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대로 달리기 시작한 것은 낯선 땅 미국에서부터였습니다.
어느 겨울, 나 홀로 미국 뉴욕에 입성해서 가족도 친구도 없는 채로 지내야 하는 1년의 기간이 너무나도 길고 깜깜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잘 하지 않던 사교생활도 나가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한 언니가 같이 센트럴파크에서 러닝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누워있는 걸 좋아하고 운동이랑은 거리가 멀었던 평소와 달리, 그저 뭐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또 평소답지 않게 운동을 받아들였습니다.
같이 뛰는 순간 그리고 뛰는 내내 후회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얼마나 이 공원이 큰지, 오랫동안 달리는 데에 뒷받침되는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으니까요.
언니와 뛰면서 처음 10분은 페이스를 지켰지만 이후는 1분에 한 번씩 언니를 멈춰 세우며 걷고, 뛰고, 숨 고르기를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같이 뛰던 언니에게 너무 미안하고, 제 체력에 안일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처음 생긴 나에 대한 '경험'이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한 번씩 센트럴 파크를 뛰는 것을, 센트럴 파크 오른쪽 Fifth Ave에서 출발해 가장 큰 호수를 돌아 콜럼버스 서클로 돌아오는 루틴을. 헬스장 안에서 유튜브를 보면서 러닝머신을 타고 뛰는 것과는 다르게 상쾌한 바람과 계속해서 보여주는 또 다른 풍경들은 더 살아있다고 말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출발 지점에서 관광객, 주민들 그리고 운동하는 사람들과 아우러져 뛰다 보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럼 길 양옆을 지켜주고 있는 나무들과 간간이 보이는 건물들 그리고 보이면 반가운 MET과 구겐하임 미술관이 오늘도 잘 뛰고 있다고 박수를 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중간지점인 호수에 도착하면 그동안 못 쉰 숨을 몰아서 쉬면서 호수에 둘러싸인 뉴욕 건물들을 바라보며, 내가 여기 있다고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하지만 너무 편해지지 않게 숨이 조금 벅찰 때, 다시 뛰기 시작하면 어느새 도착 지점인 콜럼버스 서클에 도착하게 됩니다.
너무 많이 빠진 수분을 보충해지기 위해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가 물 3잔을 얻어 마시고, 집에 돌아갑니다.
(가끔, 당이 떨어질 때는 옆에 있는 매그놀리아 바나나 푸딩을 먹습니다.)
매주 거기서의 경험들은 특별하면서도 일상적이었습니다. 매주 뛰면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지만, 계속해서 변화해 가는 사계절들을 관람할 수 있었고 매주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숨을 고르는 장소가 점점 시작점에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제게 매주 러닝은 저를 매일매일 뒷받침해 주고 있었습니다.
(번외로, 미국 생활 중 가장 화나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는 악에 받치는 마음으로 센트럴 파크를 뛰었던 경험도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에는 '러닝'이 이제 제 일상에 일부가 되었습니다.
'운동'이라는 개념을 비롯하여, 오늘 제 일상이 어땠는지 돌아보기도 그 일상을 지우려고 노력하기도 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떠나있던 24년에 러닝이 붐을 일으키기 시작하고, 지금은 공원이나 운동장에서 쉽게 런닝을 하는 사람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달리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고 지금 운동하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오래 뛰기 위해 숨을 최대한 고르게 쉬어야 하며, 속도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혹여 갑자기 차오르는 감정에 숨이 딸릴 수도, 옆구리가 찢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계기로 뛰게 되셨나요? 지금도 뛰시나요?
당신의 뜀이 내일을 위한 도약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