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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매경>. 쉽지 않은 공연이 될 거라고 여겼다.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대략적으로 알 수 있듯이, 극은 과거와 현재, 무대 세계와 현실 세계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뿐만인가. 한 사람에게서 두 가지 이상의 내면이 등장한다. 이러한 방대함 때문에 불교적 지식조차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은 내가 과연 이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지 두려워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극이 끝나고 모든 배우들이 한 명씩 관객에게 인사를 건네는 그 순간, 그들이 손을 맞잡고 고개를 숙이는 그 순간, 나는 인정해야만 했다. 이 어려운 이야기 속의 어느 한 곳에서 ‘나’,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음을 말이다.

 

 

[국립극단] 삼매경(2026) 포스터.jpg

   

 

<삼매경>은 죽음을 앞둔 지춘성 배우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배우 지춘성에게는 35년 전 자신이 연기했던 배역, <동승>에서의 ‘도념’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완벽하고 완전한 도념이 되어 연극 무대에 설 수 있으리라. 결국 그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저승길에서 삼도천으로 뛰어들게 되고, 기적처럼 그때 그 순간, 도념을 연기하던 때로 돌아가게 된다.

 

회귀를 경험하여 과거로 돌아온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처럼, 지춘성 배우 또한 이번에는 좀 더 도념의 삶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어머니를 잃은 지춘성의 기억이,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홀로 절에 남겨진 도념의 감정과 겹쳐 진다. 그는 <동승> 속의 도념이 곧 자신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지에 이른다. 두 사람은 하나다. 오롯히 도념과의 삼매경에 빠져든다.

 

 

[국립극단] 삼매경(2025) 공연사진23.jpg

 

 

삼매경이란 무엇인가?

 

잡념을 버리고 오직 하나의 대상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것을 삼매경이라 이른다. 지춘성(도념)은 지난 과거 완벽한 도념이 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들을 잡념이라 여긴다. 연극 무대에 불쑥 불쑥 나타나는 그 자아들을 함정에 빠트리고, 목을 베어 없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넌 완벽한 도념을 연기할 수 없어! 라고 말하듯이, 계속해서 도념의 주위를 알짱거린다.

 

결국 지춘성은 깨닫는다. 내가 불완전한 도념을 연기하는 그 모든 순간이 내 삶의 과정이었음을 알게 된다. “한여름 창창함을 과시하다 기약 없이 지고 마는” 짧은 인생이었다. 그 인생의 과정이 모두 완전하고 완벽할 수는 없었다. 그는 35년 전 도념을 다시 연기함으로서 삶을 완성하고 싶어 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불완전하고 미완성인 부분이야말로 ‘인생’을 완성하는 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나는 공연 <삼매경>을 보며 우리의 삶을 떠올렸다. 미숙하고, 불안하고, 완성되지 않았던 순간들이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훗날 뒤를 돌아보아 그런 순간들을 떠올린다면, 기억은 미화되어 있다. 그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완성되어 꽉 찬 삶이 아닌, 미완성되어 불완전한 삶이기에 더 채워 나갈 부분이 존재한다.

 

극이 내려가고 배우들이 하나 둘씩 인사를 하는 순간 느꼈다. 아, <삼매경>을 이루고 있는 이들은 누구보다도 이 일을 사랑하는구나. 나는 지금 누군가의 삶 중에서 이처럼 반짝이는 순간을 목도하고 있는 거구나. 무언가 삼매경에 빠진 이들의 모습은 이렇게나 아름답구나.

 

불완전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모습은 아름다울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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