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시리즈의 첫 작품을 마주했을 때, 그 후속편이 하루빨리 세상 밖으로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퍽 자연스러운 심리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속편, 드라마의 다음 시즌, 단행본의 후속권 등 우리에게 즐거운 기다림을 선사하는 미디어 프랜차이즈들은 수도 없이 많다. 뮤지션들이 발매하는 음반 역시 이따금 그 범주에 포함되기도 한다. 몇몇 뮤지션들은 종종 두 장 이상의 음반으로 구성된 연작 앨범의 발매를 예고함으로써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증폭시키곤 하니 말이다.
그러나 여타 미디어 프랜차이즈들이 그러하듯이 이러한 시리즈 앨범들의 후속작 역시 그 발매가 항상 보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복잡한 현실의 사정, 아티스트의 단순한 변심 등 다양한 사유로 인해 그 후속작이 공개되지 않은 채 덩그러니 남겨진 시리즈 앨범들의 수는 결코 적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버벌진트 [10년동안의오독I]
2011년은 버벌진트에게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한 해였다. 국내 힙합계에 기념비적인 역사로 자리잡은 자신의 데뷔 앨범 [Modern Rhymes]가 발매 10주년을 맞이한 것은 물론, 직전에 발매되었던 정규 앨범 [Go Easy]를 필두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적극 드러내며 본인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서서히 확장해 나가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에 버벌진트는 지난 10년간의 커리어를 되새기고, 나아가 앞으로의 새로운 10년을 기약하는 자신만의 서사를 담은 연작 앨범 [10년동안의오독] 시리즈를 기획하기에 이른다.
2012년에 발매된 해당 시리즈의 첫 작품 [10년동안의오독I]은 장르 팬들 사이에서의 평가가 다소 엇갈리기는 했으나 적어도 그의 관록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앨범이라는 것이 중론이었고, ‘굿모닝’, ‘충분히 예뻐’ 등의 트랙들을 내세워 유의미한 수준의 상업적 성공까지 거둔 만큼 당시로서는 그 후속작의 발매를 충분히 기대해 볼 법했다.
그러나 후에 공개된 그의 다음 앨범 타이틀은 [10년동안의오독II]가 아닌 [GO HARD Part 1: 양가치]였고, 결국 [10년동안의오독] 시리즈의 후속작은 첫 앨범의 발매 이래 13년이 흐른 지금까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교로운 사실은 그렇게 ‘Part 1: 양가치’라는 부제와 함께 발매된 [GO HARD] 역시 Part 2 앨범의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그 시리즈가 중단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연작 앨범의 완성을 고대하던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의 연속된 변심이 약간은 아쉽게 다가올 따름이었다.
싸이 [싸이6甲 Part 1]
싸이의 정규 6집이자 그 유명한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앨범이다. 발매 당시 그야말로 전 세계를 흔들어 놓았던 ‘강남스타일’의 드높은 인기 덕에 다소 빛이 바랜 감이 있긴 하지만, [싸이6甲 Part 1]은 하나의 ‘앨범’으로서도 듣는 재미가 충분한 작품이었다. 직관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의 감성을 한껏 자극하는 싸이 특유의 감각적인 가사와 중독성 넘치는 멜로디가 앨범을 듣는 내내 귀를 즐겁게 만드는 것은 물론, 성시경, 김진표, 박정현 등 적재적소에 배치된 화려한 피처링진 역시 저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본 음반의 매력을 한층 더해 주었기 때문이다.
[싸이6甲 Part 2]는 본래 2012년 말에 발매되어 Part 1 앨범과 짝을 이룰 예정이었지만 싸이는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열기를 보다 오랜 기간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판단의 일환으로 그 발매를 취소하였고, 이후 정규 7집 [칠집싸이다]가 발매됨에 따라 [싸이6甲]은 영원한 미완성 앨범으로 남고 말았다. 부진한 성적이 아니라 오히려 예상치 못했던 대흥행으로 인해 후속작의 발매가 중단되어버린 기묘한 사례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싸이가 해당 앨범을 통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분명 축하해 마땅한 일이지만, 이따금 ‘강남스타일’의 성공이 없었더라면 [싸이6甲]은 과연 어떠한 형태의 앨범이 되었을지 공연히 상상해 보곤 한다.
청하 [Bare&Rare Pt.1]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서 이름을 알린 아티스트가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는 결코 드물지 않은 편이지만, 개중에서도 청하가 발표하는 작업물들은 꽤 유별난 인상을 남기곤 했다. ‘Roller Coaster’, ‘벌써 12시’, ‘Snapping’ 등의 연이은 성공을 통해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 그는 이윽고 무려 21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자신의 첫 정규 앨범 [Querencia]를 발매함으로써 본인의 음악적 역량을 한껏 발휘하는 동시에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잇따른 호평을 이끌어냈다.
후에 발매될 정규 2집 [Bare&Rare] 역시 아티스트 청하의 커리어를 대표할 수 있는 강렬한 앨범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애석하게도 [Bare&Rare Pt.1]의 발매 이래 대략 3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의 정규 2집을 완성시켜 줄 Part 2 앨범의 발매는 그저 요원하기만 한 상황이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기존 소속사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Part 2 앨범의 발매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후 해당 소속사와 청하의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해당 앨범의 기획 자체가 흐지부지되었기 때문이다. 청하가 [Bare&Rare]의 미완성을 현재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Bare&Rare Pt.1] 이후 그는 아직 정규 앨범 형태의 작업물을 발매하지 않은 상황이다.
과연 그가 어떠한 방식으로 본인의 정규 앨범 커리어를 이어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