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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에 빠져 지내던 요즘, ‘사각사각 펜페스트’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마음이 움직였다. 입문용 펜을 하나쯤 사볼 생각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펜으로 어떻게 기록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행사 일정표에서 예상치 못한 단어를 발견했다. 〈일주일에 한 번 쓰는 주간 회고 일기〉 워크숍. 펜을 사러 갔다가, 오히려 ‘어떻게 나를 돌아볼 것인가’를 배우게 될 줄은 몰랐다.

 

워크숍은 작은 책상 위에 놓인 노트와 펜으로 시작됐다. 강연자는 회고를 “일어난 일을 적는 기록이 아니라, 그 일을 다시 살아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회고는 네 가지 흐름으로 적는다. 이번 주의 사건, 그때의 감정, 거기서의 배움, 다음 행동. 잘 쓰려고 애쓸 필요는 없고, ‘다시 읽고 싶은 문장’을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손으로 쓰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인상 깊었다.

 

그 짧은 한 시간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종이에 닿는 촉의 속도가 곧 생각의 속도가 되고, 글씨는 나의 감정을 지나서 나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느꼈다.

 

워크숍이 끝나고 행사장으로 내려가니 완전히 다른 온도의 세계가 펼쳐졌다. 펜, 잉크, 노트가 한가득 진열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종이 위에 잉크를 꾹 눌러보며 ‘사각’ 혹은 ‘촉촉’ 같은 소리를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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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문용 만년필을 고르러 왔지만, 실은 이곳은 이미 오래 기록해온 사람들의 세계였다. 펜촉의 굵기, 잉크 색감, 종이의 결을 이야기하는 그 분위기는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매력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주눅도 들었다. 그래서 결국 펜은 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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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은 따로 있었다. 사람들이 각자 노트에 쓰는 글씨를 구경하는 일.

 

어떤 이는 회색 잉크로 하루의 스케줄을 빽빽하게 적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초록 잉크로 ‘오늘의 기분 76%’라고 썼다. 글씨와 종이, 잉크의 흐름만으로도 그 사람의 속도와 호흡이 느껴졌다. 필기는 단순한 정보 저장이 아니라, 살아 있는 리듬이라는 것을 그제야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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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끝내 펜을 사지 않았지만, 대신 나에게 맞는 기록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회고는 과거를 정리하는 행동이 아니라, ‘다음 주의 나’를 준비하는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펜은 손에 쥐는 도구지만, 회고는 마음을 쥐는 기술이었다.

 

어쩌면 이 두 가지가 함께 있을 때, 처음으로 ‘나의 문장’이 만들어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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