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래도 나만 못 간 게 맞는 것 같다. 락 좋아한다, 음악 좋아한다, 오아시스 좋아한다는 사람들은 죄다 오아시스 내한 공연에 가서 즐기고 온 것 같다. 다들 삼선의 아디다스나 오아시스 로고가 새겨진 무언가를 입거나 들고 공연장 앞에서 행복해하는 웃음을 짓거나 아니면 공연 중간 중간 영상을 찍어 올렸다. 오아시스 좋아하는 사람 중에선 나만 이 모든 광경을 못 본 게 확실한 것 같다. 이럴 수가. 작년의 나를 아무리 꾸짖어봐도 바뀌는 건 없다. 표는 더 구할 수 없고 이미 공연도 끝났다. 티켓팅에 실패한 직후 어쩔 수 없지 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그 순간부터 잘못되었지만 모든 게 과거로 변해버린 이상 바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아쉬워할 뿐이다. 마치 폴 매카트니의 내한 공연을 못 봤던 2015년처럼 말이다. 아, 왜 나는 항상 이런 슈퍼스타의 내한에 가질 못하고 나중에서야 끊임없이 곱씹고 안타까워 하는 것일까. 미쳐버릴 지경이다.
너무나도 아쉬운 마음이 하늘을 찔러버린 나머지, 계획에도 없던 오아시스 따라하기가 시작되었다.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가 젊었던 90년대, 그들이 화보나 공연장에서 찍힌 사진을 보고 자주 입던 옷들을 따라 입어본다. 마침 오아시스와 아디다스가 서로 협업을 해서 굿즈를 냈다고 해서 바로 찾아봤다. 가격을 보고 놀란 마음을 한동안 진정하지 못했다. 결국 아무 것도 구매하지 못한 채로 원래 가지고 있던 옷들을 이용해본다. 그것도 잠시,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에 입어보지도 못한다. 아주 운수가 좋다. 어지러운 기분과 마음에 헤드셋을 끼고 주변의 소음이라도 차단해본다. 먹먹해진 귀에 노래를 튼다. "Cigarettes and Alcohol"
내가 오아시스를 좋아하게 된 건 단순히 그들의 음악이 좋아서라기 보단 그들의 마음가짐에 기가 찬 게 더 크다. 평범하다고 말하기엔 조금은 더 암울했던 어린 시절을 겪고 학교에선 문제아로 낙인 찍혔던 영국의 노등자 계층 형제가 음악에선 "나는 락앤롤 스타"라고 아주 당차다. 그러면서 "굳이 뭔가 의미 있는 걸 해야할까? 난 술이랑 담배만 있으면 돼" 라고 빈정거린다. 그러면서 "영원히 살거야" 라고 외치는 이 모든 게 어안이 벙벙하다. 인터뷰는 더 가관이다. 아무리 돈을 벌었어도 만족하지 못하니까 더 우리 음악을 듣고 굿즈를 사라는 그들. 솔직함을 넘어 직설적으로 생각을 쏟아 내고 자신감에 가득찬 그들은 뜻밖에도 아버지의 폭력으로 힘들었던 시절에도 아침에 눈을 뜨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가 되었다고 한다. 그 기묘한 뒤틀림이 나는 어딘가 좋았다. 그 반항 속에 담긴 따뜻함이 방황하던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그들의 음악을 10대 때 정말 많이 들었다. 그리고 서로 너무 싸워댄 탓에 해체한 그들이 작년에 재결합을 16년 만에 발표했을 때 느꼈던 전율이란. 그 전율을 비슷하게 느꼈던 건 비틀즈의 이름으로 마지막 신곡인 "Now and Then"이 발표되었을 때가 유일하다.
생각해보면, 비록 직접 내한 공연에 가서 현장으로 음악을 듣지 못한 건 너무나도 아쉬울 지언정 음악은 원하면 들을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언제 어디서든 듣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휴대폰을 켜서 앱을 킨 후 노래 제목만 검색하면 된다. 그 노래가 90년대에 발매되었든, 멤버들이 서로 싸워서 얼굴을 16년 동안 보지 않았든,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을 가야 있는 나라의 가수든 음악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했다. 덕분에 오아시스의 팬들도 생겨나고 그들이 공연에 간 것이겠지만, 나처럼 내한 공연에 가지 못한 사람도 리마스터링 된 음원을 들으며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집에 와서 괜히 우쿨렐레를 건드려본다. 오아시스의 음악은 코드가 쉽고 단순하기로 유명해서, 몇 개의 코드만으로도 완곡이 가능하다. 가장 알려진 음악인만큼 코드도 쉽겠다 싶어 'Don't Look Back In Anger'를 연주해본다. 처음엔 좀 버벅였지만 금새 손에 익는다. 이걸 고양에서 들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몰려오지만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듣고, 연주한다. 그래도 투어를 한 번으로 끝내진 않겠지. 몇 번은 더 오겠지. 간절한 마음으로 노래를 듣고 또 듣는다. 소원을 가득 빌며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또 연주한다. 아쉬움에 가득차고 분노가 살짝은 가미된 마음이지만, 반항 속에 다정을 품은 오아시스처럼 나도 다정을 살짝 가미해본다. 다음에 또 내한 공연 열리면 나도 꼭 티켓팅 성고해서 현장에서 노래 들어야지. 그래서 나도 행복한 하루를 보내야지. 간절하게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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