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내추럴>은 부자연스러운 사인을 조사하여 억울한 죽음, 삶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의학 드라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곳은 비정상적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법의학 기관인 UDI 랩으로, 주인공 미스미 미코토는 UDI 랩에 속한 법의학자다. 미스미는 동료들과 함께 부검률이 낮은 일본 내에서 발생하는 부자연스러운 죽음을 조사하여 진실을 밝혀낸다.
모든 이야기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재미를 주겠다, 환상적인 장면으로 현실의 고민으로부터 잠시 도피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겠다 등등 한 문장으로 정리할 메시지가 마땅치 않더라도 무엇이든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일본드라마를 시청하며 느낀 것은 교훈적인 특성이 드러나는 것들이 많다는 점이다. 교훈을 주려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그 점이 이야기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하고자 하는 듯 느껴지며 어렵지 않게 작품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언내추럴> 역시 그런 특성이 드러나며, 그중에서도 특히 개연성 있도록 사건을 구성하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언내추럴>은 한 편에 하나의 사건이 전개되고 해결되는 구성이다. 따라서 총 10부작임을 고려한다면, <언내추럴>이 전하는 메시지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7년 전 작품이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문제를 상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법의학은 죽은 자들을 위한 것인가?
첫 에피소드는 아들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부모가 UDI 랩에 부검을 의뢰하며 시작된다. 자살이나 타살의 흔적이 없었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의 사인은 검시 후 허혈성 심장 질환으로 기재되었지만, 부검을 통해 메르스 바이러스에 의한 사망으로 밝혀졌다. 그가 중동 지역으로 출장을 다녀온 것에서 단서를 얻어 사인을 밝히는 데 성공했지만, 그에게는 바이러스를 확산시켜 타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오명이 남았다. 그가 감기 증상으로 대학병원에 내원하여 검사받음으로써 원내 많은 이가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시신을 부검한 끝에 그는 출장지에서가 아니라 내원한 이후에 메르스에 걸렸음이 밝혀졌다. 이에 병원은 바이러스 유출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그의 오명이 벗겨지는 결말을 맞이했다. 이후에는 사망자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 접촉자를 추리며 바이러스 확산을 막았다.
2020년 팬데믹 사태에 이르렀던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와도 유사하다. 최초감염자의 공개되는 이동 경로를 보며 조롱이나 멸시를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 역시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을 것인데 사람들은 부주의함으로, 잘못으로 판단하며 비난했다. <언내추럴> 1화가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출을 밝혀내고 조속한 조처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부검을 통해서였다. 법의학으로 밝혀낸 것들은 죽은 자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남아있는 자들을 위로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많은 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시리즈의 시작인 만큼 법의학의 중요성을 명시하고 있다.
2. 동반자살과 살해 후 자살
두 번째 에피소드는 연탄을 사용한 집단자살 현장에 조사를 나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임상병리사 쇼지가 미스미를 연탄 박사라고 칭한다. 미스미가 연탄을 사용한 살해 후 자살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아르바이트생이자 기록원인 쿠베의 시선으로 전개한다. 과거 아메미야 미코토였던 미스미 미코토는 친모에 의해 가족을 모두 잃었다. 친모는 그녀에게 연탄에 불을 붙이는 것을 돕게 했고 사탕이라며 수면제를 건넸지만 먹지 않아서 미코토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에 집단자살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가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을 쓰자 미스미는 살해 후 자살이라고 정정한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건을 볼 때마다 항상 의문이었다. ‘생활고에 시달려 끝내 동반자살’, ‘어린 자녀를 포함한 일가족 동반자살’. 이러한 표현으로 보도되고는 한다. 하지만 모두가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모를까, 어린 자녀는 동반자살의 대상으로 거론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그들이 죽기를 원한다는 것은 차치하고 우선 죽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인가 따져 물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이것이 동반자살일까? 미스미의 경우는 모친이 일가족을 살해한 후 자살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스미는 그 범죄의 피해자일 뿐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살해 후 자살, 특히 가족 간의 사건을 ‘동반자살’의 범주에서 설명해 왔고 그 인식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의사가 있는 자들이 모여 함께 자살하는 동반자살 즉, 합의 후 이행하는 집단자살과 친인척을 살해 후 자살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살해 후 자살을 동반자살로 일컫는 것은 정정되어야 한다. 말이 주는 영향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틀린 표현은 틀린 그대로 사고로 이어지기에 알맞은 표현의 사용이 필요하다. <언내추럴>은 해당 부분을 확실하게 짚어 설명하고 비판하고 있다.
3. 성차별
3화에는 미스미가 법의학자로서 살인사건 재판의 증인이 되어 증언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검사는 미스미를 ‘젊은 여성 법의학자’라고 칭하고 실적 차이를 운운한다.
“책임 전가는 여성들의 특징이죠.”
“신성한 법정이 여성의 변덕에 휘둘려서야 되겠습니까.”
미스미는 재판 중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고 변덕을 부리지 않았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이 ‘여성’이기 때문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과연 성별의 차이만으로 유의미한 결과 차이를 보이는 것들이 얼마나 존재할까? ‘여자라서’, ‘남자라서’라는 말로 단언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하물며 검사는 실적이 압도적인 남성 법의학자의 말이 절대적인 듯 군다. 선배 법의학자가 여태껏 쌓아온 경험은 데이터가 될 수 있고 그것을 활용하여 통계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후배 법의학자의 견해를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견해 차이가 발생했을 때 그 지점에 대해 논하는 것이 아니라 후배이자 여성인 미스미가 모두 틀렸다고 주장한다. 이에 미스미는 자신의 견해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차별이 아니라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남성이자 선배인 법의학자는 말 한마디로 일축하는 것을 미스미는 실험하고 결과를 도출하여 증명해내기까지 해야 한다. 결국, 피고인마저도 미스미가 여자라는 이유로 그녀를 믿지 못했고 동료인 나카도가 증언해야 했다. 여자라서 옷차림과 말투에 신경 써야 했던 것과는 다르다. <언내추럴>은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여자라서 기회조차 없는 이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지 보여준다.
“사람은 어떤 놈이든 껍질을 벗겨 놓으면 고깃덩어리에 지나지 않지.”
나카도의 증언으로 마무리되며 해당 갈등을 결국 남성이 해결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 찰나에 그의 대사가 이어진다. 다소 언사가 거칠긴 하지만 사람은 그 누구든 다 똑같다고 말한다. ‘여자라서’, ‘남자라서’라는 표현이 통하지 않는 문장이다. 어쩌면 3화를 관통하는 문장이지 않을까. 성별은 ‘차별’이 아니라 ‘차이’일 뿐이다.
4. 과로사, 사고사, 병사
4화에서는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행복의 꿀케이크’ 공장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하는 중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변호사인 미스미의 모친이 UDI 랩에 찾아와 설명해주는 것으로 에피소드가 시작한다. 과로를 의심하여 공장에 찾아갔지만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며 오토바이 브레이크 고장을 주장하는 공장장, 분명 잘 수리했다며 몸이 안 좋았다는 피해자의 말을 전하는 수리기사,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과로가 아니냐고 말하는 의사. 세 사람을 찾아갔지만, 결국 제자리걸음이 되었다. 과로사, 사고사, 병사 중 사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책임 소재가 달라지기 때문에 미스미는 부검을 통해 해당 직원의 사인을 명확히 밝혀낼 책임을 지게 된다. 결국, 직원의 사인은 과로사로 밝혀져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게 되었다.
국내에서도 과로사, 근무 중 사고사 등 산업재해에 관련된 이슈는 매년 빠지지 않는 주제이며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는 여전하다. 몇 년 전 젊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2인 1조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 홀로 근무하는 중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질타가 이어지며 사람들은 해당 브랜드를 불매하기에 이르렀었다. 우리 사회에 위험 요소는 셀 수 없이 많고 안전 수칙은 효율성에 밀려나기 바쁘다. 하지만 피해자가 아닌 이들은 체감하지 못하며 문제를 회피하기 급급하다. 과로사인지 사고사나 병사인지 밝혀내고자 하는 그들의 행보가 현실과 지나치게 닮았다. 불매운동에 이를 만큼 많은 사람이 주시하고 있는 문제이긴 하나, 개선되기 전까지 잊혀서는 안 되는 문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한다.
이처럼 <언내추럴>은 한 편에 하나의 사건을 다루며 다양한 문제 양상을 담아내고 있다. 사건이 많지만 복잡하지 않고, 한 편이라는 짧은 시간에 해결까지 완료하는 과정이 속도감 있으면서도 개연성을 갖추고 있다. 이 밖에도 학교폭력과 같은 문제를 다루며 우리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