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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문화예술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예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대답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나에게 예술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무엇을 느꼈나?”라고 물어보면 선뜻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종종 작품 해설에 기대곤 한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빌려 감상을 이해하려 할 때마다 ‘내가 정말 예술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따라왔다.


박원재 작가의 『예술은 죽었다』를 읽으면서 이런 의문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예술이 어떻게 죽었는지,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지, 예술이 어떻게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를 3부에 걸쳐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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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죽었다고?


 

『예술은 죽었다』라는 제목은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을 준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예술이 죽었다고? 대체 어떻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예술은 죽었다! 예술은 죽어 있다!

우리가 그를 죽였다!

우리 모두가 그의 살인자다!”

 

 

책 안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 문장은 제목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이 구절을 읽었을 때, 나는 당황스러움과 함께 우리가 예술을 죽인 살인자라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책을 따라가다 보면 그 의미가 서서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특히 타인의 해설과 전문 비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감상 태도가 예술을 죽이는 한 원인으로 제시되는 부분은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느껴지는 나만의 감정보다 남이 정리해 준 '올바른 감상'을 먼저 찾으려 했던 나의 모습이 바로 그 예에 해당하는 듯했다.

 

또한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미술관이 오히려 예술을 죽음으로 인도한다는 주장이다. 예술이 모여 있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던 미술관이 왜 ‘예술이 죽으러 가는 곳’으로 언급되는지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책에서는 예술이 제도와 공간에 지나치게 포섭되면서 원래의 생동감을 잃어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 책은 예술이 죽었다고 단정 짓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죽음은 곧 새로운 탄생의 시작일 수 있다는 희망을 함께 제시한다. 예술의 죽음은 절망이 아닌, 새로운 예술이 시작되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삶과 예술의 연결


 

나는 가끔 존재와 삶에 대해 고민하는 편이다. 나는 누구인지, 왜 태어났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말이다.

 

이 책은 이런 질문이 예술과 절대 멀지 않다고 말한다. 예술은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 삶이 담긴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를 통해 작가와 관객이 연결되는 과정이다. 더 나아가 관객과 또 다른 관객까지 연결하는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예술이라고 한다.

 

이걸 읽으며 내가 문화예술, 특히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느꼈다. 뮤지컬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연기와 노래, 무대 연출로 전달되며 같은 장면에서 감동을 받고 울고 웃는 관객들이 존재한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를 몰라도 ‘연결되어 있다’라는 걸 느끼게 된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예술은 삶과 닮았다.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고 누군가와 이어지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더 빛나는 예술


 

책의 마지막은 예술이 결코 특별한 장소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신의 일상을 예술로서 공유하거나 일상적 사물을 예술로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평범한 하루에 음악과 감정이 스며드는 순간들. 이 모든 것이 다시 태어난 예술의 모습이고 앞으로 예술이 나아갈 방향성이라 말한다.

 

그 내용을 읽으며 나 역시 예술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거창한 작품 앞에서만 예술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하루 속에서 예술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상은 예술의 한 소재가 될 수 있다.


예술은 갤러리에만 있는 것도 예술가만이 만드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삶이 이야기되는 순간,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감정이 움직이는 순간, 그 일상적 장면 속에서 예술은 오히려 더 밝게 빛난다. 그래서 나는 이제 예술이 무엇인지 묻는 말 앞에서 조금은 다른 의미의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술은 확실한 정답을 찾아가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계속 새롭게 태어나고 이어지는 어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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