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국립극단] 삼매경(2026) 포스터.jpg

 

 

연극 <삼매경>은 함세덕 극작 <동승>으로부터 출발한다.

 

원작 <동승>은 절에 자신을 두고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동자승 도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며, 1939년 초연된 이후 영화로 각색되는 등 고전으로 읽혀왔다. 1991년 당시 어린 도념을 맡아 연기했던 지춘성 배우는 35년 만에 다시 무대 위에서 도념과 만난다.

 

실제로 <삼매경>은 지춘성 배우가 35년 전 맡은 도념 역할을 실패라고 여기며 혼란을 겪는 배우 자신을 연기하는 것과도 같다. 극중 그는 저승의 문턱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며, 이승의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는 말에 과거 자신이 연기한 도념을 떠올린다. ‘과연 내가 진정 도념과 한 몸이 되었었던가’ 생각에 잠긴다.

 

결국 그는 다시 한번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사력을 다해 도념을 연기할 것이라는 절박함과 함께 저승길의 반대 방향으로 뛰어든다.

 

 

[국립극단] 삼매경(2025) 공연사진05.jpg

 

 

극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저승길의 반대로 뛰어든 그는 35년 전 1991년 연습실로 돌아온 것이다. 그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두 번의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과거 미완성으로 남겨진 ‘도념’이라는 인물에 접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여기서부터는 ‘극중극’ 장치가 본격적으로 발현되며 작품에 몰입을 더했다.

 

배우는 어린 도념과 자신의 삶의 공통점을 찾으려 애썼는데, 극중 엄마를 그리워하는 도념을 연기하기 위해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슬픔에 젖은 자신의 모습을 제3의 눈으로 관찰했다. 더군다나 조문을 온 지인의 말투와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며 언젠가 작품에서 연기할 만한 캐릭터를 연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도념을 연기하고자 하는 그의 소망은 좀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과거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 자아를 스스로 죽여버리며 무아지경으로 극에 임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인물을 만들고, 대사를 재창조하며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인물들을 조종하며 치열하게 극을 완성시키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죽여도 죽여도 자꾸만 나타나는 자아를 만나게 되고, 또 한 번의 실패를 마주한다.

 

결국 이 모든 건 미완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국립극단] 삼매경(2025) 공연사진06.jpg

 

 

미완성이라고 해서 그것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저 실패라고만 여겼던, 부족함과 아쉬움으로 점철된 과거인 ‘미완성’이 완성 그 자체라는 사실을 깨달은 배우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며 무대 밖으로 퇴장한다. 그와 동시에 천장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를 붙잡아 두었던 ‘후회’라는 세계가 무너지는 것일까.

 

<삼매경>은 배우의 삶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비단 거기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이 이야기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해당되면서 개개인의 은밀하고도 사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같은 배우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배우의 시선으로 극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바빴다. 특히 장례식장에서 슬픈 자신을 연기하기 위해 스스로를 관찰하고 객관화하는 부분은, 아마 모든 배우라면 알지도 모른다. 한 번쯤 그런 순간이 자신에게도 있었다는 것을.

 

나 또한 과거 연기했던 작품 혹은 캐릭터를 지금 와서 다시금 돌이켜보곤 한다. 그때의 나는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 인물을 연기했으며, 그걸 지켜본 관객들은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하는 후회로 얼굴이 붉어질 때도 있다. 고작 몇 년 더 살아오며 경험치를 보다 누적했다는 이유로 지금은 더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만도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이런저런 생각이 가지를 칠 때 즈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슬프게도, 결국 삶 자체가 미완성이기 때문에 후회와 미련, 그리움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결국 떠안고 살아가야 할 마음이라면 어쩌면 그리 슬픈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각자의 미완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후회라는 벽을 허물 수 있을까. 이것은 마침표를 찍지 못한 존재에게 주어진 평생의 숙제이자 축복이다.

 



컬쳐리스트.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