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얼굴>을 보면서 가장 강하게 다가왔던 감정은 다름 아닌 ‘인간에 대한 혐오’였다.
타인을 이해하려 하지 않은 채 함부로 내뱉는 말들과 그 말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집단적 폭력성은 영화 내내 불편함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임동환(박정민)이 극 후반부까지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몬 세상과 그 사람들을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혐오를 드러내는 모습은 나에게 큰 공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동환은 끝내 어머니의 얼굴을 직접 확인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말에 의존하며 아버지를 감싸는 선택을 한다.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아내의 얼굴을 끝까지 보지 않은 채 주변의 말만 듣고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간 아버지 임영규(권해효), 그리고 어머니의 얼굴을 끝내 마주하지 못한 채 주변의 평가와 아버지의 이야기에 기대어 판단을 내린 아들 임동환(박정민). 두 사람은 결국 다르지 않았다. 영화는 이 평행 구조를 통해 묻는다.
“당신은 그 사람을 직접 보고 판단하는가, 아니면 남들이 말하는 대로 그 사람을 규정하지는 않았는가?”
사실 이런 경험은 일상에서도 흔하다.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을 때 회사 사람들에게 “저 사람은 까다로우니까 조심해”라는 말을 먼저 듣게 되면, 실제 대화조차 하기 전에 경계심부터 앞서곤 한다. 막상 마주하고 이야기해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할 때가 많음에도 말이다. 소개팅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친구가 미리 “별로야”라고 말해버리면, 정작 눈앞의 사람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한다. 이미 친구의 평가가 머릿속에 각인되어 그 시선으로 상대를 판단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괴물 같다”고 떠들어대던 영희의 얼굴은 막상 공개되었을 때 내가 상상했던 ‘괴물’의 모습과는 달랐다. 그러나 이미 머릿속에 각인된 수많은 ‘괴물’이라는 말들이 내 시선을 왜곡시켰고, 결국 그녀의 얼굴이 드러난 순간 나조차도 무의식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는 영화 속 인물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 역시 그 심리에 동참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두 가지라고 생각했다.
첫째, 직접 보지 않고 남의 말만 듣고 내리는 판단의 위험성이다. 사실 확인 없이 떠도는 말에 기대어 내린 판단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우리는 이미 SNS에서 무수히 많은 사례를 목격해왔다. 진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그럴 만하네”라는 댓글 하나가 한 사람의 명예와 삶을 무너뜨리는 장면을 말이다.
둘째, 외모 평가의 잔혹한 힘이다. 누군가를 두고 “괴물 같다”라는 말이 반복되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사회적 기준으로 굳어지며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규정하는 폭력으로 변한다. 이는 학교에서 흔히 벌어지는 별명 놀림과도 다르지 않다. “못생겼다” “돼지 같다”는 말이 계속 이어지면, 그 아이는 실제 모습과 상관없이 그 이미지로 굳어져버린다.
영화 <얼굴>은 결국 우리에게 하나의 거울을 들이민다. 나는 과연 누군가의 얼굴을 내 눈으로 바라보려 했는가, 아니면 이미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그를 판단해왔는가. 영화 <얼굴> 속 ‘얼굴’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우리가 타인을 바라보는 태도와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표면이었다. 여기서 묻고 싶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정영희를 어떻게 바라보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