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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포테이토 터틀이라는 유튜버를 요새 자주 본다.

   

이름은 벨. 유튜브로 100가지의 버킷리스트를 적어두고 하나씩 이뤄가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방에서 벨의 영상을 보며 꿈틀꿈틀 다양한 감정을 먹고 마음의 싹을 틔웠다.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행하는 게 멋져 보였고, 동시에 걱정이 많아 도전을 하지 않는 내가 아쉬웠고, 안정적인 게 좋아 매일에 대한 소소함을 찾다가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누비는 벨의 인생이 너무 다채로운 색 같았다.

 

인생이 이렇게 긴데 뭐든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끓다가도 귀찮기도 그냥 조용히 책 보다 햇살이나 맞으면서 소소하게 행복을 누리는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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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목표 지향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내 목표가 뭐냐는 질문에 이미 예상해둔 답변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근데 뭔가 안 와닿는 목표에 거짓말을 한 기분이었다. 세상에 잠시 다녀가는 내 인생에서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소소한 거부터 큰 것까지 적어보면 이렇게 된다.

 

1. 다른 나라 언어에 귀 트이기, 일본어부터 하고 싶다.

2. 안 쓰는 물건 다 당근에 올리기

3. 2주 밀가루 안 먹기 

4. 유기견 봉사 가기

5. 방 한편에 테라리움 만들기

6. N잡으로 부수입까지 만들어보기

7. 하루 동안 폰 안 하고 피톤치드 가득한 숲에서 보내기

8. 의미 있는 곳에 기부해 보기

9. 독립서점에 책 내보기

10. 스위스에서 기차 여행

 

11. 북유럽 오로라 보기

12. 별 보러 가기

13. 부모님한테 기억에 남을 시간 만들어 드리기

14. 운전면허 따서 야경 보러 가기

15. 복근 만들어보기

16. 베이킹 도전해 보기

17. 유기견 데려오기

18. 꾸준히 할 취미 하나 만들기

19. 템플스테이 하러 가기

20. 프로필 사진 찍어보기

 

21. 통장 쪼개기 해보기

22. 해외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

23.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가보기

24. 머리 컨설팅 받아보기

25. 해외 축제 가보기

26. 가장 하기 싫은 거 해보기

27. 회사에서 높은 직급까지 가보기

28. 1억 모으기

29. 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 되기

30. 내가 원하는 대로 집으로 꾸미고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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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30가지의 목표를 적어보았다. 적다 보니 내가 보이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보인다. 말도 안 되는 큰 목표를 적어보고 싶었는데 터무니없는 목표를 적진 못했다.

 

그래도 30개를 적었으니 몇 년 더 지나 나는 더 큰 사람이 되어 더 큰 목표들을 적겠지. 면접에서 목표 지향적인 사람인 것 같은데 엎어지고 계획이 다 무너지고 틀어지면 어떡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거창한 답변을 내놓았지만 사실... 그냥 그렇게 살아가겠지 싶었다. 왜냐면 이 거창한 버킷리스트 30개도 그저 목표일뿐이고 못 이루면 못 이루는 대로 또 흐르면서 살아갈 거라. 그렇게 살다 보면 또 버킷리스트에 없었지만 이뤄지는 것도 있고 저 버킷리스트를 적은 목표 외에도 다른 행복이 날 맞이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하나씩 이뤄가면 용기를 가장 크게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괜히 적으면서도 설레는 마음에 또 상상부터 시작한다.

 

저 30가지의 반쯤을 넘어갈 때, 틈틈이 또 다른 버킷리스트를 채워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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