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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연말이 다가오면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는 단연 크리스마스다.

   

11월 말이 되면 슬슬 크리스마스를 둘러싼 날짜에 연말 모임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다. 연말마다 꾸준히 만나는 친구 모임 중 하나는 대학교 동기들이다. 코로나 학번으로 입학했음에도 꼬박꼬박 모여온 우리의 모임은 벌써 5년을 넘어섰다. 올해는 다섯 명 전원이 졸업을 한 첫 해로, 모임 날짜 맞추는 일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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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낭만을 차마 포기할 수 없던 우리는 아날로그 방식을 택했다. 대면 만남 대신, 정성스레 쓴 손편지를 우체국을 통해 각자의 집에 보내기로 했다. 우체국 배달 기사님이 우리의 산타가 되어주시는 셈이다.

 

물건 판매를 위해 우체국 등기를 이용해 본 적은 왕왕 있었지만, 손편지를 위해 우체국에 방문해 등기를 부치는 경험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손편지 교환을 위해 각자의 동네 우체국을 바삐 오갔을 친구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괜히 웃음이 났다.


네 명의 친구들을 위해 편지지를 고르고, 깜짝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는 과정은 바쁜 일상 속 소소한 이벤트가 되어주었다. 하루 중 일부러 시간을 내 소품숍에 방문하고, 친구들을 떠올리며 편지지와 선물을 매칭하는 과정에서 연말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실용적이면서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담은 선물을 주고 싶었던 나는 양말을 골랐다. 원래 산타 할아버지가 양말에 선물을 넣어준다는 설정까지 고려한, 나름 치밀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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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편지가 속속 도착하는 과정 또한 일상 속 기쁨이었다.

 

편지를 부치는 날짜에서도 각자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25일 전에 도착하도록 안전하게 6일 전에 부친 친구, 이틀 전에 빠른 등기로 부랴부랴 보낸 친구까지. 직접 대면 수령이 필요한 빠른 등기로 편지를 보낸 결과, 한 친구는 배달 기사님과 엇갈려 우편물을 우체국으로 직접 받으러 가야 하는 해프닝이 겪기도 했다. 집이 비교적 가까운 친구는 우리 집 우편함에 직접 편지를 꽂아두는 서프라이즈를 선사했다. 이처럼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손에 넣는 편지였기에, 그 의미는 더욱 깊었다.


모든 편지는 크리스마스 전에 무사히 도착했고, 무려 3-4일 전에 도착한 편지들은 나를 ‘마시멜로 실험’에 빠트렸다. 크리스마스까지 참고 뜯지 않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15분도 참기 어려운데 100시간은 오죽하겠는가.

 

결국 눈에 띄지 않도록 방 한 구석에 꽁꽁 숨겨두었다. 힐끔힐끔 돌아가는 시선을 애써 붙잡으며 며칠을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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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크리스마스가 되자마자 곧장 우편물들을 뜯어보았다. 편지와 그 안에 담긴 귀여운 선물들을 하나하나 꺼내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만을 기다리던 유치원생이 된 기분이었다.

 

귀여운 캔들과 인형, 그리고 핫팩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편지까지. 편지 속에는 나조차도 몰랐던 나의 모습들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적혀있었다. 매일 붙어있는 나보다도 나를 더 따스히 바라봐 준 친구들의 마음에 큰 고마움과 감동을 느꼈다. 메신저로는 쉽게 나누지 못하는 내밀한 속마음을 털어놓고, 진심을 고백할 수 있는 건 역시 손편지다.


문득 영화 <그녀(HER)>가 떠올랐다. 2025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는 타인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로 등장한다. 2013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미래를 제법 정확하게 예측했다.

 

현실로 다가온 2025년은 영화보다 더 각박하다. 우리는 이제 사람이 아닌 ChatGPT같은 인공지능을 통해서도 대필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펜을 들어 직접 글을 쓰는 이유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만 오갈 수 있는 감동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각박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 속에서도, 크리스마스의 낭만만큼은 여전히 아날로그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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