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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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지러운 꿈은 몇 년간 나를 쫓아다녔다. 아니, 쫓아다닌다. 여전히 그러니까. 꾸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으므로 ‘꿈꾸었다’ 대신 ‘따라다녔다’라는 말을 꼭 강조하고 싶다. 명확하게 싫은 이유가 있다.

 

누군가를 급박하게 쫓다 갑자기 어지러워 놓친다거나, 친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다 즐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잡으려 더 빠르게 뛰어보지만 대차게 넘어지며 나만 억울해질 뿐이었고, 친한 사람들과 함께 있다면 괜히 억지로 웃으며 그저 가라앉기만을 참고 기다려야 했다. 꿈이라는 걸 알면서, 꿈에서 깨어날 때까지.

 

어제도 어지러운 꿈을 꿨다. 그 속의 난 일본의 한 멋진 카페 겸 바에서 오랜만에 만난 이들과 디저트를 주문하고 자리에 가던 길이었다. 의자를 빼는 순간 주변이 세차게 돌고 곧이어 눈앞도 흐려지더니 강한 어지러움에 눈동자가 흔들리는 느낌이 났다.

 

그런데 그 순간 내가 말했다. ‘나 너무 어지러워 어디가 이상한 것 같아-’ 그리고 천천히 바닥에 드러누웠다. 꿈에서도 놀라웠다. 참지 않고 드러눕다니!

 

꿈에서 깨어났을 때 ‘이게 뭐지?’란 생각뿐이었다. 몇 년을 당하기만 한 고통스러운 꿈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지? 천장을 향해 눈을 몇 번 끔뻑거리니 이내 이유가 생각났다. 일주일 전 엄마가 내게 해주었던 말.

 

 

 

#2


 

일주일 전 본가의 단지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중이었다. 눈앞이 흐려지더니 이명이 들렸다. 너무 놀란 나머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향하는 줄 알았다. 눈을 뜨니 지하 주차장 바닥에 옹졸하게 누워있었다.

 

하마터면 교통사고로 유명한 변호사의 콘텐츠에 나올뻔했다. 벌떡 일어나 집으로 뛰어갔다. 어떻게 도착했는지는 잘 기억 나지 않는다. 아마도 계속해 넘어지며 현관문을 열었겠지.

 

침대에 드러누운 나를 보며 엄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지러울 때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 아무것도 하려 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한테 말해야 돼 도와달라고'

 

생각해 보니 억지로, 왜 정말 억지로 그 공간을 벗어나려 했을까? 이상하게 보일 것 같은 불안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갑자기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간 것도 참으로 어리석었다.

 

지금보다 더 개인적인 이야기는 궁금하지 않을 테니 이곳까지 옮기지는 않겠다만, 그 상황에 운동을 심지어 하체운동을 하다니. 할 여력이 아니란 걸 알았을 텐데. 잠시 꺼놓았던 나를 향한 연민을 불피웠다. 회사에서 다른 이를 향해 연민을 가졌던 것처럼.

 

 

 

#3


 

회사에서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건 매우 다행인 일이었다. 그곳에서만 그 이름으로 존재할 수 있기에 퇴근과 동시에 볼품없는 나는 사라질 수 있었다.

 

또한 내가 아닌 다른 이름들도 그 시간과 공간에서만 존재했으므로, 일하는 동안 함께 하는 그들을 온전히 미워할 수 없어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곳에서 느끼는 어지러움을 버티기 위해 선택했던 방법은 나의 옆자리를 이해하려거나, 나서서 더 잘하려고 하거나 따위가 아니었다. 다만 그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갖는 것뿐이었다.

 

회사 밖을 나서도 가득 차 있을 그의 짐들이, 여전히 이곳에서도 그를 누르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과 이에 동반하는 측은함. 예컨대 그들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집안일이라든가, 친구와의 관계 등.

 

더 나아가 아주 크게 연민을 가졌던 부분은 어쩌면 그는 최근 다정한 언어를 건네받지 못해 그런 단어의 생김새를 몰라 본인 역시 건낼 줄 모른다는 지레짐작이었다. 온전히 내 상상 속에서만 피어난 이유였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연민이 더 이상 커지지 않았고, 커지지 않으면 매시간이 어지러웠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연민들로 덮으려 아등거리니, 내가 가진 연민을 모두 다 그곳에 소진해 버렸다. 그러니 아주 차갑게 나를 돌보지 않게 될 수밖에. 꿈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제는 어지러울 때 꼭 말하려한다. 나에 대한 연민을 함께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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