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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나는 오래전부터 기록이 습관인 사람이다. 물론 내 주변 지인들에 비하면 스스로 기록자라 말하는 게 부끄러울 정도지만, 나는 나름 내가 꾸준히 기록해 온 사람이라믿는다. 일기, 다이어리는 기본이고 콘텐츠 기록, 아이디어 정리, 어휘 모음 등 다양한 용도로 착실히 기록을 수행하는 중이다. 이번 글에서는 나의 중학교 학창 시절부터 스물세 살의 지금까지 이어온 기록의 결과물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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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노트>

 

내 인생 첫 기록은 편지 노트다. 이 노트에는 거의 매일 누군가를 향해 쓴 편지글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심지어 한 권도 아니고 두 권이다. 무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내가 좋아해 온 한 아이돌 가수가 있다. 어떤 날은 이 가수를 향한 애정 어린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수업 시간 선생님 몰래 연습장에 편지를 마구 써 내려갔다. 그렇게 흥미가 없는 수업 시간마다 맨 뒷자리에서 홀로 좋아하는 가수에게 팬레터를 쓰게 됐다. 남들에겐 아마 선생님의 말씀을 열심히 필기하는 모범생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 노트는 2016년과 2017년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읽어보면 당시 내게 어떤 일이 있었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갔는지 알 수 있다. 좋아하는 대상에게 전하는 말에는 솔직함과 과감함, 무엇보다도 애정 어린 단어들이 담겨 있다. 내 가수에게 좋은 말만 전달하고픈 마음은 누구나 다 공감할 거라 믿는다. 예쁜 문장을 골라 담는 과정은 시간가는 줄 모를 만큼 즐겁다. 내 생각에는 이 시기에 편지 쓰는 힘이 많이 강해진 듯하다. 누군가에게 글로 나의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힘, 이러한 힘이 살아가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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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노트>

 

다음으로 하게 된 기록이 아이디어 노트다.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나는 문예창작과 진학을 목표로 정했다. 여러 입시 학원을 다니면서 대략 몇백 개에 달하는 습작글을 쏟아냈다. 매일 기승전결이 갖춰진 글을 쓰기 위해선 일상생활에서 발견하는 소재나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그 번뜩이는 소재와 아이디어를 붙들기 위해 사용했던 것이 바로 아이디어 노트다. 이 노트에는 주로 학창 시절 내가 생각한 매력적인 캐릭터의 특징, 흥미로운 갈등 요소 등이 적혀 있다. 기록하는 방식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아이디어 노트인 만큼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자유롭게 휘갈겨 쓰는 편이다. 현재는 노트북이나 휴대폰 메모장을 더 많이 활용하는 편이지만, 종종 머리도 환기할 겸 이 노트를 펼쳐보곤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멋진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이를 학교 과제물에 활용한 적도 많다. 꽤나 유용한 친구라고 자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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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노트>

 

문예창작과 입시 준비를 하며 마련하게 된 또 다른 노트가 바로 ‘어휘 노트’다. 어휘 노트란, 내가 평상시에 자주 쓰지 않는 어휘나 생경한 표현을 따로 적은 노트를 말한다. 소설 습작을 할 때 최대한 풍부하면서도 다양한 표현을 쓰려고 노력하는데, 이 노트가 이러한 나의 노력에 많은 도움을 줬다. 확실하진 않지만 어휘력 증진에도 조금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글을 쓸 때 진부하다고 느껴지는 표현을 지양하는 편이다. 가끔 내 문장이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으로 가득 찰 때 이 노트를 꺼내서 다른 표현이 없나 찾아보기도 한다. 내 주변에 어휘 노트를 적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데, 개인적으로 장르 불문 글 쓰는 게 업이거나 취미인 사람에게 추천하는 종류의 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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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이어리>

 

내 기록 인생의 가히 주춧돌이라 말할 수 있는 일상 다이어리다. 다이어리는 작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기록러 중에서 다이어리 꾸미기, 일명 ‘다꾸’를 하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무언가를 꾸미는 것에 소질이 없는 편이라 다꾸를 하진 않는다. (다꾸가 귀찮기도 하다…) 굳이 다꾸를 하지 않더라도 그날에 해낸 일 목록, 간단 느낀 점, 그날 끌리는 스티커 몇 개를 붙이면 페이지가 풍족해 보이기 때문에 나름 괜찮다. 처음 다이어리를 작성하게 된 이유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 작년과 재작년은 내가 생각해도 지칠 만큼 굉장히 바쁘게 보냈다. 학교는 물론 아르바이트, 각종 대외활동, 동아리, 교육, 개인 프로젝트까지 끊임없이 수행해야만 했다. 이러한 이유로 매일 많은 것을 해내며 살아왔는데, 무얼했는지 기록하지 않으니 왠지 하루가 무의미하게 흘러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업무 진행 과정과 같이 상세한 내용을 기록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내가 그날 무얼했는지 간단하게라도 적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재작년 난생처음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처음 다이어리를 구매했을 땐 왠지 모르게 이 다이어리가 나의 흘러가는 20대를 붙잡아줄 소중한 기록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이 확신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편지 노트처럼 이 다이어리도 훗날 펼쳐보았을 때 ‘내가 20대에 이런 생각과 경험을 하며 살았구나’라고 떠올릴 수 있게끔 도와주는 도구가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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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리뷰 노트>

 

콘텐츠 리뷰 노트는 사실 구매한 지 며칠 안 됐다. 원래 2026년 1월 1일부터 쓰려고 했는데 일찍 시작해서 나쁠 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노트 구매하자마자 바로 기록을 진행했다. 보통 영상 제목, 유튜브 채널을 상단에 적는다. 간혹 마음에 들거나 인상적인 댓글이 있으면 본문에 느낀 점과 함께 쓴다. 사실 영화, 드라마, 소설, 연극, 뮤지컬, 전시처럼 우리가 익히 문화콘텐츠라 부르는 것들은 이미 예전부터 구글 드라이브나 아이 클라우드 메모장에 후기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이 콘텐츠 리뷰 노트는 무어냐! 때는 바야흐로 2026 다이어리 구매 직전, 기록 관련 영상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어떤 유튜버가 콘텐츠 리뷰 노트를 작성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 유튜버의 리뷰 노트의 특이점은 그 콘텐츠의 범주가 ‘유튜브 영상’까지 확장된다는 점이었다. 이 말을 듣고 조금 솔깃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유튜브 영상 플랫폼을 달고 사는 나인 만큼 유튜브를 보며 그동안 느낀 점도 참 많았다. 느낀 점이라고 하면 조금 거창하니 ‘잠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라고 하자. 사실 이것만 해도 수만 가지일 것이다. 그 기록 유튜버의 영상을 시청하고 나니 내가 지금까지 유튜브를 애용하며 떠나보낸 수많은 생각들이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졌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리 길지 않아도 좋으니 콘텐츠를 보고 느낀 점을 즉시 적을 수 있는 노트를 마련하길. 나도 침대에 누워서 쇼츠를 보다가도 부담 없이 바로 적을 수 있을 만큼 작은 사이즈의 노트로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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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마음 단단해지기 노트>

 

이 노트에는 평상시 내 마음에 와닿은 명언이나 자기계발 문구를 적어둔다. 나는 내 현 상황에 도움이 될 만한 문구 수집하는 걸 즐겨하는데, 처음에는 이 문구들을 발견하는 즉시 다이어리나 일기장에 쏟아내듯 막 적었다. 그러다가 이 문구들을 한데 모을 필요성을 느껴 이 노트를 장만하게 됐다. 지금은 명언이나 자기계발 문구뿐만 아니라 인생 버킷리스트, ‘미래의 나’ 상상해서 일기 쓰기 등 인생 목표와 관련한 온갖 것들을 수집하는 노트로 발전했다. 훗날 살면서 지치거나 무너지는 날이 왔을 때 이 노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기를 바라며.


그 외 흔한 기록물인 일기, 필사 노트, 공부 노트(영단어 암기) 등이 추가로 있다. 이렇게 쓰고 나니 많아 보이는 것 같지만 전부 제각기 용도에 맞춰서 필요한 상황에만 기록하기 때문에 그리 큰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다가오는 2026년은 물론 나는 아마 평생 기록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듯하다. 그렇게 살고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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