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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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다.


어느 날, SNS를 하다가 ‘교환독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길로 나와 같이 해 줄 친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구해서 해보았다.

 

그리고 이 독서활동의 시간들을 정리하고 싶어 글을 적게 되었다.

 

 

 

원피스의 루피처럼 “너 내 동료가 돼라!”


 

교환독서를 할 친구를 구하며 많은 말을 했다. “나랑 같이 교환독서라는 걸 해볼래?”라던가 “나랑 같이 교환독서를 해주지 않을래?”, “나랑 같이 교환독서 하자!”와 같이 말이다. 그 과정을 표현하고자 하다보니 원피스의 루피가 떠올랐다.

 

어쨌든 많은 권유를 해보고 나서 긍정의 답을 주는 친구를 만났는데 동료(교환독서를 해줄 사람)를 구하고 나니 이제는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에 대해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책을 읽을 때 낙서를 하거나 접는 걸 정말 싫어하다 보니 책을 읽을 때 책갈피나 인덱스로만 표시했기 때문이다. 연필로 밑줄을 긋거나 무언가를 쓰는 것처럼 책에 자국이 남는 걸 무척이나 꺼리기에 오직 ‘교환독서를 위해서’ 책을 한 권 구매하게 되었다.

 

긴 시간 고민하다가 정한 나의 첫 교환독서 책은 <매일 행복할 일만 가득할 당신에게(새벽녘 출판사, 김태환 저자)>이다. 평소에는 잘 구매하지 않는 에세이에 속하는 책이었지만, 교환독서를 하기 위한 책이기 때문에 결정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책 읽기와 달리 교환독서는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이라던가 느낌을 글로 적어야 한다. 소설이나 지식을 전달하는 책은 첫 경험에 선택하기에는 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나마 만만할 것 같은(?) 에세이 중에서 한 권을 고르고자 했고, 이 책을 선택했다.

 

 

 

두 권의 책 : <매일 행복할 일만 가득할 당신에게>, <급류>


 

당연하지만 두 권의 책 중에 내가 선택한 책을 먼저 읽었다.

 

다음은 책 소개 중 일부이다.

 

이 책은 삶, 사랑, 관계라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가 직접 경험하며 깨달은 지혜와 조언을 담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읽으면서 공감하기도 했고 웃음짓기도 했고 사랑을 느끼기도 했다. 책 한 권을 읽으며 많은 느낌이 들었던 만큼 많은 생각을 썼다. 분명히 처음에 시작할 때는 이렇게 길고 많이 쓰려고 하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당연했던가 싶기도 하다. 일상에서 손편지를 잘 쓰는 편인데, 쓸 때마다 항상 생각의 흐름대로 편지를 써서 다 쓰고 보면 매번 엄청난 장편의 편지가 되어 있는 걸 발견하기 때문이다. 봉투에 넣어서 봉하기 전에 다시 읽어볼 때마다 편지에 쓰려고 했던 내용만큼이거나 그보다 더 많은 분량이 잡다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또 친구에게 책을 건네주기 전에 책의 앞쪽에 나의 인생 명언 3가지를 적어두었다. 그 문장들을 알아야 친구가 교환독서를 위해 내가 적은 글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을 읽고 군데군데 글을 남겼다. 책의 구석구석에 초록색의 자국들이 남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친구가 내 글들을 보고 어떤 글을 덧붙여 줄지 두근거림이 마음에 슬그머니 피어오르기 시작했었다.

 

친구와 약속한 시기가 되었고, 책을 교환했는데 친구가 건네준 책은 정대건 장편소설인 <급류>였다.

 

처음에 급류를 마주했을 때 제일 먼저 본 건 뒷표지였다. 나는 항상 처음 접할 때면 표지와 뒷표지를 관찰하고 추천문과 같은 내용들을 읽어보며 내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것 같은지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책을 선택한 게 아니라 친구가 선택한 책이다보니 그 부분을 읽었을 때 ‘아, 내 취향 아닐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소설이다보니 읽기 어렵다고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읽으면서 재미가 딱히 없다고 느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 책을 안 읽거나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한 번 읽어보자 싶은 생각으로 펼쳐 들었다. (친구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책이라고 말한 점도 유효하게 작용했다.)

 

급류의 뒷 표지에는 이런 글이 있다.

 

상처에 흠뻑 젖은 이들이 각자의 몸을 말리기까지.

서로의 흉터를 감싸며 다시 무지개를 보기까지

거센 물살 같은 시간 속에서 헤엄치는 법을 알아내는

연약한 이들의 용감한 성장담, 단 하나의 사랑론

 

소설 「급류」는 저수지와 계곡이 유명한 지방도시 ‘진평’을 배경으로, 열입곱 살 동갑내기인 ‘도담’과 ‘해솔’의 만남과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사랑에 빠지고 헤어졌다가 그리워했다가 다시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시간 속에서 둘은 성장한다.

 

둘이 열여덟이 된 어느 날 진평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해 둘의 관계와 삶은 순식간에 바뀌어 버리고, 각자의 상처를 입고 살아가게 된다.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이 우연히 재회하게 되지만, 도담과 해솔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못한 상태였다. 다시 만난 둘은 연인이 되지만 이들의 관계는 위태롭다. 서로의 사랑이 진짜 사랑인지 사고로 인한 죄책감인지 혼란스러워하기도 하고, 사고로 인한 강박이나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같이 사고를 겪고 같은 상처를 지녔지만 도담과 해솔은 다른 생각과 선택을 한다. 도담이에게 ‘사랑’이란 급류와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사랑에 휩쓸리기보다는 거기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결국 둘은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선택하기에 이른다. 애틋하지만 동시에 낭만적이지는 않은, 그런 복잡하고 깊은 사랑을 다루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고, 갑자기 닥친 사고로 관계가 끊어졌다가 회복되는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선뜻 두 등장인물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사랑’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생각해봤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족이나 친구를 사랑하는 것 말고 아이돌도 특정 캐릭터(다수의 캐릭터를 한 번에 좋아한 적은 있어도 특정 캐릭터를 더 좋아한 적은 없다.)도 등등 사랑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꽤 난해한 질문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그 캐릭터들을 좋아한다는 이유도 사랑한다-라고 표현하기보다는 귀여워서 좋아하는 게 더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며 급류와 같이 거세게 휘몰아치는 사건들과 삶 속에서도 관계를 이어나가는 두 인물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읽는 내내 인물들의 상처와 갈등, 성장에 몰입했고 결국에는 그 상처를 직면하며 갈등을 봉합하고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아직은 답을 내지 못했지만 과연 나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더하여 사랑한다는 말을 일상에서 더 많이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친구나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정말 자주한다. 멀리 사는 가족들과 전화할 때면 항상 말하고, 주변인들에게 편지를 쓸 때면 그 편지에 몇 번이나 적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보다 더 사랑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급류」의 한 부분을 덧붙이고 싶다.

 

“누군가 죽기 전에 떠오르는 사람을 향해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랑이란 말을 발명한 것 같다고. 그 사람에게 한 단어로 할 수 있는 말을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만든 것 같다고. 그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언제나 현재형이어야 한다는 걸.(p289~290)”

 

 

 

첫 교환독서를 마치고…


 

친구가 선택한 책을 읽고 중간중간 생각을 써붙였다. 그리고 그 책을 돌려주면서 내가 선택했던 책을 돌려받았다. 설렘과 궁금함을 안고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펴보았다. 친구가 쓴 문장들을 읽으며 그 과정에서 다시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읽었던 책을 다시 보는 건 이전에도 수없이 해봤지만 이번에 교환독서를 하면서 친구의 생각까지 더해져 있는 책을 다시 읽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고 꽤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에 또 교환독서를 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친구가 건네준 책을 찾아보고 느꼈던 생각과는 달리 읽다보니 몰입해서 읽게 되었던 순간들은 나에게 책을 선택할 때 조금은 더 조심히 결정하도록 했다. 순서나 결정 과정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걸러진 책들 중에 얼마나 많은 책들이 나에게 흥미로로운, 인상깊은 그런 책이 될 수 있었을지 하는 생각이 들어 좀 더 결정에 시간과 마음을 들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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