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뭘 해도 안 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통로에 갇힌 것 같은 날엔 현실을 잠시 뒤로한 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훌쩍 떠나버리고 싶어진다.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은 삶의 벼랑 끝에 선 한 청년이 한 소녀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청년이 소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이다. 소녀는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내는데 이야기를 듣는 관객 역시 어느새 그들을 따라 신비한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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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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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920년대 한 병원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젊은 스턴트맨 로이는 촬영 중 추락 사고를 당해 입원하게 되고, 하반신을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절망 속에서 사랑하는 연인마저 그를 떠난다. 삶의 의미를 잃어가던 그의 앞에 팔 부상을 입은 소녀 알렉산드리아가 나타난다. 오렌지 공장에서 일하다 나무에서 떨어져 입원한 그녀는, 로이와 달리 힘든 상황 속에서도 병원 곳곳을 누비며 작은 즐거움을 찾아내는 밝은 아이다.

 

병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로이와 알렉산드리아. 로이는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고, 알렉산드리아는 금세 그 이야기에 빠져 더 들려달라고 조른다. 로이는 이야기를 계속해주는 대신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요구하며 그녀를 이용하려 한다.

 

로이에게 이야기란 처음에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알렉산드리아가 그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몰입하고, 등장인물에게 감정과 생명을 불어넣는 모습을 보며 로이의 마음도 점차 흔들린다. 그녀의 순수한 기대와 몰입은 로이가 움켜쥐고 있던 절망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서로 다른 이유로 이야기에 기대었지만, 그 세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두 사람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향해 나아간다.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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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섯 영웅이 폭군 ‘오디우스 총독’을 무찌르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이들은 모두 과거에 총독에게 억압받거나 가족을 잃은 인물들로, 각자의 복수를 이루기 위해 힘을 모아 오디우스 총독을 찾으러 여정을 떠난다.

 

이 모험담은 현실 속 로이의 감정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진다. 현실에서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이 이어질수록 이야기 속 분위기도 어두워지고, 영웅들은 점점 더 큰 위기에 몰린다. 그럴 때마다 알렉산드리아는 자신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여 영웅들을 구해내고 이야기가 무너지지 않도록 방향을 바꾼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쌓아올린 이야기는 결국 해피엔딩으로 닿는다. 둘만의 상상과 공감, 서로를 향한 조용한 위로가 결말을 완성한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로이는 여전히 병원 침대에 누워 있고, 알렉산드리아 역시 현실에서는 한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그들의 삶은 여전히 진행형이며, 영화는 관객에게 이들의 뒷이야기를 직접 상상하게 만든다.

 

영화는 조용히 속삭인다.

 

이제는 당신의 차례라고.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그러했듯, 당신의 하루와 선택, 마음속 작은 용기들이 또 하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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