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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그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는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만개하며, 결국 고요히 낙엽이 지기까지의 감정 온도들을 기록한 정교하고 섬세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감정의 가장 섬세한 결을 마치 손대면 흩어질까 조심스레 다가서지만 무엇보다 세심하게 포착해 낸다. 그 모든 순간 속에서 엘리오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무거운 존재인지 느끼게 되고, 그의 세계는 그 강렬하고 고요한 성장의 과정을 덤덤하게 비추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사랑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나 자신. 그 한 인물의 성장 과정을 무엇보다 아름답게 설명한다.

 

 

 

전해지기 전의 감정들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은 처음부터 말로 전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이 영화에서는 ‘말로 전해지지 않은 것들’이 가장 큰 언어로 작용한다. 세상의 눈초리 속에서 말로 꺼내지 못했지만 그들이 나누었던 사랑은 서서히 그 무엇보다 크게 자라난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조차 완전히 마주 보지 못한다. 손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파편들이 서서히 형태를 갖춘다. 이 영화가 잔잔하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바로 이 단계의 섬세함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랑 영화는 감정이 가시화된 이후의 순간에 집중하지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감정이 시작되는 단계, 의식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시선이 왜인지 모르게 겹치는 그 미세한 전류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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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걸 알기에 더욱 빛나는 계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여름이라는 시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여름은 계절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로 작용한다. 뜨겁고 꿉꿉한 여름과 시원하고 서늘한 여름이 뒤섞이며 그들의 세계는 또 한 번 저물어간다. 여름의 빛이 길어지는 만큼 감정의 그림자도 길어지는 것처럼 과일의 과즙이 손끝을 적시는 속도만큼 사랑도 빠르게 깊어진다. 하지만 모든 여름이 그렇듯이, 두 사람의 사랑과 아름다움이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은 종말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을까?

 

두 사람의 취할 듯이 강렬했던 감정은 오히려 일시적이라는 계절의 기간성 속에서 더욱 아름답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 여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랑의 유효기간을 상징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볼 때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춰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올리버가 떠날 날은 시곗바늘처럼 조용히 다가온다. 그들이 아무리 서로에게 가까워져도 여름을 벗어난 세계에는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잔혹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이 사랑은 더욱 타오를 수 있었다. 사라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뜨겁게 살아남은 사랑. 그것이 이 영화가 지닌 계절의 감각이다.

 

 

 

여름이 지나고 남겨진 것


 

영화의 마지막, 벽난로 앞에서 혼자 울고 있는 엘리오의 모습은 수많은 시간이 지나도 관객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만큼 애처롭고 아름답다.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은 결국 같은 곳을 향해 흐르지 못했지만 그 실패가 오히려 그를 더욱 성장하게 만들었다. 영화의 OST 속 가사들은 남겨진 엘리오의 심정을 대변한다.

 

 

“Now my riverbed has dried. Shall I find no other?”

-이제 마음의 강은 다 말라 버렸는데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긴 할까요?

 

“The first time that you touched me. Oh, will wonders ever cease?”

-그대와 처음으로 닿았던 그 순간 그 순간의 전율이 사라지는 날이 오긴 할까요?

  

 

사랑을 경험해 본, 그리고 실패해 본 사람들만이 얻는 세계에 대한 선언이다. 실패한 사랑은 더 이상 실패가 아니다. 그 감정은 엘리오를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고 이후의 고통은 앞으로 사랑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비록 엘리오와 올리버는 서로를 잃었지만 그를 통해 또 한 번의 여름을 보내며 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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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계절이 있었다면

 

이 영화는 완성된 사랑의 이야기 대신 사랑이 생겨나고, 자라나고, 시들어가는 모든 과정을 기록한다. 두 사람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던 순간은 단순한 이름을 넘어 서로의 존재를 담아내는 그들만의 언어였으며, 여름의 계절을 영원히 그들의 사랑을 기억하게 만든 배경이 되었다. 이 과정은 엘리오에게 사랑의 시작이자, 아직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순간으로 남겨졌다.

 

결국 사랑은 영원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사랑이 바꿔놓은 우리의 흉터들은 영원하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새로운 세계가 열리던 그 찰나의 순간을 가장 아름답고 가장 잔인한 그림자로 함께 나타낸 영화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사랑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모습의 사랑이든 불안정하게 휘몰아치는 감정의 빠져나갈 겨를 없이 잠식되어 가는 엘리오를 따라 함께 소용돌이에 빠지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감상한 여러분에게 하고픈 질문,

 

신이 세상의 그림자에서 눈을 감아주었다면 그들의 사랑은 영원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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