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간 온라인으로만 활동하던 아트인사이트에서 사람과 직접 대면할 기회가 있음에 설레었다.
어쩌면 모니터 앞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했을, 어쩌면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 인식하지 못했을, 사람들의 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우리는 붐비는 대학로의 스타벅스의 작은 1인용 테이블에 둘러앉아 첫인사를 나눴다.
그동안 어떤 글들을 써왔는지, 글을 쓰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좋아하는 분야는 무엇인지 등을 이야기했다. 공감대에는 웃었고, 새로운 것에는 흥미로워했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접함과 같기에, 아직은 까마득히 무지한 지평을 가진 상대의 첫 몇 마디들로 그의 세상을 구성해 나갔다.
우리는 ‘공연’을 공동 관심사로 모였고, 첫 모임은 뮤지컬 <프리다>였다. 뮤지컬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 만큼 뮤지컬에는 취미가 없었던 나지만, 좋은 계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뮤지컬을 감상했다. 작품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그렸다. 생생하게 들리는 배우들의 목소리 떨림, 이야기의 맹렬한 기세와 한편으로 극 밖을 오가며 소통하는 유연성 같은 것에서 뮤지컬 팬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호응 외엔 침묵을 지키며 작품을 다 보고 난 뒤, 같이 본 사람들에게 첫 마디를 꺼낼 때는 항상 약간의 긴장이 있다. 다행히 모두 즐겁게 본 듯했고, 특히 배우의 가창력에 대해서 입 모아 칭찬했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며 우리는 헤어졌다.
![[크기변경][회전]모임리뷰2.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11/20251105143410_pzvqcfql.jpg)
다음 모임은 KU 시네마테크에서였다.
이전 모임에서 독립 영화관에 가보자고 얘기를 꺼냈던 우리는 이곳에서 <스탑 메이킹 센스>를 함께 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밴드 ‘토킹 헤즈’를 알게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는데, 우연이 겹치듯 이렇게 영화로 만나게 된 게 신기했다.
우리는 작품에 대해 사전 정보를 특별히 찾아보지 않았어서, 아예 서사가 없는 공연 실황 영화라는 것조차도 모르고서 영화 관람을 시작했다. 그래서 극장을 나설 때는, 이런 영화인지 몰랐는데 정말 멋졌다고, 일제히 후일담을 얘기했다. 그리고 흥을 참기가 힘들어서 싱어롱 상영이 아닌 것이 참 아쉬웠다는 데에도 모두 동의했다.
이 정도로 신이 나는데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어 본 적이 있었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 돌아가는 길엔 토킹 헤즈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몽롱하고 유쾌한 듯 진지한 데이비드 번의 얼굴을 떠올렸다.
세 번째 모임은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이었다.
페스티벌 자체도 나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주로 집에서 조용히 볼 수 있는 시리즈, 영화, 책 등이 나에겐 좀 더 익숙한 종류의 콘텐츠이다. 하지만 재즈를, 그것도 서울숲에서, 그러니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곳에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혹한 나는 이들이라면 함께 가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먼저 모임을 제안했다.
그렇게 모이고 보니 두 사람은 페스티벌을 즐겨 찾는 편이라 앞으로 갈 예정인 페스티벌, 특별히 좋았던 페스티벌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취향과 문화 향유의 경험. 스스로에게는 지나가고 마는 즐거움의 순간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때는 정보가 되고 다음이 된다는 것이 새삼스레 좋았다.
![[크기변경][회전]모임리뷰3.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11/20251105143431_erukgtfi.jpg)
마지막 모임은 공덕역이었다. 10월의 마지막 날에, 본격적인 추위가 엄습한 주 평일의 마지막 날에, 저녁을 먹고 차를 마셨다.
마지막 만남은 오히려 첫 만남 같았다. 서로 못 보던 새에 배운 것들, 느낀 것들 – 좋았거나 힘들었던 것들에 관해 얘기했다. 대화는 예를 들면 이렇게 흘러갔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최근에 본 넷플릭스 떡 다큐를 얘기했고, 압구정동의 떡집 추천을 받았다.
대화는 취향이 여러 갈래 길을 건너 이어지는 공간이다. 특히 주로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는데, 누군가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들으니 반성이 되기도 했다.
나의 글은 읽힐 가치가 있는가, 훌륭하진 못할지언정 누군가의 눈에 한심하게 보였던 적은 없었을까.
![[크기변경]dolls-festival-1235341_1280.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11/20251105143522_pbbvfxpk.jpg)
아트인사이트 모임은 이야기가 공통의 것에서 개별적인 것으로 파생되거나, 개별적인 것에서 공통의 것으로 모여드는 과정이었다. 개별의 감상이 타인의 말로 재구성되기도 하고, 다름 속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서로 말이 통하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