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20250911_CMF_포스터어나운스-중 (1).png

 

 

11월의 첫 주말,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는 한 폭의 거대한 캔버스가 되었다.

 

‘Color in Music Festival 2025(이하 CMF 2025)’는 이름처럼 음악과 색을 결합해 아티스트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관객과 감정을 교류하는 컬러풀한 음악 경험을 선사했다.

 

 

 

CMF 2025만의 색다른 경험


 

20251101_133640.jpg

 


양일간 펼쳐진 무대 중 1일 차는 솔로 아티스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K-POP, 힙합, 발라드, 인디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성은 멀티 장르 페스티벌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줬다. 장르적 스펙트럼이 넓었지만 전반적인 흐름이 어색하지 않았고 스테이지 간 전환도 매끄러웠다. 평소 접하지 않던 장르의 아티스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


라인업 외에도 무대 연출에서 세밀한 디테일이 눈에 띄었다. 전광판에 곡 제목과 가사가 함께 띄워져 처음 듣는 곡이라도 자연스럽게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음악의 몰입도를 높이고, 관객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 연출이었다. 다른 대형 페스티벌에서도 참고할 만한 시스템이다.


현장에는 관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다양한 색의 비즈로 나만의 Kandi 팔찌를 만드는 현장 이벤트, 그리고 입장 시 제공된 목걸이형 안내 책자까지 페스티벌의 작은 디테일들이 공연을 쾌적하고 풍요롭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늦은 가을 날씨는 다소 추웠지만 협찬사에서 판매하는 핫팩을 구매하거나 연결되어 있는 파라다이스 시티 플라자에서 몸을 녹일 수 있었다. 이번 페스티벌은 파라다이스 시티와 협찬을 맺어 플라자 내 할인 혜택으로 보다 저렴한 가격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또한, 스테이지를 한 곳만 사용하기에 빈 공간을 활용해 일리고 스튜디오 공간을 마련하여 페스티벌 공간 내에서도 휴식, 쇼핑, 식사 등 다양한 경험이 가능했다.

 

 

 

다채로운 음악의 스펙트럼


 

20251101_182227.jpg

 


플라자에서 점심을 먹고 스테이지 쪽으로 나가자 이미 송소희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국악인으로만 기억하고 있던 그녀는 국악 창법과 록 사운드를 결합하여 독특한 음악을 하고 있었다. 특히 가사나 곡에서 다루는 주제들이 전통적이면서도 음악적 사운드는 현대적이어서 전통과 현대를 오묘하게 결합한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웨스턴 감성의 무대 의상은 광활한 야생 들판을 연상시켰고, 그녀를 자유롭고 거침없는 에너지를 가진 소녀로 만들어줬다.


뒤이어 등장한 권진아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가라앉혔다. 가을 끝자락의 센치한 무드를 머금은 스타일링으로 무대에 오른 그녀는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로 관객의 마음을 단숨에 끌어당겼다. 그녀의 무대를 보는 동안 점차 모여든 관객들 사이로 열기가 번져 가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음 무대로 크러쉬가 기다리고 있었다. 비를 흠뻑 맞으며 노래를 부르는 크러쉬의 모습이 머릿속을 지나갔지만 다행히도 그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날이 갰다. 크러쉬는 10년 전 비를 맞으며 했던 무대도 권진아의 다음 순서였다는 일화를 꺼내며 웃음을 자아냈다.


다른 아티스트와 달리 크러쉬의 무대 구성은 단출했다. 디제이 한 분과 크러쉬 단둘이었지만 그들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폭발적이었다. 관객들의 떼창이 무대를 가득 채웠고, 크러쉬는 특유의 여유롭고 재치 있는 무대 매너로 그 열기를 유도했다. 평소에 힙합 장르를 즐겨듣지 않는 나에게 힙합의 재미를 알려준 무대였다.


다음 순서는 우즈였다. 크러쉬 무대를 한껏 즐기던 관객이 어리둥절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 우즈의 순서만 기다리고 있던 나는 관객층의 다양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음악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만큼 음악을 즐기는 방식도, 각자의 음악적 감성도 다양했다. 날카롭게 사운드를 파고드는 그의 보컬을 듣고 나니 이찬혁의 무대가 다가왔다.


최근 이찬혁의 무대 영상을 보며 무대 기획력에 감탄했기 때문에 그의 무대 또한 기대되었다. 시간이 촉박한 페스티벌 무대에서도 이찬혁은 연출을 놓치지 않았다. 일곱 명의 코러스와 밴드 세션 모두 컨셉츄얼한 톤 앤 매너로 통일된 무대를 완성했고, 그는 한 편의 음악 시리즈를 보여주듯 거의 멘트 없이 노래를 이어갔다.

 

 

 

비와 함께한 피날레


 

20251101_201055.jpg

 


해가 저물며 발라드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차지했다. 규현은 뮤지컬 무대에서 보여주던 화려한 감정선을 걷어내고 한층 담백하면서 짙은 감성이 깃든 발라드로 관객을 몰입시켰다. 이소라는 오랜 시간 음악을 해온 아티스트답게 밀도 있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강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한 시간 가까이 자리에 앉아 노래했다.


그녀는 요즘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소라의 음악은 언제나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녀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사소한 감정의 결을 놓치지 않으려는 진심이 고스란히 음악 안에 녹아 있다. 그래서 그녀의 노래는 듣는 이를 조용히 위로한다.


‘바람이 분다’를 들으며 일행과 사랑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음악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읽히고, 다르게 적힌다.’ 그 차이를 함께 이야기하는 일은 마치 서로의 마음을 건너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날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곡은 ‘Track 9’. 첫 소절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삶의 불가피함과 존재의 물음이 담긴 이 가사에서 음악과 맞닿아있는 개인의 서사에 대해 생각했다.


라이브 무대는 아티스트의 진심이 가장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순간이다. 가사 한 줄 한 줄은 대사처럼 들리고, 가수의 표정과 호흡은 연극의 장면처럼 감정을 전달한다. 그래서 라이브 공연은 단순한 청각의 경험을 넘어, 모두가 같은 장면을 공유하는 집단적 경험의 연극 한 편이 된다. 그날 이소라 무대는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이소라의 무대가 끝나고 묘한 여운이 흘렀다. 음악에 집중하는 순간도, 멀리서 바라보는 순간도, 가까이서 흥에 취하는 순간도 공존하는 이 공간. 9시간 넘게 이어진 공연 속에서도 많은 관객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잠깐의 여백 동안 사람들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흘러들었다. 장시간 야외에서 페스티벌을 구경하며 쌓인 피로도 음악 앞에서는 사라졌다. 우리는 잠시 앉아 숨을 고르며 잔나비의 무대를 기다렸다.

 

 

20251101_213513.jpg

 

 

잔나비의 무대가 시작하기 전에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종합안내소에서 우비를 받아 입고 이미 시작한 무대 앞으로 달려갔다. 궂은 날씨에도 열정을 다해 즐기는 가수와 관객에게서 음악을 좋아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보컬 최정훈은 온몸을 다해 노래를 불렀고 관객은 우비를 입은 채로 함께 따라 했다. 음악은 우리를 언제나 찬란했던 순간으로 되돌려 놓는다. 서로 다른 일상을 가진 사람들이 인천에 모여 같은 리듬에 몸을 맡기고 함께 노래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예측할 수 없는 비, 생각보다 매서운 추위, 그리고 각기 다른 색의 음악들이 교차하는 무대. 그 모든 변수가 오히려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그날의 인천은 무수한 색이 뒤섞인 거대한 팔레트였다. 음악과 감정, 그리고 우연이 만나 만들어낸 찰나의 장면들. 그 색들이 겹겹이 번지며 CMF 2025의 밤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