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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퇴사 후 무작정 떠나온 대만.

   

처음에 가장 날 힘들게 했던 것은 역시 언어이다. 대만에 오기 전 취미생활로 조금씩 배웠던 중국어는 현지에서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번체자 중국어를 익히는 것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언어가 익숙해지고 나니, 그다음으로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음식이었다. 살면서 어쩌다 한 번 먹었던 우육면과 훠궈는 매일 먹어야 했으며, 한식당의 한식은 현지 음식에 비해 서너 배씩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며 고급 음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대만에서 생활하며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언어도, 음식도 아니었다. 바로 어학당의 학급 동료들이었다. 어쩌면 이곳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할 이들의 일부 행동들이 나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곤 했다.


대만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살펴보면,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은 고향과 가까우면서도 자국에 비해 보수가 높은 대만에 정착하고, 모인 사람들이 또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이후 가족이나 지인의 소개로 또 다른 사람들이 대만으로 오게 되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규모가 큰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나의 학급 동료들 역시 대체로 비슷한 배경과 환경을 갖고 대만에 온 경우가 많았다.


작년 하반기 유행했던 ‘그걸 내가 모를까’라는 밈이 있다. 내가 학급 동료들을 어려워했던 이유도 딱 이와 같았다. 내가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도, 그들은 먼저 나서서 도와주고 가르쳐주려 했다. 사소한 것까지 붙잡고 하나하나 알려주려는 모습 때문에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버벌진트 '내가 그걸 모를까'

 

 

어학당 초반, 이러한 동료들의 태도 때문에 나는 금세 의욕을 잃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이미 알고 있는 것들까지, 동급생이라는 같은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마치 선생님의 위치에서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지도하려 했기 때문에, 굳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들의 이러한 일련의 행동은 한국에서 흔히 ‘오지랖’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나는 ‘오지랖’이라는 개념이 다른 나라에서도 쓰이는지, 그리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 찾아보았다. 대체로 ‘참견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오지랖’과 정확히 일치하는 단어는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오지랖’을 부정적으로 느끼는 것일까? 여기에는 한국 고유의 문화적 특성과 급격히 변화한 사회 구조가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예로부터 주변의 배려와 도움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더라도 쉽게 거절하기 어려운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주의적 사회로 접어들며, 이러한 참견이 나를 향한 평가처럼 느껴지게 되었고, 주변의 오지랖이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반면, 내 학급 동료들이 속한 문화권은 개인 중심의 사회가 아니라 공동체 중심의 사회였다. 도시 문화권보다는 마을 문화권에 가까워, 한국에 비해 마을, 이웃, 가족 간의 관계가 훨씬 밀접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갖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이며, 우리가 무례하다고 느끼는 ‘간섭’도 그들에게는 상대방을 향한 관심과 도움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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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난 뒤, 나는 나의 편협했던 시선을 바꾸기로 했다. 그들의 오지랖을 단순한 간섭으로 여기지 않고, 나를 향한 관심과 배려로 받아들이며 조금씩 가까워지려 노력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만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할 무렵, 그들은 나의 외로운 타지 생활을 함께해 준 든든한 동료가 되어 있었다.

 

넓은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할 때, 우리는 단순한 공존을 넘어 더 풍부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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