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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대인관계라 생각한다. 나 역시 인간관계를 망쳐 연락처가 텅 빈 사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대인관계 형성에 관한 책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봤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아직 살 날은 많고, 사람을 접할 기회도 아직 많다. ‘친구’는 더 이상 못 만들더라도, ‘지인’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데일 카네기. 그의 책을 직접적으로 접한 적은 없지만, 인간의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적어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은 그런 데일 카네기의 도서 <인간관계론>을 독자가 좀 더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게 풀어쓴 해설서라고 볼 수 있다. 30가지의 원칙을 4가지 파트로 분류하여 설명해주고 있는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은 하나도 허투루 볼 내용이 없었다.


 
이 책은 단순한 번역서가 아니다. 100년 넘게 이어온 '데일카네기코스'의 훈련 프로그램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국내 유일의 카네기 마스터 홍헌영 저자가 집필한 정통 해설서다. 저자 홍헌영은 전 세계 3,000여 명의 데일 카네기 트레이너 중 상위 1%에 해당한다. 카네기 마스터는 전 세계에 약 30명뿐이며, 아시아에는 3명, 한국에서는 저자가 유일하다.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카네기 훈련 시스템의 커리큘럼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로, 기존 번역서들이 놓쳤던 원칙의 '숨은 의도'와 '실천의 맥락'을 이 책에 온전히 담아냈다.
 

 

30가지의 원칙이 모두 중요하지만 그래도 짧고 간략하게 요약해보자면, [경청하고 상대를 먼저 생각하라]로 볼 수 있겠다.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 원칙, 호감을 얻는 방법, 설득·협력·협상을 위한 방법, 리더십과 영향력에 관한 원칙 등 모두 기본은 내가 말을 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그들을 격상시켜주는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부정적인 말을 싫어 한다. 어느 누가 나 욕하는 소리를 좋아하겠는가. 아첨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에게는 쉽게 마음이 풀리기 마련이다. 생각해보면 (내 손으로 직접 관계를 다 쳐냈지만) 지금까지 연락을 하는 사람은 모두 하나같이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들 뿐이었다. 내가 전 회사를 더 이상 다니지 못하고 탈출하게 된 계기도 대표의 언행 때문이었다. 내 곁에 남은 지인들이 일부러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좋은 말만 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알게 모르게 인간관계의 원칙을 본능적으로 알고 다른 사람들을 대했던 것이다.

 

 

모든 관계는 사람에 대한 긍정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며 결점이 많은 존재다. 그래서 우리를 긍정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비난을 멈추자. 일단 거기서부터 출발이다.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 도서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현시대에 적합한 사례들로 예시를 들어 공감과 몰입에 힘을 주었다. 기존 <인간관계론> 번역본들의 경우 1930년대 사례들을 단순 나열했다고 한다. 시대에 맞지 않는 사례는 ‘이 원칙이 정말 도움이 되나?’라는 의문을 들게 할 수도 있었는데, 지금의 내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한 사례들로 구성되어 있어 해당 원칙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30가지 원칙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챕터는 원칙 6번 "언제 어디서나 상대의 이름을 잘 기억하라. 당사자들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그 무엇보다 기분 좋고 중요한 말임을 명심하라"였다. 이 원칙에서는 이름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본문 내에서는 영화 <기생충>의 감독 봉준호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봉준호 감독은 스태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려고 애쓸 뿐만 아니라, 단 하루 일 하고 떠나는 엑스트라에게도 이름으로 요구사항을 지시했다고 한다. 아무리 상대방에게 악의가 없다 하더라도, "야", "거기"라고 부르는 것보다, "ㅇㅇ아", "ㅇㅇ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백만 배는 더 낫다. 그리고 솔직히, 이름이 아니라 지시하는 지칭으로 부르는 경우는 대개 부정적인 상황이 더 많더이다. 오늘 보면 더 이상 안 볼 사람에게까지 이름으로 불러줌으로써,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행위는 가히 본 받을만 하다.

 

 
이름이 불리는 순간, 사람은 단순히 집단의 일원이 아니라 고유한 인격체로 인정받는다. 진정한 존중은 관념이 아니라 실천이다. 그리고 그 실천은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고 부르는 데서 시작된다.
 

 

가장 가까운 사람 중 대인 관계의 권위자로 우리 아빠가 가히 최고라고 생각된다. 정년을 훨씬 넘겨 취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맥을 통해 간단한 일이라도 하고 계시고, 내 결혼식장이 인천이라 오기 힘드셨을텐데도 멀리까지 와주신 지인분들 덕분에(?) 식사 보증 인원을 한참 넘어서기도 했다. 책을 읽고 아빠의 행동들을 다시금 되돌아 보니, 이 책에 적힌 원칙들의 대다수를 행하고 계셨다. 남의 얘기를 먼저 더 들어주시고, (특히 엄마와의) 논쟁을 피하시고, 딸들을 부르실 때도 호칭이 아닌 "지은씨" "우리 딸 지은이"라고 불러주시는 우리 아빠.

 

이런 멋진 아빠 밑에서 어떻게 대인관계 박살난 딸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나에게는 책과 아빠, 두 표본이 가까이에 있다. 지금부터 내 사람을 만들어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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