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목소리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아온 빈 소년 합창단. 2026년 1월, 지휘자 마누엘 후버가 이끄는 모차르트반이 그들의 맑고 순수한 하모니로 새해의 시작을 알린다. 따뜻한 울림과 깊은 감동이 가득한 무대가 관객을 기다린다.
©lukasbeck, 더블유씨엔코리아 사진 제공
‘전 세계의 사랑.’
나는 그들의 하모니에 막연한 기대를 품으면서도, 이름 앞에 놓인 말 하나에 눈길이 머물렀다. 양손으로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이들이 이곳에 온다는 말. 그만한 온도를 가진 이들이라면, 결국 우리 곁에 하나의 거대한 포근함이 찾아오는 일 아닐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느슨해진다.
사랑이 온다는 건 무슨 일일까. 고개를 푹 숙인 채 길을 걷다가 반대편에서 부모의 손을 꼭 붙잡고, 포동한 볼을 지닌 아이가 신이 난 얼굴로 걸어오는 일. 나무 밑을 킁킁거리며 세상을 탐험하는 강아지, 검은 패딩을 입고 친구들과 꺄르르 웃는 소리.
모두 작지만 이상하리만큼 마음을 데워 주는 순간들이지만, 작은 계기 하나로 사라질 수 있는 연약한 것임을 깨닫고 나면 그 평범함은 얼떨떨할 만큼 소중해진다.
신년이 오면 사람들은 지난해의 약속들을 떠올리며 반성의 기미를 보인다. 12가 아닌 1 하나가 새로 찾아왔으니, 올해는 조금 더 능동적으로 살아보겠노라 쉽게 다짐한다.
하지만 어째선지 누군가에게 마음을 더 내어 주겠다는 약속 앞에서 유독 조심스러워진다. 다만 언제든 마음은 쉽게 연약해져,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에서 부지런히 살아남기 위해 가시를 세우고 뒤처지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다짐하다가도 마음 한쪽에서 꽤 순수한 열망이 고개를 든다.
사랑받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별일 없는 순간에도 마음이 느슨해질 수 있도록.
누군가가 ‘사랑’을 노래한다는 건 특정한 대상을 향한 감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다가오는 어떤 ‘발걸음’을 그리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다정함은 아주 작은 곳에 숨어 있다지. 따뜻한 말 한 조각, 생각지 못한 배려, 듣기 좋은 목소리, 아이들의 웃음.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다가도 스르르 마음을 풀어 주는 것들이 세상에는 참 많다.
그러니 새해에는, 그러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쉽게 건넬 수 있는 이 시기만큼은 내게 다가올 것을 마냥 기다리기보다 이미 곁에 있는 이에게 안부를 묻는 쪽으로 먼저 곁에 서 있어보면 어떨까.
그런 넓다란 품 안에서 새해를 시작한다면, 언제든 체온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문장 하나를 우리 앞에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여기, 그런 마음으로 다가올 또 하나의 발걸음. 빈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보자.
아이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특별하지 않은가. 웃음소리는 개운한 기도만 같고, 세상을 마주하는 눈빛은 아직 닳지 않은 숨결을 닮아 그들의 노래는 필시 가장 순수한 형태의 미소에 가까이 닿아 있을 것이니.
오랜 전통과 깊은 음악적 유산을 지닌 빈 소년 합창단은 지휘자 마누엘 후버의 지휘 아래 이보르 볼턴, 리카르도 무티, 프란츠 벨저-뫼스트와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며 그 명성을 이어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Made in Austria’를 주제로, 오스트리아 음악의 뿌리와 정신을 지휘자 마누엘 후버와 함께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풀어낼 예정이다.
갈루스의 경건한 합창으로 문을 열고, 슈트라우스의 왈츠와 폴카처럼 경쾌한 선율로 이어진다. 또한, 요르단, 시리아, 오스트리아, 그리고 한국의 민요 ‘아리랑’까지. 시대와 국경을 넘어선 음악들이 청아한 목소리로 관객을 찾아온다.
빈 소년 합창단의 전국 투어는 강릉아트센터(1월 16일)를 시작으로 울진연호문화센터(1월 17일), 제천예술의전당(1월 18일), 창원 3·15아트홀(1월 20일), 대구콘서트하우스(1월 21일), 평택아트센터(1월 23일), 군포문화예술회관(1월 24일)을 거쳐 1월 25일(일) 롯데콘서트홀에서의 마지막 공연으로 아름다운 여정의 막을 내린다.
우리는 어떤 표정의 다정함을 마주하게 될까.
사랑이 온다. 이리로 온다.
■ PROGRAM ■
J. Gallus — Confirma hoc Deus
자코버스 갈루스 ─ 하느님, 굳세게 하옵소서
(Words: Psalm 68(67) : 29)
C. Saint-Saëns — Ave Maria in A Major, ICS 19
카미유 생상스 ─ 아베 마리아, 생상스 작품목록 19
C. Franck — Panis angelicus, FWV 61
세자르 프랑크 ─ 천사의 양식, 작품번호 61
(Words: Thomas Aquinas; Arr: Atanas Atanassov)
R. Sieczyński — Wien, du Stadt meiner Träume, Op. 1
루돌프 시에친스키 ─ 비엔나, 내 꿈의 도시, 작품번호 1
(Arr. Gerald Wirth)
Cattle driving song — Juchhe, Tiroler Bua
소몰이 노래 ─ 헤이, 티롤 소년
(Arr: Manuel Lanz)
E. Thoma — Mei Maadele, mei Tschurele
에른스트 토마 ─ 나의 소녀, 나의 곱슬머리 소녀
(Words: Luis Stefan Stecher; Arr: Manuel Lanz)
J. Strauss II — An der schönen blauen Donau, Op. 314
요한 슈트라우스 2세 ─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작품번호 314
(Words: Franz von Gernerth; Arr: Gerald Wirth)
J. Strauss II — Tritsch-Tratsch Polka, Op. 214
요한 슈트라우스 2세 ─ 트리치 트라치 폴카, 작품번호 214
(Text: Tina Breckwoldt; Arr: Gerald Wirth)
J. Strauss II — Frühlingsstimmenwalzer, Op. 410
요한 슈트라우스 2세 ─ 봄의 소리 왈츠, 작품번호 410
(Words: Richard Genée)
Intermission
Jordanian and Syrian Traditional — Al maya
요르단, 시리아 민요 ─ 알 마야
(Arr. Manuel Lanz)
Cattle driving song (From Styria) — Und wanns amal schen aper wird
스타리아의 소몰이 노래 ─ 그리고 다시 눈이 녹기 시작할 때
(Arr. Gerald Wirth)
Waldemar Åhlén — Sommarpsalm
발데마르 올렌 ─ 여름 찬송가
(Words: Carl David af Wirsén)
Korean traditional — Arirang
대한민국 민요 ─ 아리랑
(Arr: Celmens Haudum)
Lee Hyun-chul — San-Yu-Hwa
이현철 ─ 산유화
(Words: Kim So-wol)
Carl Orff / Gunild Keetman — from Musica poetica I
카를 오르프 / 구닐트 케트만 ─ 무지카 포에티카 중 여섯 곡
Tanz, Mädchen, tanz
Jungfer in dem roten Rock
Rundadinella
Tanzlied
Der Wind weht
Tanzlied
(from Musica poetica I)
Austrian folk song — Die Jagd nach der Fliege
오스트리아 민요 ─ 파리 사냥
J. Strauss II — Blue Danube Blues
요한 슈트라우스 2세 ─ 푸른 도나우 블루스
(Arr. Manuel Lanz)
L. v. Beethoven — Ode to Joy (Joyful, Joyful, We Adore Thee)
루트비히 판 베토벤 ─ 환희의 송가 (기뻐하며 경배하세)
J. Strauss I — Radetzky March, Op. 228 (Samba 51)
요한 슈트라우스 1세 ─ 라데츠키 행진곡, 작품번호 228
(Arr: Manuel Lanz)
Jorge Ben Jor — Más, que nada!
조르지 벵 조르 ─ 마스 퀘 나다! (아무것도 아니야!)
(Arr: Steve Zegree)
* 프로그램은 사전 예고 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