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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은 보통 우리 식탁 위에서 마주하거나, 아니면 종종 축축한 가을날 나무 안에 피어 있는 걸 목격하기도 한다.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존재이지만, 깊게 생각해보면 어디에도 버섯 비슷한 존재는 없다는 게 문득 생경하게 느껴 지기도 한다. 머리에는 갓이 달리고 흰색 대를 가진 채로 있는 존재는 버섯뿐인 것 같다. 게다가 포자를 통해 번식한다는 것도 독특한 요소이다.

 

이 개성 있는 생물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저명한 자연학자 로버트 휘태커에 의해 1969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생물계에서 ‘균류’라는 이름으로 독립된 한 분류로 인정받는다. 『미코, 버섯의 모든 것』이라는 저서 또한 이 특이한 녀석의 성질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버섯이 직접 나서서 제작했다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총 1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챕터는 별개의 표지를 가진 잡지처럼 구성되어 있고, 조화롭고 화려한 색채의 일러스트가 함께하기에 더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평소에 버섯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을 지라도 컨셉과 디자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버섯의 모든 것을 알린다”라는 내용에도 충실하고, 직접 해볼 수 있는 ‘솔방울로 버섯 키우기’ 같은 코너들도 마련되어 있어서 지식과 재미 모두 잡고 있다.

 

첫 번째 챕터에는 버섯의 정의와 기원을 주로 소개하는데, 여기서 우리가 보통 ‘버섯’하면 떠올리는 갓과 대를 가진 모습은 버섯의 일부인 ‘자실체’라는 포자 생성 기관이라는 사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자실체 또한 우리가 아는 모습만이 아니라, 흘러내린 형태, 덤불 모양, 접시 모양, 배 모양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런 식으로 버섯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갈 수 있다. 그 외에도 곰팡이, 효모, 지의류, 점균류 등 넓게 보면 버섯의 일부라고 볼 수 있는 모든 균류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버섯을 잘 몰랐는지, 또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내가 특별히 재미있게 읽은 파트는 다섯 번째 챕터인데, 여기에는 ‘지의류’라는 처음 보는 개체가 등장한다. 이것은 조류와 곰팡이가 결합하여 만들어지는데, 조류가 가진 엽록소로 광합성을 하는 동시에 곰팡이가 겉에서 흡수한 물과 영양분으로 상생하며 살아간다. 특히 “그때 바다가 조류를 육지로 밀어냈고, 이 조류들은 말라 죽을 위기에 처했지요. 다행히도 어떤 조류는 말라 죽을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 줄 곰팡이를 찾아 냈습니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인데,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두 개체가 우연하고 절묘하게 만나 하나의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낸 과정이 눈길이 갔다. 여기서 인간의 삶 또한 투영해볼 수 있었다. 전혀 상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뻗어 나가 길을 찾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은유하는 것처럼 말이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다른 분과로 나뉘어 있고, 문학과 비문학을 나누어 구분을 하지만, 인문학적 사유를 전개하거나 문학적 수사를 만들어낼 때 자연과학과 비문학 분야의 지식과 관찰은 필수적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자연과학을 공부하거나 비문학 도서를 읽을 때 인간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 버섯의 전부를 소개하는 이 도서도 비슷한 역할을 제공해준다. 마치 인류사 전체를 ‘균류’라는 세계로 축소해 놓은 듯한 유비를 가능하게 만든다.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버섯 종 분류의 모호함이나, 자신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진화한 버섯의 모습이 인간 존재가 겪는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버섯을 관찰하는 행위와 우리의 삶과 세계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구조를 바라보는 과정은 동일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미코, 버섯의 모든 것』을 읽는 것은 단지 버섯에 대한 지식을 채우는 것을 넘어서 감동과 삶에 대한 통찰로도 나아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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