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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노래하는 밴드, 원위. 이런 수식어가 처음부터 붙여진 건 아니었다. 초반의 곡들은 귀엽고 풋풋한 느낌이 강하며, 인디밴드의 전형적인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부터 원위는 우주를 노래하는 밴드가 되었을까?

 

그 시작은 '야행성'과 '소행성'이라는 노래이다. 원위를 대표하는 노래이자 이 노래를 시작으로 원위의 이름이 밴드를 좋아하는 마니아 층에게 각인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야행성'은 아직까지도 원위의 정체성과도 같은 노래로 꼽히며, 이 노래로 음악 방송 데뷔라는 쾌거를 일구며 밴드로서 자리를 잡아갈 수 있었다.

 

'야행성'과 '소행성'을 만든 멤버는 기타리스트 강현이다. 원위 내에서 가장 작곡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세 멤버의 스타일은 모두 다른데, 강현은 그 중에서도 담백하게 우주를 노래하는 스타일이다. '야행성'과 '소행성'을 이어 꾸준히 우주와 관련된 노래를 발매한 끝에 원위는 우주를 노래하는 밴드라는 수식어를 얻게 되었다. 그런 강현의 손에서 탄생한 음악을 따라가며 강현이 노래하는 우주는 어떤 우주일지 함께 즐겨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거 같다.

 

 

 

야행성, 소행성


 

 

 

 

두 노래는 마치 한 세트처럼 취급을 받는다. 비슷한 제목과 비슷한 곡의 진행으로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하지만 두 노래는 완전히 다른 우주를 노래한다.

 

'야행성'은 강현이 소설 『어린 왕자』를 읽고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라고 한다. 노래 곳곳에는 해당 소설을 연상시키는 요소가 등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요소는 '꽃 한 송이'이다. 어린 왕자가 살던 소행성 B-612에는 장미꽃 한 송이가 자란다. 노래 속 꽃 한 송이처럼, 어린 왕자의 장미꽃은 시들지 않고 어린 왕자의 곁을 지킨다. 어린 왕자의 소행성처럼, 야행성에 사는 '나'는 외롭지 않다.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과 행성의 이름,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제목은 어두운 행성에서 꽃 한 송이와 살아가지만 외롭지 않은 화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잔잔한 노래 진행과 꼭 어울리는 담백한 사랑 고백은 마치 어린 왕자가 건네는 소소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소행성'은 '야행성'에 비해 감정적인 사랑을 노래한다. 강현은 꿈에서 영감을 받아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노래 속 화자는 소행성이 충돌하기 전, '너'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가사 속 소행성의 충돌은 여러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적 충돌이 잦아들 때 쯤, 이별이 가까워졌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소행성이 지구로 충돌하기 전, 차마 다 하지 못한 말을 전하리라는 가사는 감정적인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야행성'과 '소행성'은 각각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지만 행성에 빗댄 감정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또한 전반적으로 잔잔하게 진행되다가 후반부에 한 번 터뜨리는 진행으로 고조되는 감정을 볼 수 있다.

 

 

 

천체


 

 

 

원위의 첫 번째 미니 앨범에 수록된 노래로, 강현의 우주 시리즈 중 가장 우주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우주에 감정을 비유한 것이 아닌, 천체가 인간에게 전해주는 답을 담았다. 강현 역시 '우주가 우리에게 말을 건다면?' 이라는 가정으로 이 노래를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노래이기도 한다.

 

우주가 인간에게 전하는 해답에 걸맞게 다양한 우주의 관점을 노래하고 있다. 가사 곳곳에서 천문학적 지식도 확인할 수 있다.

 

 

작은 점에서 시작된 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이미 마음속에선 날 떠나

 

 

빅뱅을 의미한다. 한 점에서 시작된 폭발로 현재의 우주가 완성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일반적인 '꿈'도 비슷하게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천문학자에 대한 꿈이 아주 작은 애정에서부터 시작했으니, 이중적인 의미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네가 보고 있는 작은 점은

수만 년 전에 너에게 보낸 나의

빛이 바랜 채로 죽어가는

모든 비밀을 담은 신호야

 

 

우리가 현재 보는 별빛은 수만 년 전의 빛이다. 별은 몇 광년의 단위로 겨우 떨어진 그 거리를 잴 수 있다. 우리가 보는 빛은 별의 죽음이자, 과거에 대한 해답이다. 이 신호로 지구에 사는 우리는 우주의 비밀을 연구할 수 있는 거다.

 

 

셀 수 없이 수많은 점을 만들어내어

땅이 아닌 하늘 속에 품고 널 기다려

고개를 들어 나를 관측한 짧은 순간에

드디어 만개해 네 마음에 퍼지리

 

 

이 가사에 대해 좋아하는 해석이 있다. 땅에 품었다면 꽃이 되었을 점이 하늘에 품어서 별이 되었다는 해석이다. 망원경으로 관측한 순간에 별은 누군가의 마음 속에 깊이 자리 잡았을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 이 노래를 들으며 대입 준비를 하던 시기가 있었다. 노래를 듣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천체가 인간에게 말을 거는 듯한 그 의도가 정확하게 이해되었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나에게는 우주가 전하는 큰 위로로 다가왔다. 이제는 우주에 대한 애정이 그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이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궤도


 

 

 

사람의 끝없는 만남과 헤어짐을 궤도의 순환에 비유한 노래이다. 마지막 소절과 첫 소절이 이어지는 것도 이러한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또한, 가사 중 등장하는 '세 번의 별자리'는 강현이 원위로 산 시간이 3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야행성'과 '소행성'이 하나로 묶이는 것처럼, '궤도'는 '천체'와 한 세트로 묶인다. 우주 역시 끝없는 소멸과 탄생을 반복하므로, 이 노래 또한 우주가 해주는 자신의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Shoot It Out


 

 

 

본래 제목은 '양자역학'이었다고 한다. 그 흔적이 노래에 아직 남아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양자역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평행우주'가 노래의 주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평행우주 속 동일한 인물로 존재하는 '나'는 평행우주의 '너'에게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는 어떠한 선택의 후회일 수도, 어떠한 사랑을 걸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평행우주에 존재하는 우리는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 낸다.

 

이미 지나온 일에 대한 후회를 하지 않는다는 강현의 신념이 들어간 노래이기도 하다. 1절의 시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은 후회들이 쌓여

과거 속에 갇혀 헤맨다면

모든 선택이 최선이라 믿고

다시 가던 길을 함께 걸어갈래

 

 

 

별 헤는 밤


 

 

 

두 번째 정규 앨범의 타이틀 곡이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밤하늘 아래에서 상대방에 대한 소원을 비는 낭만적인 노래이다.

 

사랑 노래이기도 하지만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가사에서 등장하는 '작은 별'은 팬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뜻을 알고 노래를 들어본다면 새삼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전반적인 가사는 물론, 기욱이 작사한 랩 파트에서도 이런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어릴 적 동화 속 별들을 잊었던 찰나

넌 내가 유일하게 안아봤던 별 하나

감정은 불타 일촉즉발

"내가 널 품은 우주면"

어떨 것 같아?

만약에 말이야

 

 

 

미확인 비행체


 

 

 

가장 최근에 발매되었던 미니 앨범에 실린 수록곡이다. 해당 노래에 대한 자세한 감상은 나의 첫 오피니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려한 피아노 소리로 시작되는 노래는 마치 우주 속을 유영하는 듯 한다. 말 그대로 우주 속을 떠다니는 기분을 느끼며, 미확인 비행체가 된 청자는 노래 속으로 완전히 몰입할 수 있다. 음모론자임을 긍정하는 화자는 곧 운명론자로 본인을 명명한다. 이토록 강한 끌림은 음모가 아닌 운명이라고, 미확인 비행체에 비유한 마음은 스스로도 예상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공감이 많이 되었던 노래이다. 애정하는 무언가가 생기면 순식간에 빠져드는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우주를 좋아하는 나는 여러 음모 또한 좋아한다. 음모론자라면 음모론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래의 화자처럼, 나 역시 스스로를 운명론자라고 생각한다. 운명이 아니면 이 모든 걸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5년을 돌아보며 스스로가 정한 올해의 문장 역시 이 노래의 소개에서 나왔다.

 

 

미확인 된 마음은 빛에 이끌려 중력에 끌어당기듯 운명적으로 착륙했다.

필시, 나는 운명론자이다.

 

 

강현의 노래는 우주 시리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다양한 감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강현이 사랑하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강현 덕에 우주 덕후인 나는 원위의 노래가 나올 때마다 행복하다. 내가 사랑했던 우주를 이리도 다정한 방식으로 모두에게 알려주다니. 원위의 기욱은 나의 취향, 나의 정체성,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을 확립시켜 주었다면, 원위의 강현은 내 세계를 넓혀주었다. 강현의 노래를 차례로 들어보면서 우주에 한발자국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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