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를 굳게 믿었던 7살 어느 겨울 무렵, 정말 간절하게 갖고 싶었던 장남감이 있었다. 텔레비전에 그 장남감 광고가 나오기만 하면 아련한 눈빛으로 부모님을 쳐다보곤 했다.
그런 내 마음을 단번에 알아채신 부모님께선 산타 할아버지한테 부탁하라며 사주지 않겠다는 말을 돌려 하셨다. 두 분의 그 한마디에 동생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날 양말 주머니와 우유를 세팅한 채 잠자리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 비몽사몽 방에서 걸어 나와보니 그토록 노래 부르던 장난감이 거실 중앙에 보란 듯이 놓여 있었다. 이에 동심공화국의 주민이던 나는, 산타할아버지가 주신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좁은 집안을 방방 뛰어다녔다.
다 크고 나서야 그것이 출근하시던 아버지께서 놓고 가신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산타의 존재를 철석같이 믿었던 어린 아이는 그저 신이 났을 테다.
슬프게도 동심을 잃어버린 지금 나에게는 그때 그 양말 주머니와 우유에 대한 환상도, 산타가 머리맡에 선물을 두고 갈 거란 기대도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딱 하나 분명히 간직하는 것이 있다면, 그날 우리 네 식구가 그려낸 따뜻한 추억 한 장일 것이다.
만약 부모님께서 어린 나의 동심을 지켜주지 않았다면, 예수의 탄생일인 12월 25일이 무교인 내게 그리 마법 같은 하루가 될 수 있었을까. 그날의 기억이 있었기에 다가올 올해의 크리스마스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늘 가족이었다. 어린 나의 순수함을 이해하고 소통해 주신 부모님의 지혜와 사랑이 있었기에,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