. ⓒ 아이디어보부상 인스타그램

아래_ 민음사 세계문학'전(全)집'이 아닌, 세계문학 '전(煎)집' 팝업스토어. 동음이의어를 활용해 책 표지를 전으로 부친 듯 재해석한 이미지를 제안했다. ⓒ 아이디어보부상 인스타그램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건


 

아이디어보부상의 시작은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평범한 20대 직장인이던 시절, "그저 주어진 업무만 쳐내고 있는" 자기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스스로 재미있어야 뭐든 지속하는 성격이라, 재미있는 일을 찾기로 결심한 끝에 시작된 것이 아이디어보부상이다.

 

"하는 사람이 재미있으면 보는 사람도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올리다 보니, 어느새 회사를 그만두고 이것을 본업으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재밌는 건 이들이 던진 '허무맹랑한' 제안 중 일부가 실제로 세상에 나왔다는 점이다.

 

네 컷 사진을 찍을 때 포즈가 생각나지 않는 경험에서 출발한 '네 컷 사진 가이드 필터'는 브랜드 포토이즘과 협업해 구현됐다. 이어 찜닭 프랜차이즈 두찜과는 국물이 튈 걱정 없는 '국물 튈 걱정 마라 티셔츠'를 한정판으로 제작했다. 이들이 던진 농담 같은 발상이, 댓글로 모인 반응이, 브랜드의 응답으로 이어지고 결국 매대 위의 물건이 됐다.

 

과거에는 기업이 상품을 설계하고 소비자가 반응하는 쪽이었다면, 이제는 역방향의 흐름이 가능해진 셈이다. 과거의 보부상이 이 장, 저 장을 옮겨다니며 물건을 이고 팔았다면, 이들은 인스타그램이라는 장에서 가상 굿즈를, 유튜브에서는 놀이터 리뷰 같은 엉뚱한 시도를 꺼내 펼쳐 보인다.

 

플랫폼마다 선보이는 보따리 모양은 다르지만, 이고 다니는 건 결국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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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찜 신메뉴 '마라로제찜닭'의 국물 튐 걱정을 덜어주는 '국물 튈 걱정마라 티셔츠'. 가상 굿즈로 제안된 콘텐츠가 뜨거운 반응을 얻자, 두찜이 한정 수량을 이벤트성 굿즈로 실제 제작했다. ⓒ 아이디어보부상 인스타그램

 

 

한편, 지난해 10월에는 DDP에서 열린 울트라백화점 전시에 참여해, '목욕탕'을 주제로 한 공간을 선보이며 대중과 만났다. 때밀이 수건으로 만든 점프슈트, 바이올린 현 모양의 칫솔, 이쑤시개 면봉. 평범해 보이지만 어딘가 잘못된 물건들이 전시관을 채웠다. '이유없이 끌리는 쓸데없는 것들'이 이 공간의 컨셉이다.

 

아이디어보부상은 한 인터뷰에서 "'왜 이랬을까'라며 딴지를 걸듯 살펴봐달라"고 말했다. 엉뚱한 조합이 탄생한 이유를 찾는 과정 자체가 전시의 묘미라는 것. 작업 순서는 의외로 단순하다. 공감 가는 불편을 먼저 찾고, 직관적인 해결책을 떠올린 뒤, 마지막에 '이걸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답으로 뒤집었다. 공감 위에 얹힌 유머다.

 

 

 

다시, 놀이터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익숙하게 소비하는 창작물도 대개는 작은 생각 한 조각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당연해 보이는 모든 것에도 누군가의 서툴고 엉뚱한 첫 번째 시도가 있었을 테고, 그중 어느 것 하나 처음부터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조적인 태도로 호응하지 않는 일, 모든 것에 가능성을 열어두는 일, 무엇보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이유'를 찾기보다 '아무도 하지 않으니 내가 한다'라고 말해보는 일. 이 모든 것이 결국 우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한다.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이들의 콘텐츠가 자꾸 마음을 붙드는 건, 그 허술함이 어쩌면 가장 용감한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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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 보부상 〈마포구 놀이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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