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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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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武)가 왜 그칠 지(止)에 창 과(戈)인지 아느냐?

지키는 것이 무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적의 창을 막아 나를 지키고, 신념을 지키며,

나의 세상을 지켜내는 것이 무인이지.

 

Molae, <사천당가의 시비로 살아남기> 162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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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고중세를 다루는 전공 수업이었다. 중국 소수민족의 종교를 설명하던 교수님이 무협 이야기를 꺼내셨다. 여기 무협 보는 사람? 무협하면 생각나는 거 뭐가 있어요? 맨앞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교수님의 지목에 얼떨결에 대답했다. 정파랑 사파요.

 

순간 교수님의 눈이 반짝였다. 목소리가 커졌다. 무협 보지? 솔직히 뭐 봤어?

 

제일 무난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는데 들키기 충분했나 보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다고 내가 무협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야 막 웹소설 몇 개를 기웃거리며 설정을 알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재작년 봄 무협 장르를 처음 접했다. 낯설었다. 동시에,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서사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무협의 그것은 좀 더 본질적이다. 무인들은 필연적으로 생사의 경계에 있다. 그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고난과 시련을 온몸으로 맞부딪혀야만 한다. 평생에 걸쳐 쌓는 무학은 가장 험난한 고비를 넘기며 빛을 낸다. 부서질 수 없다. 넘어져도 일어나야 한다. 지키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 그것이 무(武)를 좇아가는 이들의 삶이다. 날붙이의 단면보다 더 날카롭고 단단한. 그렇게 그들의 세상을 지켜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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