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Review] 진심이었는가, 욕심이었는가 – 뮤지컬 에비타 [공연]

야망 넘쳤던 한 여성의 이야기

by 허희원 에디터
2026.01.03 00:58

 

 

에바 페론, 일명 ‘에비타’는 민중들에게 굉장히 사랑받았던 아르헨티나의 영부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딴 에바 페론 재단을 설립하여 가난한 자들과 노동자들을 돕고, 귀족과 군부에 맞서는 정책을 펼치며 위상을 쌓았다, 다만 ‘민중들의 성녀’라는 자신의 위치를 무기로 삼아 종신 정치를 실행하려 했다는 점, 에비타의 정책이 결과적으로 아르헨티나의 구조적 불안정을 야기했다는 점에서는 아직까지 그 평가가 갈리는 인물이다.

   

뮤지컬 <에비타>는 이렇듯 파란만장했던 에바 페론의 삶을 한 편의 공연으로 엮어 내었다.

 

<에비타>를 관람하며 눈에 들어왔던 부분 두 가지를 언급해 보고자 한다.

 

 

뮤지컬 에비타_공연 포스터.jpg

 

 

 

성스루 (Sung-through) 형식의 뮤지컬


 

뮤지컬 <에비타>의 가장 큰 특징은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에비타를 비롯한 배우들은 단 한 마디의 대사도 하지 않고, 오로지 노래를 통해서만 감정을 전달한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노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계속해서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했다가는 어느새 아무도 모르는 사이 다음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에비타>가 이토록 부담감 있는 성스루 방식의 구성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뮤지컬 에비타_공연 사진_에바 페론 역 김소향 (1).jpg

 

 

나는 그 답을 <에비타>를 이루고 있는 넘버들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에비타>를 이루고 있는 넘버들은 모두 하나같이 인물의 감정이 잘 표현될 수 있는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시골을 벗어나 더 큰 꿈을 꾸고자 했던 에비타, 페론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던 에비타의 욕망을 느낄 수 있게 되며 2부의 곡에서는 아르헨티나를 위해서 헌신하고자 하는 에비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때로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더 확실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뮤지컬 에비타 또한, 구구절절 그녀의 이야기를 늘어 놓기 보다 관객들에게 보다 더 도발적이고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을 택한 것이다. 웅장한 앙상블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보면 ‘몸으로 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끝없이 질문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라


 

처음 <에비타>의 시놉시스와 등장인물을 접했을 때는 ‘체’라는 인물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뮤지컬 속에서 제 3의 서술자-나레이터가 직접적으로, 그것도 주연 배우로 등장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에비타>는 한 사람의 인생을 그려 낸 뮤지컬이다. 우리는 이 극을 관람하고 에바 페론이 위대한 인물이다. 정말로 그녀가 모든 것을 아르헨티나를 위해 살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체가 바라본 것처럼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한쪽으로 편향되어 판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나레이터이자 서술자이자 비판자인 ‘체’라는 존재가 등장하는 것이 맞게 된다.

 

 

뮤지컬 에비타_공연 사진_체 역 한지상.jpg

   

 

체가 있음으로서 우리 관객들은 과연 에비타의 행동이 옳은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그녀가 정말로 아르헨티나 국민들을 위해, 진심으로 행동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개인의 영달을 위해 욕심을 내다 일찍 삶을 마감한 것인지... 답이 정해지지 않은 공연은 항상 우리로 하여금 계속해서 질문하고,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여금 만들어 준다.

 

<에비타>는 우리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이자 뮤지컬이다. 그리고 그것이 아마 <에비타>가 오래도록 아직까지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일 것이다.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이야기야말로 귀하니까.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