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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는 제인 오스틴을 ‘위대한 고전 작가’라는 안전한 자리에서 꺼내어, 지금 이 삶을 통과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동반자로 다시 위치시키는 책이다. 이 에세이는 문학 비평서도, 단순한 독서 일기도 아니다. 오히려 삶의 균열 앞에서 한 독자가 고전을 어떻게 다시 읽고, 그 읽기가 어떻게 삶의 방향을 바꾸었는지를 보여주는 치밀한 자기 회고록에 가깝다.

 

저자 루스 윌슨은 예순 살 무렵, 신체적 이상과 함께 설명하기 어려운 삶의 불일치를 감지한다. 겉으로 보기엔 안정적이고 무탈했던 삶이었지만, 그 안에는 자신이 충분히 발화되지 못한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는 일흔 살에 졸혼을 선택하고, 시골의 작은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한다. 그리고 그 시간의 중심에 놓인 것이 바로 제인 오스틴 전작 다시 읽기였다. 이 책은 그 ‘다시 읽기’가 어떻게 자기 회복의 과정이 되었는지를 차분히 따라간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루스 윌슨이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밝고 경쾌한 로맨스로만 소비해온 통념에 의도적으로 제동을 건다는 점이다. 그는 『오만과 편견』이 1813년 출간되었을 당시, 오스틴이 언니 커샌드라에게 보낸 편지를 주목한다. 오스틴은 그 편지에서 자신의 소설이 “지나치다 싶을 만큼 경쾌하고 반짝거려 그늘이 부족하다”고 말하며, 어딘가에 더 길고 묵직한 장을 덧붙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적는다. 얼핏 보면 이는 자기 작품에 대한 소박한 불만처럼 읽힌다.

 

그러나 루스 윌슨은 이 대목을 ‘가짜 자기 비하’, 혹은 교묘한 자기 인식의 표현으로 읽고 싶다고 말한다. 즉, 오스틴은 자신의 소설이 가볍고 동화적으로 보일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며, 동시에 그 반짝임 아래에 이미 현실의 명암과 인간 관계의 복잡성이 충분히 스며들어 있음을 자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해석은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는 우리의 시선을 바꾼다. 밝음과 유머, 풍자와 아이러니는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현실을 더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서사적 전략이 된다.

 

이러한 관점은 책 속에서 인용되는 코넬 웨스트의 평과도 맞닿아 있다. 웨스트는 제인 오스틴의 시들지 않는 매력의 이유를, 그가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산물이면서도 동시에 그 시대를 초월하는 픽션을 창조해냈다는 점에서 찾는다. 다시 말해, 오스틴은 특정한 역사적·사회적 조건 속에서 이야기를 길어 올리되, 그것을 단순한 시대 재현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 평은 오스틴의 역량을 정확히 꿰뚫는다. 그의 소설이 오늘날까지 읽히는 이유는, 그것이 과거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시대의 인간 관계와 선택, 오해와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루스 윌슨은 이러한 오스틴의 힘을 자신의 삶에 대입한다. 『이성과 감성』을 다시 읽으며 그는 이성과 감성이 결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고, 『맨스필드 파크』에서는 기억과 망각의 균형이라는 문제를 곱씹는다. 『에마』에서는 사랑이 자기 확신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설득』에서는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를 사유한다. 이때 소설은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저자의 삶을 다시 정렬하도록 이끈다.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에서 말하는 ‘처방’은 즉각적인 치유나 문제 해결이 아니다. 그것은 다시 읽기, 다시 생각하기, 다시 살아가기라는 느리고도 윤리적인 과정에 가깝다. 이 책은 문학이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지만,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시야를 열어줄 수는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든여덟 살에 박사학위를 받고, 아흔 살에 이 책을 출간한 루스 윌슨의 이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처럼 읽힌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시점이란 없으며, 고전은 언제든 다시 현재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덮고 나면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다시 펼치고 싶어지는 동시에,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 또한 한 번쯤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반짝임만 남은 이야기가 아니라, 그늘까지 함께 품은 이야기로서 말이다. 아마 그것이 이 책이 건네는 가장 설득력 있는 처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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