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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동물학자 제인 구달 박사가 향년 9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지난 10월 1일 제인 구달 연구소는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부고 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연 일정으로 인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었다고 한다. 죽음 직전까지 스스로의 관심분야에 열정을 쏟고 지식은 전파하다가 가신 것 같다. 어린 시절 위인전에서 보던 인물의 별세 소식을 접하니 왠지 그녀의 삶과 일대기를 찾아보며 작은 추모를 전하고 싶었다.


그녀는 야생 침팬지 연구로 유명하다. 특히 제인 구달 박사는 인간만의 특성으로 여겨졌던 ‘도구 사용’을 침팬지들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학계로부터 인정을 받은 바 있다. 그녀의 인생을 보면 꾸준하게 자신의 분야를 파다 보면 언젠가 인정받는 날이 온다는 걸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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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은 어린 시절부터 동물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8살 때부터 타잔을 보며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는 꿈을 꾸었고, 12살의 나이에는 친구들과 동물 보호 단체를 만들어 전시를 개최하고 박물관을 만들었다. 또한, 기금 마련을 통해 안락사를 당할 위기에 처한 말을 구해 주는 등 어린 시절부터 행동력이 높았다고 한다.


1952년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대학에 진학할 돈이 없어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1956년 케냐에 있던 친구가 그녀를 초대했고, 돈을 모아 케냐로 가게 되었다. 한 달 정도 친구네 농장에서 지내며 일하던 중, 지역 주민이 그녀의 동물 사랑을 듣고 루이스 리키 박사에게 추천해 주었다. 그는 케냐 나이로비 국립 자연사 박물관장이었다. 그녀는 몇 년 동안 그의 비서로 일하였는데, 그녀를 눈여겨 본 리키 박사가 침팬지 연구에 그녀를 추천했다. 그 제안을 수락한 제인은 동부 침팬지 서식지인 탄자니아로 떠나게 된다.


그런데 침팬지들이 조심성이 많아서 몇 개월 동안 연구는커녕 모습조차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매일매일 숲에 얼굴을 비추자, 침팬지들과 점차 친해지며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침팬지들도 도구를 사용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기존에는 오직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고 믿어왔기에, 그 발견은 그때까지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던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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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달은 1962년까지 아무 학위도 없었으나 침팬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1962년에 학사 학위 없이 곧바로 케임브리지 대학 박사 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다. 박사 과정 입학을 허가받고 박사 재학 중에 학사 학위도 병행함으로써 학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녀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는 계기였고, 이때까지 학위도 없는 상태에서 침팬지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다.


1964년 네덜란드인 사진작가 휘호 판라빅과 결혼해, 아들 휴고 에릭 루이스를 낳았다. 그러나 아들 에릭이 짐승 흉내를 내는 등 모글리 현상을 보였다. 또한, 정글 속에서의 생활을 싫어한 남편과 자주 다투다가 결국 10년 만에 이혼했다. 침팬지 연구는 그녀의 삶을 바칠 정도로 중요한 과제였다. 이후 삶은 환경운동과 지구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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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이를 먹었음에도 침팬지 연구와 지구 생태계에 관한 연구에 손을 놓지 않았다. 참으로 열정이 가득한 인생이었다. 한편으로는 인생을 모두 바칠 만큼의 분야를 찾았다는 점이 부럽기도 했다. 나도 언젠가 그런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조금 기대를 해보았다.


그녀의 인생을 통해, 우리는 항상 완벽한 시작과 준비를 원하지만 일단 부딪혀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건이 맞으면 시작해야지.. 지금은 안돼‘ 이런 생각만 하기보다 일단 도전해 보고 부딪혀 봐야겠다. 그녀는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가벼운 발견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우리 삶에서도 너무 무거운 목표를 잡고 스트레스받으며 살아가기보다 작은 한 걸음을 내딛는 하루를 목표로 지내보는 건 어떨까?

 

제인 구달 박사는 완벽한 준비 없이도 도전하는 용기를 통해 성공을 보여주는 멋진 선례가 되었다.

 

그녀가 앞으로 평안 속에 쉬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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