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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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나 자신에게 경고하지만 청춘을 다룬 영화에는 실망하기 쉽다. 남의 청춘 영화를 보는 게 마음이 쓰리고 아니꼬울 때도 있다.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그 시기를 보냈으니 누구나 공감하기도 어려울 테고 누구나 그 시기를 아름답게만 기억하는 건 아닌 이야기. 그래도 사람들이 꾸준히 청춘의 어려움, 청춘의 아름다움, 청춘의 달고 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돌아갈 수 없고 돌려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늘 그런 마음으로 청춘영화가 상영 중인 곳으로 들어서곤 한다.

 

학생 때는 매일매일 속한 자리가 조금씩 옮겨졌다. 지구의 자전 속도처럼 느끼지 못하게 조금씩. 어제까지 친한 친구가 오늘 좀 멀어지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구석에서 공통점을 발견해 하루아침에 단짝이 되는 관계도 있고. 맹숭맹숭한 상태로 한 번도 거리를 좁히지 못한 사이도 있었다.

 

그런 예민하고 섬세한 지각변동 사이에 완전한 외지인으로 자리 잡혀버린다면 언젠가 누군가 날 발견해 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송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었는데도 일단 불린 자기 이름에 'はい!'라고 대답해버린 게 아닐까. 세 명에게 둘러싸여 노래를 듣는 순간 눈물이 비죽 나온 감정을 나는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을 꼽고 싶어졌다. 외국에서 살다 보면 그냥 이 말은 모국어로 꼭 하고 싶어서 탁 내뱉어 놓고 그 사람이 이해해 주길 바라는 눈으로 보게 될 때가 있다. 송도 아마 그랬던 듯 갑자기 다다다 한국말로 이야기를 건네곤 한다. 모두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라고 하면 송은 그것을 굳이 일본어로 정정하지 않고 흐흐, 하고 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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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연을 앞두고 비몽사몽간의 아이들. 세수를 하겠다고 나간 케이를 뒤따라 나온 송이 먼저 한국어로 말을 건다. 고마워, 나 밴드에 넣어줘서. 케이는 되묻지 않는다. 대신 밴드에 들어와줘서 고마워,라고 일본어로 대답한다. 영화는 왜 갑자기 둘이 서로 다른 언어의 대화를 알아듣게 됐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우리도 그렇구나 저들도 통했구나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아는구나.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참 자연스럽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함께 밴드를 하게 된 친구들과 더 있고 싶은 마음에 아... 나 친구들이랑 더 같이 있고 싶어서.. 하고 후다닥 고백을 걷어차고 달려나가는 송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인다. 신나는 것을 앞에 두고 뛰면서 가릴 수 없는, 비실비실 새어 나오는 웃음. 그리고 마침내 홀딱 젖은 사인방이 웃으며 린다린다-를 외칠 때 나도 같이 소리를 지르고 싶어 입술이 달싹거렸다. 예상된 클라이맥스여도 즐겁게 노래 부르는 얼굴들이 뻔하다고 지적하긴 어렵다. 가볍게 무릎을 톡톡 두드리는 걸로 응원을 대신 해야 해서 아쉬울 뿐이다. 노래가 끝나면 영화도 끝나겠지 알게 되어 서글플 뿐이다.

 

무언가의 20주년이면 길다. 20주년을 무사히 가꿔내어 배우들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영화 보는 취미를 늦게 가지면 이런 점이 좋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고 지나가 버린 영화도 정말 처음인 상태로 좋아할 수 있으니까. 청춘은 정말 뻔하지만 옆구리를 쿡 찔러 웃게 만드는 단어다.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리운 시간이다.

 

앞으로 청춘이라는 드라마에 좀 덜 야박해져 볼까 하는 파란마음으로 거리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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