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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어감에 따라, 유년기의 순간은 점차 희미해지고 그 과정만이 흐릿하게 남는다.

      

그러한 흐릿한 기억의 잔상 속에서도, 뚜렷하게 존재하는 하나의 이미지. 이 영화는 나에게 그런 이미지를 문득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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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하나의 가족을 비춘다. 집안의 막내 아들 양양, 누나 팅팅, 양양의 아버지 NJ, 그리고 그의 아내.

   

누나 팅팅은 누군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처음 느껴보기도, 그리고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어떤 순간도 목격하는가 하면, 아버지 NJ는 우연히 처남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재회한 첫사랑으로 인해 마음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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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내는 회사일, 집안일로 오래전부터 마음이 지쳐가던 터에, 교통사고를 당한 어머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 문득 회의를 겪고 요양을 하러 떠난다.

   

그런 와중, 아들 양양은 아버지가 주신 카메라로 계속해서 무언가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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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이 가족의 일을 많이 축약한 이 글에서도 이들 가정에 대한 모습은 그다지 평범하게 보이진 않는다. 가족 구성원 한 사람마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할머니의 사고가 일종의 기폭제가 되어 그간 응축되었던 감정이 폭발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들의 행동을 보다 보면 이성으로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순간들이 보인다. 모순적이고, 의아하며 어딘가 조악한 구석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들의 선택을 고수했고, 그 선택에 따른 상황의 책임도 그들이 온전히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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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느껴본 사랑에 대한 연정, 그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너무도 충격적이고 이상한 순간과 마주하게 된 팅팅. 이 순간만큼은 관객 또한 팅팅에 동화되어 이성이 한없이 무력하게 느껴지는 상황의 모순을 그저 관망하듯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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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는 그대로 그녀의 아버지 NJ에게도 적용된다. 출장으로 인해 일본으로 떠난 NJ, 그곳에서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났던 과거의 첫사랑을 다시금 마주하게 되지만 그녀 역시 다음날 눈을 떠보니 연기처럼 사라져 있다.

   

꿈같았던 순간이 지나가고, 그 자리에 남은건 수십년의 세월을 그저 작은 부스럼으로 응축해놓은 듯한 허탈함 하나가 깊게 자리한다.

   

할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팅팅이 꾼 꿈. 할머니 무릎에 기대어 눈을 감은채로 세상의 난해함, 그리고 아름다움에 관해 읊조리듯 이야기하며 또 다른 잠에 드는 한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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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죽고, 아내가 돌아와 남편과 나눈 짧은 대화는 이 영화 속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듯하다.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거라는 NJ, 그리고 요양을 갔어도 별반 이곳과 다르지 않더라는 그의 아내. 그들의 말이 공통적으로 향했던 곳은 결국 다른 것은 없다는 것, 복잡하게만 보였던 삶은 그리 복잡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 길지 않은 삶의 시간 속에서도, 그들의 일상에선 너무나 많은 사건이 일어났고 또 지나갔다. 그 폭풍같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결국 그들의 삶은 한없이 고요해지고, 대안을 발견하지 못한 듯 보이지만 그들은 각자가 살아갈 방법을 조금은 헤아린 듯 하다.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양양이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순간이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다. 편지를 읽는 양양 뒤로 팅팅, NJ, 그리고 그의 아내가 보인다. 그리고 양양 앞 사진 속에서 할머니는 환하게 웃고 있다.

   

양양이 찍었던 사람들의 뒷모습. 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던 아이의 바람이 너무도 큰 울림으로 느껴졌던 것은, 단지 천진해보이는 아이와 그에 어울리지 않는 거창한 꿈이 기특해 보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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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이 편지를 읽는 순간 내비친 뒷모습을 그 자신은 보지 못한채 그의 가족, 그리고 관객만이 보았던 것처럼 영원히 우리는 자신의 뒷모습을 보지 못한채로 그저 한없이 내달려야만 한다. 길이 나있지도, 보이지도 않는 곳을 한없이 나아가야 한다.

   

세상은 때론 아름답기도, 때론 냉혹하게도 느껴진다. 먼 훗날 나 또한 이런 세상에서 헤메이고 있을 때, 양양이 할머니께 했던 그 마지막 말이 내게 어떤 구체적 지침을 제공해주진 못할지라도 큰 위로가 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거면 나는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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