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8회를 맞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25)는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국내 대표 현대무용 축제다. 9월 10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곳곳의 공연장에서 열리며,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이 참가해 38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는 ‘광란의 유턴’이라는 특집을 통해 동시대 사회·정치적 후퇴 현상을 무용 언어로 성찰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SAL의 〈Bad Spicy Sauce〉 역시 이 맥락 속에서 무대에 올랐다.
〈Bad Spicy Sauce〉는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AL)의 작품으로 9월 21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다. 본 작품은 ‘성(sexuality)’을 화두로 삼는 SAL의 3년 연작 ‘색정만리(色情萬里)’ 두 번째 여정이다.
몸과 몸이 교환하는 감각적·화학적 반응을 시각화하고자 했다고.

두 신체가 서로 결합하고 분리된다.
남과 여의 몸이 만드는 선적 이미지는 어딘가 모르게 염색체 구조나 유전자를 연상케 했다. 신체는 복제와 변형을 거듭하며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냈다. SAL이 기존 색정만리 시리즈에서 보여준 문제의식을 고려하면, 초반부의 모티프는 작품 전체의 정서를 예고하는 장치였다.
공연 전반에 테크노와 비트감 있는 음악을 전면 배치한 도발적 시도는 인상적이었다. 음악은 기존 현대무용의 음향 문법을 벗어나는 선택으로, 작품의 감도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며 강렬하게 다가왔다. 다만 이후 전개에서도 비슷한 계열의 음악이 이용되어 후반부 절정 흐름이 조금 느슨해진 인상이 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안무적으로는 어깨와 골반의 반동, 격정적인 리듬에 맞춘 충돌적인 움직임이 중심을 이뤘다.
스펙터클하면서도 불편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몸짓은 SAL의 신체적인 기량이 또렷이 보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움직임은 기승전결 없이 비선형적 전개로 에너지를 발산했다. 중간중간 예기치 않은 순간의 움직임들은 기괴하게 느껴질 정도로 과감하고, 급진적이었다.
SAL이 지속해온 실험성은 여전히 흥미롭다. 신체와 공간을 화학적 사건으로 상상하는 발상은 동시대적이며, 기존 무용 문법을 탈구하려는 태도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번 〈Bad Spicy Sauce〉는 SAL의 급진적 탐구가 계속 진행 중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완전히 정제되지 않은 실험적 과정이지만, 그 안에서 SAL 특유의 집요함과 도발적인 상상력이 느껴진다.
앞으로 색정만리 시리즈가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고 진화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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